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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K푸드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해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근처에 있고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이어져 있다. 이곳엔 멀리 인천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장군 맥아더의 동상도 있다. 맥아더의 시야엔 송도국제도시의 첨단건물들이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을 이룰 것이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 인천엔 국제공항과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다. 대한민국과 외국을 하늘과 바닷길로 이어주는 주 통로다. 인천은 제물포, 미추홀 오랜 것과 한국화약, 대한제분, 동서식품 등 현대의 기업이 종으로 횡으로 뒤섞여 있다. 일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경제적 역동성이 큰 곳. 이곳 인천에서 어니스트 K푸드 대표 이선진은 전통의 문화를 담은 발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진행된 된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하고 그와 인터뷰했다. 아버지와의 추억과 인천 구도심에서의 허기. 음식으로 문화를 창조하는 그의 기업 '어니스트케이푸드'는 많은 과거를 갖고 있다. ⓒ 원동업원동업◆장담그기 발효학교 열어 한국음식문화의 정수를 잇는다- 오늘 오전 된장 담그기를 했다. '콩으로 메주를 쑨' 것은 아니고,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꿀을 숯에 태워 장독을 소독하고, 메주를 소금물에 담궜다. 숯과 마른 붉은 고추와 대추도 넣었다. 무슨 과정인가?“이제 장독 뚜껑을 닫고 햇빛과 바람을 통한다. 60일쯤 후 메주를 건져 된장을 만든다. 된장의 맛이 깊이 배인 소금물이 간장이다. 햇볕을 받은 항아리 아래엔 수정같은 장소금이 돋아있다. 우리나라 김장문화는 이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2013년에 등재됐다.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발효음식 문화도 지난 2019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신청했다. 올해는 그 등재여부가 결정되는 해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되는 것의 의미는? 장담그기 발효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는?“장은 한국 음식의 바탕을 이룬다.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이루는 음식문화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장 담그기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를 이루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때, 전세계가 주목한 것이 한국의 발효음식이기도 했다. 나는 음식을 문화로 보는 사람이니까, 우리 회사는 음식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짧은 역사지만, 이제 지속해갈 시작이기도 하다.”- 콩으로 메주로 쑨다는 걸 속담으로만 아는 이도 많을 거다. 메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젊은 친구들도 있을 텐데.“지금은 대개의 집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을 사먹으니까. 그 모든 게 공장에서 나오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이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가 정도는 알아야지. 시중에서 사먹는 많은 된장은 기름을 짜고 남은 탈지대두로 만든다. 콩이나 보리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는 고추장도 많다. 선택의 문제인데 성분라벨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간장도 그렇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이 우리가 흔히 국간장, 조선간장이라 부르는 재래간장이다. 현대식 단일균으로 만든 것을 개량간장이라 한다. 양조간장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친다. 701, 501이 그거다. 열에 약하니 조림 같은 데는 별로 쓰지 않는다. 진간장은 공장에서 속성으로 대량생산한다. 약품을 넣어 산으로 분해 추출하고 양조간장을 섞는다. 우리 발효학교는 연천서 재배된 콩으로 만든 메주에 서해안 천일염을 넣었다. 고추와 대추도 물론 국내산이다.”◆농촌진흥청 다니던 아버지 기억, 고향 광양의 추억이 오랜 자산이선진 대표는 일곱 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제과, 제빵 그리고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자격증. 그는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요리강사로 살고있다. 지나치는 여느 곳에서라도 자신의 옛 제자(수강생)들을 만날 만큼 많은 이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2019년 어니스트케이푸드아카데미를 법인으로 세우면서 '사업가' 혹은 '대표'가 됐다. 100여 평에 이르는 식문화체험 공간 교육장을 갖고 있고, 복합문화카페 생과방을 운영하고, 즉석 판매 음식제조업체 앤젤푸드를 지난해 인수했다. 인천과 서해에서 생산되는 해산물들로 '훈연해물육수티백'도 개발했으니 그는 이미 일인 강사나 구멍가게 수준을 넘어선 '강소기업'의 도정에 있다.- '음식'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더구나 요리가 마을과 지역과 사람으로 확장되고, 기업도 운영한다. 이 모든 전선의 첫 시작은 어디였을까 궁금하다.“내 고향은 전남 광양이다. 남해바다 물 맑은 곳서 백합찜도 자주 상에 올랐다. 아버지는 농촌진흥청 공무원이셨다. 어릴 적 식물원 유리온실 같은 곳서 바나나를 키우셨던 기억이 난다. 미식가이기도 하셨는데, 바깥 외식보다는 자주 집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해주셨다. 딸기잼도 직접 고아서 만들고, 돈가스도 직접 빚었다. 식빵을 채반에 말린 다음, 분쇄해 빵가루로 쓰셨다. 풍미가 남달랐다. 내 뇌가 아직 아버지를 그 음식으로 기억한다. 음식을 한번 먹으면 그걸 다시 재연할 수 있는데, 내겐 그런 재능이 좀 있달까?”- 현재는 인천에서 사업장을 갖고 있다. 이곳과 인연을 맺은 배경은?“결혼을 하면서 이곳에 처음 왔다. 남편 직장이 있는 곳이었다. 전남 광양과 이곳 인천은 같이 바다를 낀 도시지만 너무 달랐다. 고향이 한적하고 자연과 가까운 곳이었다면, 인천은 번잡하고 내겐 황량했다. 마음 둘 곳을 찾다가 집 근처에 있던 월드비전 복지관서 요리교실을 연다는 전단을 봤다. 거기서 반찬 만들기 봉사도 하고 그랬는데, 그해 파주서 큰 물난리가 났다. 봉사단으로 참여했는데, 작은 일이 아니었다. 사람과 일이 거기 있었으니까, 보조 강사를 하고 강사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사람과 지역'과 가까웠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지금은 거기에 더해 사업으로 나아갔다. 흔하지만은 않는 결정이었을 듯한데“2019년에 법인 설립을 했다. 사실 그때 고민이 많았다. 나는 이미 식당을 두 개나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생각처럼 운영되진 않아서 폐업한 곳들. 조금 두려웠다. 거기다 그때 내 강사 수익이 꽤 됐다. 매주 70여 명씩 가르치던 때니까. 주 48시간만 일하면 되고, 익숙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가고. 운동도 하고.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의 카페 문화를 세계에 전파했던 거니까. 이곳 옥련동이 구도심이 되면서 낙후됐다. 나아가면 인천의 문화에 가치를 더하고 싶었다.”- 음식에 문화를 콜라보 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어떤 사업들을 했나?“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무지 고민했다. 3년여쯤 '선진지'를 찾아다니고 연구했다. 근래에 서해문화재단 하고는 한국전쟁 종군기자 임인식 사진가의 한국전쟁 사진전도 이곳서 열었다. 인천 문화오아시스 사업과 연계한 사업도 했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스토리를 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식문화로 기획했다. 연수문화재단과는 문화등대 사업도 했다. 이곳 인천에 고려인들도 많고, 외국서 온 이주노동자, 학업을 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이방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고향 음식인 소울푸드를 만들고 그걸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도록 요청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한국음식도 같이 만들었다. 인천은 문화용광로 같은 동네인데, 그때 그런 걸 강하게 느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인천 연수구 옥련동 발효학교에서 장담그기를 하고 있다. ②콩으로 쑨 메주는 소금물과 햇살, 바람, 숯과 고추와 함께 간장관 된장으로 탄생한다. ③발효에 대한 강의를 하고있는 이선진 대표와 참여자들 ④항아리 바닥엔 장소금이 남는다. 막장과 된장을 맛보고 있다. ⓒ 원동업◆인천은 기업의 도시, 50플러스 지원도 받아, 마을에서 기업으로'마을에서 기업으로'는 쉽지 않은 이행이다. 마을활동 역시 '혼자서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일일 테지만, 기업은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제약과 압력이 가해진다. 라면을 잘 끓이는 이라면 언제고 원하는 때, 소박하게 자신과 식구들에게 한 끼를 선물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구멍가게만 하더라도 들이닥친 손님들에게 동시에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열 개쯤의 냄비와 접시 그리고 그만큼의 화구도 갖추어야 한다. 시설이 운영되려면 공간 임대료와 인테리어를 이미 감당했어야 한다. 사업 5년차를 맞는 소감을 물었다.- 어니스트케이푸드는 식문화체험장 카페(생과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바로 곁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한 대규모 카페(포레스트 아웃팅스 같은 곳)와 경쟁해야 한다. 구도심이 된 이곳 주변의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간이 컸다. 2020년에 서울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는 점프업 5060 창업지원공모에 선정됐던 것이 계기였다. 거기서 받은 지원금은 모두 공간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이곳은 이전에 고급 바로 운영되던 곳이었는데, 벽들을 모두 뜯어내고 창을 만들었다. 전망도 좋고, 주차장 포함해 공간도 넓어 창업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100여평 매장이 솔직히 현재는 버겁다. 공간 자체는  온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 누구든 뜻을 가진 이들과 함께 공간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간에 사람이 오는 것. 나의 현재 목표다.”- 앤젤푸드라는 곳을 인수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우리 회사의 모티브가 될 곳”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던데.“세이브더칠드런 등에서 나오는 사업을 복지관에서 따고, 거기에 우리는 반찬을 정기 배송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지난해 3월 2일 인수했으니 내년이면 1년이다. 그동안 무지 힘들었지만, 보람도 크다. 고독사 예방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도 고용하니까.”- 사업 상품 중엔 고추장 키트도 있다.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설명 콘텐츠도 있고, “어린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보면 되게 재밌어 한다. 우리의 고추장문화를 그렇게라도 체험하면 좋겠다. 너무나 잘 만들어진 상품이니까, 체험 후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기리라 믿는다. 나로서는 로컬 농산품들을 만들고 계신 많은 분들을 알고 있으니까. 그분들을 소비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도 고민하고 있다. 훈연해물육수티백을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과 인맥 같은 것도 상품 못지않은 우리의 자산이다.”T.S.엘리엇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썼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이선진 대표는 가족과 고향의 추억과 새 땅에서의 삶과 욕망을 섞어 새순을 내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여정에 있다. '일상의 음식'은 어떤 문화로 피어날까? 움트고 돋아나는 모든 것들에 봄의 햇살과 바람과 빗물이 모두 닿기를. 메주가 된장과 간장이 되듯이 발효하기를.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4-03-25 18:09

어린이 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책엄책아)는 2001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서울숲-남산 둘레길 금호산 등성이에 위치해 있다. 이 작은 동네도서관은 매해 '나랑 같이 놀자' 책축제를 열고, 매해 엄마와 아이로 구성된 동아리도 조직해 왔다. 매해 7~8개 쯤의 공모사업과 마을문화카페 산책도 운영한다. 지난해는 23년간의 책엄책아 아카이빙 작업도 했다. 이 작업 중, 한 소년이 말이 여럿에게서 회자됐다. “나는 어린이도서관이 될래요!”라는 말. 이런 '기특한' 말을 했던 친구 한희수는 2024년 올해 중학생이 됐다. 그의 가족은 지난 2021년 책엄책아서 주는 '책 읽는 가족상'을 받았다. 희수가 아기 때, 동생은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도서관과의 인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도서관이 되고 싶었던 그 소년이 2023년 <SF소설 공모전>에 3만여 자의 소설을 공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2월 4일 일요일 점심때쯤, 희수는 무학교회서 뛰어 <성동구립도서관>까지 내처 뛰어왔다. 볼빨간 이 사춘기의 소년과 인터뷰했다.한희수 군이 들고다니는 에코백은 성동구x작은도서관네트워크에서 만들었다. 책과 도서관은 사람을 작가로 만든다.◆도서관이 되고 싶었던 소년, 작가가 되다- 자신의 소개를 부탁해요.“저는 현재는 행당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이제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 한지수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주로 글쓰기나 아니면 멍 때리기 정도가 있고, 합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가지고 어떻게 보면 되게 멍청해 보일 수 있는 그런 주제로도 되게 얘기를 되게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셔틀런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최근에 가장 바빴던 일 그리고 집중했던 일은 어떤 거였어요? “바쁜 건 뽑으면 이사하는 거. 집중했던 일은 공모전이라든지 소설 쓰기 같은 거를, 요즘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몇 개 나와 가지고 하고 있어요.”- 지난해 책엄책아 아카이빙을 했어요. 초대 김소희 관장님부터 활동가분들, 이제는 청년이 된 옛 아이들까지 스물 세 팀을 했죠. 거기서 '도서관이 되고 싶어요!' 했다는 희수 이야기가 자주 나왔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 하겠죠? '어린이들 집단 인터뷰'를 했을 때, 희수는 자신을 문학으로 이끌어 주었던 책이 《샬롯의 거미줄》이라고 했었죠?“그 책은 기승전결이 상당히 뚜렷하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등장 인물들이 각각 되게 특색 있고 개성 있어가지고 되게 재밌게 읽었어요.”이 작품은 『스튜어트 리틀』의 작가이기도 한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1954년 작품이다. 두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친구들이 본 작품. 희수는 이 작품을 책으로, 영어로도 읽었다. 영국작가 로알드 달로 이어진 희수의 책읽기는 프랑스 문학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로도 이어졌다. 베르베르는 희수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 이전의 작가들과 베르베르가 다른 점이 있었어요?“예전에도 애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쓰고 했는데 그때는 그냥 단순한 만화책? 소설이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몇 장, 글 몇 장 정도로 그냥 아이들이 썼었어요. 근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을 딱 읽으니까 세계관을 만든다는 그 로망이 생겼어요.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도 좋아하고 하는데, 그때부터 그 한 세계관을 만드는 그거에 빠져가지고 되게 소설 쓰기에 훨씬 더 약간 디테일도 들어가게 되고 점점 더 나아지게 해줬던 것 같아요. 베르베르의 『개미』 나오는 에드몽 웰즈라는 사람은 『티나토 노트』에도 나오고 『천사들의 제국』에도 나오고 『신』에도 나오고, 아마 『고양이』에도 나올 거예요. 그런 부분이 되게 저한테 도움을 많이 줬어요.”◆동네도서관, 구립도서관에 자주 갔다.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때 추천했던 작품 중에는 『있으려나 서점』도 있어요. 일본 문학도 좀 읽었어요?“도서관 책들을 그냥 살펴서 뽑아 보거든요. 일본문학은 잘 안 맞아요. 저는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걸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덕질이 가능한 거? 예전에는 『해리 포터』 같은 소설에도 빠져가지고 거기서 몇 년 동안 있다가, 『스타워즈』도 좋아하게 되고. 『티나토 노트』 같은 경우에는 약간 종교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 덕분에 되게 여러 신화들을 조사해 보게 됐고. 『기억』이라는 책하고 『꿀벌의 예언』은 전생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 덕분에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이 조사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진짜 볼 거라고 생각도 안 했던 이슬람이라든가 신도교라든가 불교라든가… 하는 책들도 보게 됐어요." - 그렇게 읽으려면 도서관을 자주 가야겠는데요? 희수의 도서관 생활은 어때요? “방학 때는 아침에 할 게 하나도 없으니까 성동구립도서관에 갔어요. 점심까지는 거기에 있다가 집으로 와가지고 학원을 갔고요. 책엄책아는 엄마가 어릴 적부터 저를 데리고 다니셨어요. 거기 영어 원서 그림책 있는 구석이 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거기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도서관엔 재미난 책들이 너무 많아요. 『혹성탈출』은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아빠하고 영화하고 책하고 비교해 보기도 하고 했어요. 아빠는 영화만 보고 저는 책만 봐가지고 그래서 막 서로 비교하고”- 희수도 최근에 SF소설 공모전에도 출품을 했다고 들었는데. “제목은 《네버엔드 유토피아》. 제목은 내용하고 완전 상반되게 지었는데, 약간 비꼬는 느낌으로 만들었고 세계관을 만드는 데 진짜 한 달이 걸렸어요. 지구하고 달이 있는데 지구에 있는 여러 단체들의 이름을 고르는 것부터 달의 도시를 만들었는데, 그 도시에서 수로하고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하고, 인물들 하고 그걸 일일이 다 만들어서 몇 층에는 뭐가 있고 막 그런 것까지 다 엄청 디테일하게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되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글을 같이 쓰는 친구들이 있다는 거죠? 어떻게 결성이 되고 유지되고 있는 친구들인가요?   “동아리 그냥 동아리인데 애들하고 그냥 책을 만드는 건데 구호는 딱히 있진 않지만 그냥 만나서 책 관련 얘기 나누고 책 쓰고 책 읽고 이러닝 활동을 주로 하는데 함께 공모전도 나갔어요. 우리들이 모여서 많이 이야기들도 나누는 데 '3년이나 했는데 성과가 없다' 해서 이번에 공모전 내보자고 했어요. 제가 주로 세계관 만들고 글을 썼고, 친구들이 수정하고 얘기하고 하는 분배역할을 했어요. 우주책(동아리 이름)에서는 큰 사건이었어요.”◆도서관도 자신의 경험도 모두 글쓰기의 자양분『15소년 표류기』에서나 『파리대왕』 등의 (어린이) 집단을 다룬 소설에서도 갈등과 배신과 이탈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친구였던 구성원들이 점차 시간이 지나며 다른 목표를 지니게 되고, 주도권을 놓고 다투게도 된다. 이러한 과정은 삶의 일부이고, 이러한 과정은 실제의 소년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변화가 우주책에도 있었다. 열 명쯤 넘던 우주책 친구들도  최근엔 수가 줄었다. 남은 아이들은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희수는 중학교를 일원동서 다니게 된다. 조용한 동네다.  - 이사를 가는 이유도 일부 그렇겠지만, 중학생이 되면 글쓰기를 할 시간이 없을 텐데요? 공부와 병행해야 할 거고. 요즘엔 어떻게 활동해요? “잠을 줄여야죠. 글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저흰 2주에 한 번씩 다 만나 이야기를 나눠요. 랜덤 키워드 글쓰기 하고, 다음 모임까지 글 써 와요. 저는 초소립자 하고, 태극권 하고 별이 나와 가지고 지금 그걸로 소설을 쓰는 중인데. 그래도 저는 좀 나아요. 어떤 애는 별, 공주, 오토바이 나왔고 어떤 애는 젤리, 투명, 학교교복 이런 것도 나왔고. 우리끼리 상금도 걸어요. 가장 잘 쓴 사람한테 상금 주겠다. 알로에 화장품이나 필통을 주겠다,약간 이런 식으로….  다들 열심히 쓰고 있죠.”- 작가가 무슨 매력이 있대요? 글을 계속 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그냥 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그냥 멋진 것 같아요. 예전에 옛날 책들 같은 거 볼 때 감정 표현하는 부분이 저는 되게 좋아요. 제 습관 중 하나가 그러니까 아이디어를 얻는 게 다 샤워할 때거든요. 《네버엔딩 유토피아》도 샤워하다가 올라온 거고. 그때 기본적으로 감정하고 그때 행동을 정리하고, 거기에서 세계관 확장시키는 느낌. 이런 식으로 저는 주로 써요.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은 무언가를 상상하는 데 되게 많이 도움을 줬어요. 도서관에 그림책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 그림책들을 읽으면 즐거웠어요.”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 행당동 시절의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2. 2011년 두 살 때.  희수가 책엄책아의 사서이자 활동가 이소유 쌤의 품에 안겨있다. 3. 2021년, 희수네 가족은 책읽는 가족상을 받았다. 4. 희수 엄마 양미화 님도 책엄책아에서 그림책 수업을 듣고 책을 썼다.◆“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해요!”작가의 책을 읽다 작가가 되는 꿈희수는 독서를 다양한 방면으로 한다. 코딩책도 많이 봤고, 3D 모델링하는 방법, 게임엔진 다루는 거는 '살짝' 봤다. 글쓰기 책은 '되게' 많이 봤다. 그 책들이 일부 희수 글의 자양분이 됐다. 그리고 삶도. 폭압에 맞서서 일어난 반란군이 다시 독재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번 소설 『네버엔딩 유토피아』도 개인의 경험이 밑바닥에는 깔린 것 같다고 희수는 말했다. 자신이 만들었던 출판사 우주책이 깨져갔던 경험. 그런 것들도 희수 글쓰기에 어느덧 스미고 있다. - 2022년에 엄마도 책엄책아에서 수업을 듣고, 그림책을 냈었죠. 희수 엄마의 엄마가 바빠서 매일 빈집에 들어갔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음식을 해놓고 기다린 일이 주제였어요. 『카레와 짜장』 완성된 엄마 책을 바라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책이 나오고 엄마랑 할머니랑 이모랑 엄청 울었대요. 듣는 바에 의하면 눈물바다가 됐다구요. 엄마가 이렇게 책을 만들 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좀 놀랐어요. 그런데 되게 재밌었어요. 엄마 책 만드는 걸 도와주고 그랬는데, 엄마랑 뭘 같이 한다는 게 되게 좋은 거예요. 앞으로도 엄마가 계속 썼으면 좋겠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잖아요.”- 흔한 질문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쓰고 있는데, 스팀펑크 소설을 좀 더 써보려고요. 아 스팀펑크요? 약간 공상과학이랑 비슷한 건데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에요. 초기 내연기관 같은 엔진이 있고 약간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그 시기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해서 새로운 세계로 떠나고 하는 이야기들.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것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사람들이 좀 함께 하면 좋겠어요. 공동체 활동 같은 거에 대해서 적극적이었으면 해요.”희수 작가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 가면 자신을 환대해주는 사람들. 그 안에 참여하고, 함께 벌이는 많은 활동들. 자신의 책을 읽고, 우리의 책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들. 이로부터 이어지는 노력들. 원래의 도서관이 마땅히 가졌어야 하는 모습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벌어지는 풍경들. 작가들의 글을 읽다가 어느새 스스로 작가가 되는 일.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4-03-12 18:08

그는 올 2024년초 변화 몇 가지를 실감했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승차요금이 0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1만원쯤 하는 입장료도 무료였다. 그의 실제 생년은 1958년. 하지만 그 시절의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1년쯤 늦게 호적에 올랐다. 그래서 '정식 노인'에 올해 편입됐다. 그의 인생2막은 이제 정식 공식으로 시작됐다. 귀거래사 김연빈 대표가 옥수동 옥수서재에서 번역한 책들을 펼쳐보이고 있다.◆공직의 귀한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고민하다그는 41년을 공무원으로 살았다.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와 외교부에서 두루 생활했다. 그 안에서의 전문분야라고 하면 해양-바다를 꼽는 게 맞을 것이다. 그에게 해양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푸른 영토'다. 나고 자란 순천의 갯벌부터 부산해양수산청 근무시 조직했던 '오륙도 왕복 수영클럽> 결성까지, 오픈워터, 바다는 그의 숨결과도 같다. 2019년 6월 퇴직을 한 뒤에 그가 한 일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거였다. 도연명의 낙향 시 그 귀거래사다. 1700여 년 전 도연명은 “자,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라 썼었다.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 삶'이 '치국제민' 청운의 꿈을 접은 관리 도연명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 김연빈은 <귀거래사>를 출판사 이름으로 짓고, 운영하는 삶을 선택했다.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강호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 “퇴직 공직자들을 위한 곳입니다. 공직의 귀한 경험들과 지식을 사회에 다시 전하는 저술작업을 응원하려는 거죠.”그의 공직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공적 생활은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이 그 증거가 되고자 했다. 『국가전략이 없다』 그리고 『국토상생론-바다로 열린 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그를 지난 1월 26일 옥수동의 너른 책방 <옥수서재>에서 만났다. 역사공부 모임 홍보물이 지하통로에 붙어있었다. - 지난달 30일 출간한 책 『국가전략이 없다』의 부제는 '요미우리가 공개한 충격의 일본 위기보고서'다. 책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다면.“일본 최대 신문 요미우리가 2005년 1월 1일부터 2006년 6월 25일까지 1년 6개월에 걸쳐 특집기획물로 연재한 기사가 <검증 국가전략 없는 일본>이었다. 이 내용들은 2006년말에 간행됐고, 2009년에 요미우리가 다시 내용을 재검증해 문고판으로 나왔다. 나는 2007년에 이 책의 초본을 번역해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 출간했었다. 책 《국가전략이 없다》는 2009년 증보판을 기초로 역자의 추가된 주석과 서평 등을 추가해 다시 낸 것이다.”◆국가와 국민에 묻는 요미우리의 어젠다 설정과 실천에 충격- 주석을 새로 달았더라도 2005년 혹은 2008년 내용이 2024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나?“전 주일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을 지냈던 윤상훈 행양수산부 과장의 독자서평은 이랬다. - 본서에서 “'일본’이라는 글자를 ‘한국’으로 바꾸고, 2005년을 2023년으로 바꾸어 읽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 그만큼 일본이 먼저 겪은 문제를 우리가 겪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해양·어업정책과 같이 같은 문제를 두고 두 나라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는 문제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라고. 그 지적에 동의한다. 책에서는 팬데믹, 희토류 등 자원의 전략화, 한일간 독도 충돌 등이 이미 모두 예고돼 있다. 오히려 일종의 예언서로 보아도 좋다.”- 책은 5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과학기술의 위기, 2장 표류하는 해양국가, 3장 자각 없는 무자원국, 4장 안전대국의 환상, 5장 흔들리는 지력(知力)의 기반이다. 위 5가지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국가의 핵심 중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내겐 인상깊었다. 예로 한일간 독도영유권 분쟁은 해양탐사 기술에 의해 추가 크게 요동쳤다. 국가 안전 편에서 최악의 전염병 예방-대처를 하기 위해선 P4 시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책에 있었다. 중국이 희토류 등을 전략무기로 쓰면 이를 대체할 물질 개발에도 과학기술은 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였다.“그렇다. 국가전략은 곧 과학기술 전략과 통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가전략이 없다면, 나라가 차츰 방향을 잃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국가공무원들과, 특히 법을 제정하는 국회위원들이다. 그들이 각성을 해 재정과 제도로 전략을 지원하지 않으면 국가는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국가의 비극은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2011 독도일주수영- 책을 번역하면서 과학기술과 관련해 특별히 눈에 들어왔던 대목이 있다면?“2002년도에 일본은 지구시뮬레이터라고 하는 슈퍼컴퓨터를 내놓는다. 최고라고 자부하던 미국보다 다섯 배 빠른 기술을 가진 기계였다.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 빅데이터 관리와 처리에 슈퍼컴의 역할은 지대하다. 미국 뉴욕타임즈가 이 사건을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 사건으로 불렀을 만치 큰 충격을 미국사회에 줬다. 그때 주일 미국대사가 연구실을 찾아가 2시간 넘게 장비와 시설을 꼼꼼히 살피며 질문도 했다. 외교관을 '공인된 스파이'라고 한다. 그 우두머리가 적의 심장부에서 헤집고 다닌 거다. 반면 일본의 관료들은 채 10분을 거기 머물지 않았다. 이런 지적을 요미우리에서 개탄한 것이다. 결과는 미국이 슈퍼컴퓨터뿐아니라 전체의 과학기술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책은 한·중·일 간의 치열한 경쟁이나 견제가 다수 소개되고 있다. 일본의 관점에서 우리와 세계를 보는 일이 흥미로웠다. 그러한 시선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2004년의 일로 기록돼 있는 게 일본무역진흥기구 북경센터 지적재산과장의 보고서다. 칭다오시 하얼빈 그룹 본사 방문 뒤 충격을 먹었다. '그곳에서 일본의 특허청에 신청되는 특허출원정보를 검색하고, 연구개발정보를 이용하고 있어 연구비가 적게 든다'는 '자백'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특허청 홈페이지의 외부 국가 접속을 조사했더니, 결과가 놀라웠다. 중국서 1만 7천건, 한국서 5만 5천건을 '엿보고' 있었다. 일본은 이러한 지적을 받고 최근 특허법을 개정해 출원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정책을 바꿨다. 국가간 현실이 이러하다. 이러한 국가간 투쟁에 언론이 책임있는 자세를 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국가전략이 없다> <국토상생론>엔 한국의 미래 담은 예언 담겼다= 《국가전략이 없다》는 책의 머리말에 심훈 선생의 글 <필경 筆耕> 전문을 담았다. “오오 붓을 잡은 자여 위대한 심장의 파수병!”이라고 감탄하지만, 그 뜻은 냉철한 비판에 기초해 있다. 언론이 겨우 “박탈, 아사, 음독, 자살의 경과보고만 할 것인가? 아연활동, 검거, 송국, 판결언도, 5년, 10년의 스코어를 적는 것이 허구한 날의 직책이란 말이냐?”는 일갈은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입해 봐도 다를 게 없다. 94년여 전, 심훈의 문제의식을 김 번역가는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심훈 본인의 자경(自警)의 다짐이요, 언론인 나아가서는 지식인에 대해 던지는 심훈의 절규다.2023 일본 후코오카 세계마스터즈 수영선수권 대회 - 《국토상생론》과 《국가전략이 없다》표지는 모두 한·일의 땅과 바다가 있다. 색깔만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다르다. 특별한 뜻이 있나?“둘은 일종의 쌍둥이다. 《국토상생론》도 요미우리 신문의 특별기획 취재를 엮은 결과다. 부제에 있듯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에 대한 보고서다. 요미우리가 갖고있는 전세계 특파원과 통신원에게서 기사를 받았고, 일본도 전국 곳곳을 돌면서 취재해 실었다. 《국가전략이 없다》가 중앙정부의 과제를 다뤘다면, 《국토상생론》은 지방의 생존전략에 대한 요미우리의 탐사요 조언이다. 두 책은 함께 볼 때 더 큰 상승작용이 있다.”= 번역가 김연빈은 책에서 충실한 편집자 혹은 작가의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국가전략이 없다》는 2005년~2006년, 《국토상생론》이 2010년대 초반 일본의 현실을 담은 책. 이 책들에서 현재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꾸준히 추적해 주석을 달았다. 직접 전문가들을 초빙해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 상생의 길'도 장(章)으로 추가했다. 공복(公僕)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의무감과 편집인으로서의 꼼꼼함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 그는 진심이었다. - 책들에 큐알코드가 담겨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QR을 연결하면 2007년에 국정방송 KTV와 진행했던 젊은 김연빈 사무관의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김연빈:才能기부 財能기부 네이버 블로그'로 링크돼서 꾸준히 업데이트되도록 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해경72정을 기억해 주십시오”하고 연결 도입화면에 뜨던데 어떤 내용인가?“1980년 1월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해경 72정이 침몰했다. 해경 17명이 고스란히 안장됐는데, 신군부에서 그냥 묻어버렸다. 어로보호 경비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경찰관 9명과 전경 8명의 유해를 가족에게 찾아주는 일은 태만히 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다. ◆“해경72정 기억해 달라”국가역할 다하려면 해야할 최소한해경72정그는 책에서 여러 제안들을 하고 있다. “거대도서관, 대학,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전 국토해양부장관”내용도 있고, “무질서한 난개발을 막아 국토의 품격을 더 높일”방안도 있다. 레어 메탈(희토류)을 무기화하는 강대국 횡포에 맞설 전략도 엿볼 수 있다. 아주 실증적인 데이터를 갖는 '예언서'로 참고할 부분도 있다. 2022년 10월 29일의 이태원참사는 예측이나 예방이 불가능했을까? 책은 미국의 2001년 9·11 테러로부터 시작한 '상호의존성 해석'을 소개한다. 책은 그들의 경험과 정보를 우리의 자산으로 삼는 나침반이다.  - 여러 제안들을 하셨다. 그중엔 '대한민국의 동쪽 땅 끝'이라는 독도 표지석 옆에 '대한민국의 시작 독도'라는 표지석을 만들자는 내용도 있다. 해가 처음 뜨는 땅, 지질학적으로 울릉도나 제주도보다 먼저 형성된 섬이니 타당하신 말씀이다. 우리나라 4극 바다서 바다수영대회를 열자는 제안도 하셨는데. “독도를 땅끝으로 보는 시각과 시작으로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혁신적 사고, 창신이 필요한 때다. 그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된다. 4극은 동쪽 끝의 독도, 남쪽 끝의 마라도, 서쪽 끝의 신안 가거도 그리고 북쪽 끝의 백령도다. 백령도서 황해도 장산곶까지 약 15킬로미터쯤 되는데, 남북협력사업으로 수영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 않나. 정주영 회장의 '소떼방북' 이상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거다. 남북화해와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일 해협 횡단 릴레이 수영도 꿈이 아니다. 이미 조오련 선수 등이 실증했다.”원동업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4-02-22 15:18

시장에 방문하기 위해 길을 찾아보니 용답동은 2호선 용답역, 5호선 답십리역 혹은 버스를 이용한다면 멀지 않은 거리였다.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버스 이용을 추천한다. 지하철보다 많은 정거장을 거치지만 익숙한 정거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창밖에 보이는 생전 알지도, 가보지도 못한 곳의 풍경은 어떤 곳이든 여행지로 만든다.버스에서 내려 지도 애플리케이션만 바라보며 길을 걷다 고개를 드니 문주(門柱) 간판이 나를 반겼다. '용답상가시장'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기존 전통시장과는 달리 상가와 전통시장이 혼재된 모습을 띠고 있다. 총 4지구로 나뉘어 있으며 시장 내 위치한 새마을 금고를 십자 형태로 가르는 모양이다. 1, 2지구는 상점가 중심이고 3, 4지구는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반반을 차지하고 있다.<포용 마을 용답_시장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시장이 조용하지 않을까 우려한 순간, 골목골목 사람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유모차를 끌고 어딘가를 바삐 가시는 어르신,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배우자와 점심 메뉴를 상의하는 3인 가족, 목에 사원증을 걸고 무리 지어 걸어가는 회사원들, 반려견과 함께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장 보러 나온 사람, 이미 이른 점심을 먹고 상가 앞 의자에 앉아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배부른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로 골목은 순식간에 복작복작해졌다.용답상가시장엔 ‘상가’와 ‘시장’ 외 한 가지가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집'이다. 용답상가시장 각 지구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입구에서 본 '포용 마을 용답'이라는 문구가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2지구 중간에 위치한 '드림 정 고구마'를 방문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들은 "잘 마시고 갑니다~"하고 인사하며 문을 나섰다. 사장님이 다른 테이블에 있는 손님에게 말을 건넨다. “미숫가루 맛은 어떠세요? 왜 한동안 안 오셨어요?” "팔을 다쳐서 커피도 못 마시러 나왔어~ 장사도 못하고."카페 ‘드림 정 고구마’는 낯설고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누구나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작은 공간은 용답상가시장과 참 닮아있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인터뷰를 부탁드렸다. 카페가 한창 붐비는 시간대였기에 인터뷰는 메신저로 진행했다.Q.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A.저는 답십리에서 약 20년간 청과야채판매업을 했었고 그러다 요식업을 해 보고 싶어 이자카야로 처음 용답동 현 매장에 입점하였으나 2019년 10월에 영업 종료 후 이 고구마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Q.사람과 대면하여 물건을 사는 일이 드문 요즘, 카페에 가득 들리는 사람 소리와 손님들의 인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손님들의 연령대도 흥미로웠는데요, 어떻게 다양한 연령대가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A.고구마의 이미지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요즘은 모든 연령대가 좋아하는 기호식품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여려 연령대 고객님들이 생겨난 듯합니다. 그리고 저희 매장에서는 웬만해서 다 수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니 어르신들도 주부님들도 믿고 오시는 편입니다.Q.용답시장은 기존의 전통시장과는 다른 듯합니다. 시장이 익숙지 않은 청년들 혹은 처음 온 분들은 낯설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용답시장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A.사실 용답시장은 전통시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어요. 거의 먹거리 위주 상업 시장 정도이고요. 하지만 용답시장은 청계천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 겸 찾아와 다양한 먹거리도 즐기시고 조용히 사람 사는 정겨운 모습을 담아가는 것도 용답시장만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용답시장을 한 줄로 소개하면, 시장 방문 초심자에게 추천하고픈 시장이다.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지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시장 군데군데 위치한 상점가가 방문객에게 익숙함을 가져다주면서 옛 형태의 시장도 일부 남아있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익숙함 속 새로움은 시장 방문이 익숙지 않은 이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듯하다.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오일장에 방문하듯, 가까운 거리더라도 새로운 동네를 가본다면 그 곳의 시장 또한 여행하는 마음으로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도, 낯선 곳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김송휘 학생기자>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3-10-25 17:03

금남시장은 서울 성동구 금호산2길에 위치한 시장으로 시장가를 비롯하여 시장에 앞 위치한 큰길 또한 상인분들이 장사를 하시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시장입니다. 3호선을 타고 금호역에 도착하여 2번 출구로 나가 금남시장을 향해 걸어갔는데 향하는 길이 내리막길로 되어있어 평지에 주로 위치한 다른 시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아직 시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가게들이 내림막길을 따라 위치하고 있어 '여기서부터 시장인가?' 싶을 정도로 시장의 분위기가 시장과 큰길에서 드러나고 있어 한껏 기대감을 갖고 시장을 찾아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에서 개업한지 오래된 가게들과 새로 생긴 듯한 가게들이 3,4층으로 되어 보이는 상가에 고르게 위치하고 있어 오래된 가게들을 봤을 때는 시장이 생긴 지 오래된 시장이라 길에도 그 흔적들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메가 커피, 왕가 탕후루 같이 요즘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몇몇 보이는 걸 보고 이런 오래된 시장 주변 상가도 요즘 유행하는 것들로 바뀌어 가는 것 같고, 나중에는 시장의 모습에도 영향이 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선호에 따라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이 낯설어 하고 반감을 가지시는 이유를 시장을 향하며 느끼게 되었습니다.금남시장에 도착하니 길을 따라 위치한 작은 천막으로 이루어진 가게들과 작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금남시장의 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금남시장 1번길의 골목을 돌아보니 다른 시장의 반 정도 되는 길이의 골목에 4,5개 정도의 상가가 보였고, 시장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큰 길 하나가 작은 골목으로 이어진 독특한 구조의 시장이었습니다.작은 골목을 모두 둘러보는데에는 10분정도 걸렸고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작은 골목과 뒷골목을 이어주는 길 하나가 시장의 구조이며 하나의 길이 한 시장으로 이루어진 다른 시장과는 차별점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사야하는 물건이 여러 가지가 있다면 방문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고, 시장길로 들어가는 것보다 시장 앞에 천막으로 된 작은 노점들을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면서 더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보였고, 근방에 살거나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방문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구조에 대해 상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처음으로 인터뷰해주신 분은 '은진수퍼'의 사장님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젋은 사람들이 대형마트와 온라인 구매를 더 편하게 여겨 시장에 오지 않고, 코로나19이후로 이 점이 더 심해져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상가들도 간소해져 구멍가게가 모여있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 사장님께서 시장 상황이 악화된 이유로 시장의 상가 구조에 대해 상가가 고기, 야채, 과일 등 가게들이 고르게 위치해 있으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가기 편리할텐데 시장이작은 골목으로 되어있어 사람들이 방문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해주셨습니다. 물건의 질을 보고 물건을 사고,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과의 대화를 통한 사회적 교류가 사라지고 많은 양을 저렴하고 편하게 구매하려고 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시장의 특성이 맞지 않아 쇠퇴하는 시장의 현실을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예전에 시장에 지금보다 사람도 많고 상가도 많았을 때 장사가 잘 돼서 너무 좋았었던 기억이 있다고 전해주시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시장에서 사는 것이 예전에 비해 저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사는 것이 더 편하고, 저렴하니 애용했었고,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시장에서 상인들이 정이 있다기 보다는 비싼 돈을 주고 손해보며 물건을 구매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물건을 살 때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인분들과 대화를 한 적이 최근에 있었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내가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소통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빼앗은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힘들니까 가게에 들어와서 쉬다 가라고 권유해주시고, 바쁘실 텐데도 질문에 정성껏 답변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어른의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은진수퍼' 사장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큰 길에 천막으로 노점을 하고 계시는 과일가게 사장님께 금남시장의 현황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과일가게 사장님께서도 코로나19 이후로 방문하시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 하셨고, 예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과일도 많이 팔렸는데 요즘은 제사도 잘 안 지내려고 해서 예전만큼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다고 어려움을 이야기 하셨고, 그런 힘든 와중에도 예전에 금호동쪽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 한 동안 오지 않았던 손님이 다시 방문하여 그때 시장이 그리워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금남시장이 주변에 아파트도 많고 서울에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서 근처 단골들도 많고, 타지에서 방문해주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많아 장사도 잘되고 장사를 하면서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사람과의 교류를 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3-10-25 16:59

마장동 주민자치회에서 5060 인생학교 글쓰기 교실이 열렸다. 마을자치회 간사 이재희(중앙 소개자) 님과 민선희 활동가가 전체 내용의 진행을 함께 맡아 진행해 주었다.마장동, 5060인생학교 글쓰기교실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9일까지, 마장동(동장 김평선) 주민센터 3층 다목적실에선 5060 인생학교 '글쓰기' 수업이 열렸다. 마장동주민자치회(회장 김영진)가 주최한 주민자치활동 지원사업의 하나. 5060인생학교는 은퇴를 앞두거나 생애 전환기를 앞둔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만남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도록 돕는 프로그램. 당시 참여자들의 글을 마련해 싣는다. 글을 통하여 '성하의 여름'을 느끼고, 각기 지역의 의미도 되찾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시길 빈다. - 편집자 주1. 비오는 날- 빈대떡, 꽃모종, 까만 가마솥 보리볶음 생각나어릴 때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랐다. 비오는 날에는 친구들과 봉숭아꽃과 다양한 꽃을 모종하여 심고 나면 마음이 뿌듯하였다. 비 오는 날이면, 또 어머니께서 부엌 까만 가마솥에 보리를 볶아 주셨다. 여름 방학때 친구들과 수영을 하며 간식으로 먹은 기억이 난다. 내 고향은 신안군 흑선면 사리인데, 대흑산도 소재지이다. 마을 앞바다에 작은 섬들이 나란하게 자태를 보이는 곳. 거기서 모래 백사장에서 맘껏 뛰놀고 수영한 기억들이 이번에 제주여행 모래 백사장 여행 할 때 생각났다. 비오는 날에는 빈대떡을 붙여 아이들과 간식으로 부담 없이 먹은 때도 종종 생각난다!- 박연아 / [대흑산도서 나고, 현재는 청계천 마장동 거주]   2. 아버지와 은어- 땡감 떨어진 길에서 어릴 적 추억에 잠기다       오늘 아침에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동사무소로 끌려가다시피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왜? 5060 건강체크 프로그램 받기 위해서다. 가는 도중에 동네 길 옆에 감나무에서 어린 땡감이 요즘 태풍에 떨어졌나 보다. 나는 그 땡감을 보는 순간 옆에서 같이 걷는 아들에게 -이 땡감을 보니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아버지 왜요?-음, 7월쯤 되면 한여름이잖니. 그때 이 땡감 주어다가 짓이겨서 집 부엌에서 재를 같이 섞어서 냇물에 푼단다.-왜요? 이종수-7월쯤 날씨가 30도 이상이면 냇물도 미지근하지. 그때 이 땡감을 푸는 거야.-무엇 때문에요? -음. 사실은 냇물에 은어라는 물고기가 한참 크고 있지. 그것을 잡아 회쳐 먹고 기름에 튀겨먹어도 아주 맛있단다. 왜냐하면 은어 고기는 비린내가 안 나고 담백하단다. -아버지 다음에 우리 같이 해봐요. 재미있겠어요.-그래 한번 기회를 보자꾸나. 우리는 동사무소에서 혈당과 혈압체크하고. 집으로 오는데 소낙비를 듬뿍 맞으며 집에 왔다. - 이종수[삼척이 고향, 마장동은 제2의 고향]  3. 마장동 굴다리- 여름 물난리 속, 따뜻한 이웃들 정김창호마장동에는 도선사거리에서 마장역 가는 방향으로 굴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위로는 경원선이 지나가구요. 내가 중학교 다닐 때쯤 지금처럼 비가 많이?오면 굴다리가 물에 잠겼습니다. 어른 허리 높이쯤? 되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면 그 길을 통과해야만 했지요. 그렇게 물구경만 하고 있는데 주변에 몇몇 총각(?)들이 어디선가 큰?스치로폴 판대기 같은 것들을?가져와서?학생들과 사람들을 태워 날랐습니다. 누구 하나 물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건넜고 우리들은 그 모습을 꽤나? 재미있게 구경하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가, 박완서 님의 청계천 묘사 중?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순식간에 펼쳐진 그 장면들은 어렵지만 참 순수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창호[마장동서 나고, 자라 지역일까지 맡고있다]  4. 토렴, 알알이 스며드는 맛- 마장동 식문화의 정수라고 할 국밥집 토렴 마장동은 김영진을 설명하고 포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브랜드이다. 마장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마장에서 살고 사업하고 있는 기본 뼈대가 있다. 또한 나에 하루 24시간이 상당수 마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장동에는 청계천이 있고 청계천 하류 1.6km를 흐르고 있다. 마장 청계 주변에는 1930년대부터 야채시장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야채 시장 주변에 하나 둘 씩 국밥집이 생겨났다. 설렁탕 원조라고 티브이에 나온 옥천옥, 우거지가 잔뜩 들어간 선지해장국이 유명한 대중옥, 간판도 없이 운영하는 갈비탕 전문 금호식당, 청계천 지류인 용두천에 곰보추탕 등 식당들이 즐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소설 '왕십리' 속에 주인공인 준태가 자주 가는 식당이 바로 '대중옥'이었다. 청계천에 자리를 잡은 식당들의 특징은 24시간 영업을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술꾼들이 어디선가 술을 먹다가 새벽녘에 성업한 곳을 찾아오는 곳이 바로 청계천 국밥집이었다. 마무리로 해장국으로 속을 달래곤 했던 곳들이다. 대중옥에는 우랑(숫소의 정낭)과 송치(암소 배 속에 든 새끼) 등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독특한 메뉴가 있었다. 또한 통 미꾸라지를 통째로 걸쭉하게 끓여내는 서울식 추탕도 있었다. 마장동 국밥집들에 두 번째 공통적인 특징은 '토렴'에 있었다. 밥이나 국수 따위에 따뜻한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며 데우는 방식을 토렴이나 한다. 이런 토렴을 하려면 육수가 하루 종일 끊고 있어야 가능했다. 김영진밥은 미리 지어두면 찬밥이 되기 마련이고, 이를 따뜻하게 만들어 먹기 위하여 찬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밥을 따뜻하게 만들어 손님에게 내는 방법이 바로 토렴이다. 이렇게 토렴하면서 국물로 여러 차례 밥을 덥히므로 밥을 넣고 끓인 것에 근접하게 되어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쌀밥 낱알마다 국물이 배어들게 되므로 밥 자체가 맛있어지게 된다. 토렴에 횟수를 더 많이 반복할수록 국밥은 더욱 맛있어진다고 한다. 그릇에 밥을 담고 뜨거운 장국으로 토렴한 후 그 위에 고기와 달걀 지단을 얹으면 하나의 국밥이 완성된다. 한마디로 토렴은 국밥집 주인장이 손님에게 내미는 첫 인사이자 정성이라고 볼 수 있다. 노련한 주인장은 때로는 토렴을 하면서 손님과 인사로 말도 붙인다. 토렴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국밥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면 토렴이 상당한 솜씨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토렴 맛에 끌려 수십 년간을 단골로 찾아가고 그 맛에 내 입에 인이 박여서 지금껏 나 역시 찾아가고 있다. 토렴의  역사는 이랬다고 한다. 배고픈 사람이 끼니를 요구할 때, 집 안에 새로 지은 밥이 남은 게 없고 먹다 남은 보리밥을 줄 때가 있는데, 그땐 뜨거운 장국으로 토렴해서 주는 게 없는 사람에게 베푼 최소한 도리였다고 한다. 잠시 마장동과 청계천 국밥 토렴을 생각해보았다. 토렴은 수고이고 정성이고 솜씨이다. 우리네 사람 관계도 토렴처럼 때로는 소통 안되는 사람들과도 계속 반복적인 시도를 하는 수고를 하고 그것이 솜씨로 발휘되어서 차가운 관계가 뜨거운 관계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김영진[4대째 마장동서 살고 있는 본투비 마장동김씨]5. 서촌과 북촌- 화초 혹은 잡초에 대한 단상며칠 전 종로구 옥인동, 속칭 서촌이라고 불리는 동네로 사진 촬영을 갔었다. 오래된 가옥들과 콘크리트건물들을 분류하여 구분하는 듯 얼히고 설킨 전깃줄로 어지러운 전봇대들이 우뚝 서 있는 곳이었다. 촬영 테마와 소재를 생각하는 와중에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골목길변 옛가옥이든 현대식 빌라든 대문과 입구에 내방객을 환영하는 듯 놓여져 있는 화분들과  담벼락과 골목길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나온 잡초들이었다.문득 일년여 전에 돌아보았던 북촌 골목길이 생각났다. 그곳 옛한옥들은 거의 다 육중한 대문을 갖고 있던 것 같은데, 한결같이 잠겨있었고 문앞에 화분이 나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벽과 벽 사이 골목길은 매일 청소하는 듯 깨끗하여 그 흔한 잡초들 또한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북촌과 서촌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화분과 잡초를 볼 수 있냐 없냐의 차이가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으로 각기 동네에 사는 이들의 성향 차이까지 확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예로부터 북촌에는 양반사대부들이 많이 살았고, 서촌에는 상업과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어쩌면 거주 인적 구성원의 특성 상 북촌은 내부지향형이고 서촌은 외부지향형에서 오는 세상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북촌은 유무형의 자산을 지키고자하였고 서촌은 화합과 조화를 중시하다 보니 개방형 마인드 표시로 대문앞에 화분을 두고 그리고 자연상태의 잡초를 방치함으로서 내방객들과 가질 수 있는 긴장과 경계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서촌인들에게는 적어도 화초와 잡초를 구별하여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아닌 듯하였다.화초와 잡초.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싶진 않다. 식물 존재 자체적으로는 실제 아무 차이가 없다. 단지 사람이 설정하고 규정한 실용적인 관점에서 구분되는 것뿐인 것 같다. 사람 손을 타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이 주인에게서 버림을 받게되면 천덕꾸러기같은 유기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김석한적어도 서촌에서는 화초에 비해서 못생기고 화려하지 않지만 생활공간 한 곳에서 버젓이 생생한 자태로 서촌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구태여 잡초라고 분류하여 부를 필요가 없는, 또 하나의 이쁜 생명체일 뿐이다.화초도 마냥 방치하면 잡초가 된다고 한다. 잡초 또한 마냥 방치하면 사람에게 해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식물에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숨쉬고 자라는 생명체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다.오늘부터라도 도로변 아스팔트와 인도 경계면을 헤집고 빼꼼히 얼굴 내민 이름 모를 풀일지라도 그의 강한 생명력을 격려하며 이뻐하자. 서촌 좁다란 골목길변 오래된 가옥담벼락과 붙어있는 장독대 콘크리트 틈새로 살짝 삐져나온 갸날픈 강아지풀에 잠자리가 앉아 있었다.- 김석한[광진 주민, 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7-26 13:04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성동지사 심영섭 담당자. 이곳에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등록할 수 있다.지난 7월 22일, 기자는 성동구도시관리공단 3층을 찾았다. 청계천변 청계천 9가. 그 건물에  건강보험공단 성동지점이 있다. 3층 민원실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전 확인을 받은 참이었다. 이미 죽음의 과정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기계의 힘을 빌려 목숨을 연장하지 않음을 자신의 자유의사로서 명확히 밝혀 일종의 '공증'을 해두자고 하는 것. ◆청계천변 국민건강보험 성동지사서 신청 가능민원실에 들어서면 대각선 건너편에 큼직하게 표식이 돼 있다. 자리에 앉자, 절차는 10여분 만에 진행되었다.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그리고 연명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그것을 들었음을 확인하는 서명절차 두 번. 그게 내 죽음-연명의료에 대한-을 내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의 전부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담당자께 질문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다. 많이들 이 절차를 이용하고 계신가?“평균 하루에 7~8명은 오시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친구분들이 함께 오시기도 하고, 부부가 함께 오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역시나 다수인데, 여자어르신이 상대적으로 남자어르신보다는 많다. 주변분들에게 이런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씀하시면, 그것에 자극을 받고 오시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여기 성동지점에는 옆동네 동대문에서도 많이 오신다. - 병원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가능한 것 같은데. “함께 전달해 드린 책자를 보시면, 안내가 돼 있다. 서울에서는 현재 은평구와 중구 보건소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병원에서는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및 여의도성모병원 등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비영리 법인 및 단체도 있다. 성동선 한양대학교병원에서도 등록이 가능하다.”2022년 7월 22일 현재의 등록기관수는 558개다. 의료기관 수는 336개. 이중 성동구는 두 곳이 등록기관 등록이 돼 있다. 위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동지사[성동구 청계천로 546, 3층(마장동) 1577-1000]와 한양대학교병원[성동구 왕십리로 222-1 / 전화 02)2290-8665] 광진구로 넓히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진지사(광진구 구의강변로 45, 105호(구의동) 전화 1577-1000 동일하다]- 이곳에서 신청을 하면 어떤 절차를 거치나?“우리는 대행기관이다. 의향서 등록에 관한 업무, 설명이나 작성 지원을 해드린다. 결과도 통보하고. 만약에 원하신다면, 연명의료의향서 카드도 보내드린다. 카드가 없어도 전산등록이 되어 효과는 동일하다. 연명의료에 대한 최종적 관리를 하는 곳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http:www.LST.go.kr)이다.”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를 찾았다. 거기서 찾은 몇 가지 정보.   ▶ 2021년까지 1,158,585명 작성, 100명 중 2.65명  2018년.2.4~2021.12.31까지 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2018년 100,529명에서 2019년 432,138명. 2020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줄어서 257,526명이지만, 지난해는 다시 368,392명이다. 2021년 기준 누적 1,158,585명. 인구 100명당 2.65명, 2.65%가 이미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 이중 남성은 357,077명, 여성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아서 804,717명이다. ▶ 연명의료계획서  치료 중 작성되는 연명의료계획서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21년 현재 누적 81,129건. 남성이 50,596건, 여성 30,533건이다. 60대와 70대의 남성에게서는 그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인상적인 표지. ◆시대 따라, 사회 따라 죽음에 대한 다른 태도2016년 한 해, 우리나라 총 사망자 28만 명 중 75%인 21만 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병원에서는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생명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술과 처치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온 것은 2009년 김할머니 사건 이후.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 여부 확인을 위해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레 의식을 잃었고,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있게 된다. 할머니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을 전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병원에서 이를 거절,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된 사안.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한다. 2013년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서 절차와 방법을 논의,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연명 의료결정제도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것. 2009년 김할머니 사전 전에는 어땠을까?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당시의 정황을 보여준다.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에 대한 의료진 및 가족을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로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물질문명의 전파나 과학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우리는 쉽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주거환경을 포함해서 먹거리와 사용하는 도구 등 환경에 너무나 쉽게 적응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속도, 정신이나 문화의 영역에서 변화는 조금더 늦게 온다. 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아노미-문화지체'다. 위 연명의료에 대한 논란은 그런 예다.◆호스피스가 좋은 죽음 핵심이지만, 영국은 일상화, 한국은 갈 길 멀어연명의료의향서를 마친 기자에게 공단은 <말기 환자와 가족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안내>서를 동봉해 주었다. 안내서는 아쉬웠다. 호스피스에 대한 설명이면서, 호스피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定義)와 설명이 없다. 입원형/자문형/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한 설명과 전문기관에 대한 설명,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 있지만….호스피스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도 인간적인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활동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순화해 '임종봉사자'로 번역했다.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까? 어떤 죽음도, 심지어 좋은 죽음도 나쁜 삶보다는 낫지 않다(好死不如惡活)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생각에 대해 어떠신가?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는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다. 이코노미스트 인텐리전스 유닛은 완화의료 및 보건환경, 인적자원, 돌봄자원구입능력, 돌봄의 질, 지역사회의 참여 등 5개의 범주를 20개 항목으로 나누고, 이를 지수화해 '좋은 죽음에 대한 평가지표'를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40개 OECD 회원국중 32위, 2015년에는 18위로 올랐다. 73.7점. 영국은 93.9점이었다. 영국은 어떤 상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이 '웰다잉의 나라'가 된 비결로 꼽는 것은 호스피스 제도다. 영국 정부는 완화의료에 대한 포괄적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보건서비스(NHS)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한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이 이루어진다. 환자들은 거의 무료로 호스피스를 이용한다. 어린이도 호스피스에서 죽음과 함께 산다.  태어나자마자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미아란 아이. 그 아이는 현재 17개월이고, 언제 어떻게 상황이 나빠져 병원 신세를 져야할지 모른다. 이 아기를 엄마는 호스피스에 데려다준다. 호스피스에서는 이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놀아주고, 옷도 갈아입히고, 온종일 돌보다 엄마에게 돌려준다. “만약 위급 상황마다 병원에 간다면, 대기시간도 길고, 매번 낯선 의료진에 미아에 대해 설명하거나 새로 진료가 시작될 것"이라는 미아의 엄마는 “호스피스가 없었다면 가족의 일상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2017년 호스피스의 날을 맞아 마련된 '누구도 홀로이지 ㅇ낳게 사진전' - 보건복지부 제공◆'의사조력존엄사법' 전에 해야할 일들최근 국회는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대표 발의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갑)은 1) 말기환자이고 2) 수용키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며 3) 신청인 자신의 의사로 희망할 경우, '조력존엄사'가 가능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조력 존엄사법 발의에 대한 호스피스학회 입장-2022년 6월 21일”(출처: hospicecare.or.kr)을 냈다. 이 글은 좋은 죽음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1.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나,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스피스 돌봄이 가능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에 국한되고 있다. 2. 이조차 인프라 부족으로 대상 환자중 21.3%만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을 뿐이다. 약속했던 인프라투자, 돌봄에 대한 관심, 사회적 제도 정비 등은 아직 제자리걸음 그 이상이 아니다.  3. 지난 코로나 2년을 거치며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88곳 중 21곳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휴업했다. 나머지 기관도 방역을 이유로 면회가 금지돼 환자들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질 높은 생애말기 돌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지. 당면한 문제의 해결과 돌봄에는 소극적인 채, '조력 존엄사'는 자칫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죽음 전에,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였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7-26 12:46

장수의비결 네셔널지오그래픽2005년 11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장수의 비결-The Secrets of Living Longer>을 특별기획기사로 게재했다. 저자는 댄 뷰트너. 사냥, 정원가꾸기, 자전거타기, 캠핑, 사냥 같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집안에서 자랐고,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혹은 전 세계 대륙을 종단횡단한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저자가 직접 전 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 탐험하고 취재한 내용. 소개된 곳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리스 이카리아,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한국판에서는 담양-곡성-구례-순창 네 곳을 장수벨트로 소개했다) 이곳을 책은 '블루 존'이라고 불렀다. 병없이 오래 활동하며 행복하게 사는 곳. 이곳에선 나이가 무의미해서, 90세 100세에도 여전히 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바다에서 다시마를 줍는다. 해변서 물구나무 서고, 오토바이를 타며 즐긴다. 책에서는 대략 9가지 정도의 공통점-파워나인-을 찾았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까?'병 없이 오래 사는' 아홉 가지 비결1.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농사를 짓고, 살림을 하고, 자주 걷고.2. 소명의식. 목적의식적인 삶(아침에 일어나면서 설레는가?)3. 스트레스 관리. 달리기든, 샤워하며 음악 듣기든, 편안한 친구와의 대화든.4. 소식. 배고픔이 가시면 먹기를 멈춘다. 배불러도 먹는 우리 이웃은 얼마인가?5. 고기를 적게,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생선은 더 자주, 붉은고기는 덜.6. 술은 적당히 하루 1-2잔. (와인 한두 잔이 좋다는 이야기가 배경이다)7. 공동체에 소속된다. 친구, 취미모임, 정당이거나 계속 자신의 일 동료이거나8.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 '저녁 있는 삶'이란 구호는 그간의 정치 구호중 최고다.9. 건전한 사회적 네트워크. 우리는 물든다. 향 싼 종이거나 생선을 싼 종이처럼.이 아홉 가지 비결 중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이것이 특별한 블루존에서만 하지 않아도 되는 습관이란 점이다. 맑은 공기, 맑은 물 아니어도, 우리는 '불루 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경쟁과 스트레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하여 접대를 하고, 밤을 새워 공부하고 일해야만 하는 상황은 우리들에게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위 아홉 가지는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해 봄직한 것들이다. 내 삶의 양식들을 조금 반성하면서, 삶의 루틴들을 다시 조직해 볼 수 있을까?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을 다시 점검해 보는 일이다. 그중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유교주의, 성별의 구분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전에 해온 대로 세상을 산다. 물질적 실질적 삶의 조건들은 쉽게 바뀌지만,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아노미-문화지체'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략 그렇다. 어르신, 시니어들에게 이 문제는 첫 번째 넘어야 할 과제다. 남녀로 구별돼,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온 삶은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한다. 서로 가보지 않은 곳을 '탐험'해 보자. 남자어르신, 집에서 살림에 참여하기 위 블루존의 습관 중 첫 번째로 꼽힌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집안일을 하는 여성들이 바깥서 일하는 남성들보다 왜 평균 6~10여년씩 더 사는지 알려준다. 하루 세 번의 밥을 차려내고, 끊임없이 처리할 수밖에는 없는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청소와 같은 일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헤겔은 “노예가 밭 갈고, 집안 일 하고, 물건 고치고, 이런저런 대소사를 처리하면서, 나중에는 주인보다 더 많이 세상에 대해서 앎으로서 주인의 주인이 되는" '노예의 볍증법'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니 살려는 자, '살림'부터 손에 잡을 일이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요리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잡고, '음쓰(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남자 어르신은 적다. 이것부터 다시 아내의 손에서, 자식들의 손에서, 혹은 요양사의 손에서 되찾아오시라. 아직 해보지 않았고, 하실 수 있는 일이라면, 가장 먼저 그걸 하시라. 가정의 평화와 더불어 나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4번, 5번, 6번도 모두 살림을 통해서 내가 통제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적게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견과류를 더 많이 챙기라. 이렇게 하는 것이 영양제를 한 줌씩 먹는 것과 견줄(돈도 훨씬 더 적게 들어갈 수 있다)만하다. 요리는 그중 으뜸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긴 여정이 필요하다. 먼저 싸고 신선한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아야 한다. 다음 재료들을 씻고 다듬어야 한다. 요리와 조리를 하는 과정 다음에는 담고 먹고 또 치우는 과정이 남았다. 설거지와 음쓰를 버리는 일까지 하면, 한 끼 밥을 먹는다는 일이 엄청한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동안 이걸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이 든다. 그 고마움이 힘든 노년의 시기를 넘어갈 지도와 나침반, 등산 여정 중의 초코바가 된다. 그러니 지역 경제에 도움도 될 겸, 길을 걸어 동네 시장에도 들르고, 지역에서 오래된 마트도 쓱 들어가 보라. 구멍가게들은 전부 편의점으로 바뀌었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의 상점들은 꽤 괜찮은 가게와 마트로 성장해 있다. 여자어르신, 도서관에 공공기관에 가실 것도서관에 가보면 신문 열람대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전부 남자어르신들(반면, 시장을 가보면 흥정을 하고 있는 이들은 대개 여자 어르신들이고)이다. 내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고,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3년여가 흘렀고, 남편 없는 산 삶의, 또다른 결과다. 어머니는 남편을 따라 시댁에 제사를 다닌 것이 가장 큰 '임무'였다. 남편의 일자리, 남편의 고향친구들을 따라 계모임에도 다녔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아버지 옆에 어머니는 앉아 있었다. 은행업무와 필요한 사회적 계약들을 아버지가 했다. 어머니에게는 사회적 관계, 그녀의 공동체가, 공공에의 접속이 없었다. 그 훈련들이 적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사라지자, 행동반경이 집으로 한정됐다. “폭식보다, 끽연이나 폭음보다 해로운 것이 있다면, 그건 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진실이다. 건강이 신체적 건강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측면에서도 아울러 건강해야 정말 몸이 지켜진다고도 할 수 있다. 공동체를 찾을 수 있는 곳, 소명의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 만남, 이를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는 어떤 곳. 그곳이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이다. 공원은 공공의 재산이다. 서울숲은 응봉산과 대현산, 금호산과 매봉산, 아차산과 수락산 같은 넓게 펼쳐진 자연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면, 그곳은 나라의 재산이어서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카페와 식당, 백화점과 놀이공원이 그렇다. 하지만 '돈' 없이도 가볼 곳은 많다. 집밖의 공원처럼, 무엇보다 먼저 도서관이 그런 곳이다. 도서관을 공원 가듯이 천천히 둘러보자. 거기 꽃만큼 예쁜 책들이 있다. 영화도 있다. 벤치에 눌러앉듯, 거기 강연도 신청해 보자. 책을 보고, 책을 빌려도 보자. 강좌가 있다면 그것도 좋다. 거기서도 우리의 삶이 새로 시작한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7-13 09:48

서울시는 지난 7월 7일,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시민은 지우고, 매력을 앞세웠다'는 평가. 마을-도시재생 대신 개발로 서울시의 큰 방향이 바뀌었다.구글에서 서울시청을 검색하니, '동행-매력 특별시 서울'이란 로고와 함께 뜬다. 지난 7월 1일 본격 시작된 8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슬로건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민선8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방향에 맞춘 서울시 조직개편(안)을 마련함으로써, 위 구호를 시정에 실현하기 위한 액션에 들어갔다. 지난 시기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었던 시의회 대신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만큼, 개편안은 7일~11일의 입법예고를 거쳐 14일 시의회에 제출된 후, 원안대로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행과 매력 내세운 서울시, 개발 중시 시민은 배제'동행'은 약자와의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약자와의동행추진단'이 시장 직속의 정규조직으로 신설된다. 각 실과 본부, 국에 생계·교육·주거·의료의 취약계층 맞춤형 정책을 본격화한다고 조직개편안은 밝히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폐기'하기로 공약했던 '여성가족부'의 서울시 버전인 '여성가족정책실'이 '저출생 시대 보육과 돌봄의 공공의 역할 강화를 위해 전면 개편·강화된다'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매력'은 '디자인서울 2.0'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K뷰티 산업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뷰티패션산업과' 신설” 등이 키워드다. 미래 먹거리 용산정비창 개발 등이 “누구나 살고, 일하고,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카테고리 지어져 위 사업과 연결된다. 초선과 재선 당시 디자인서울을 통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만들고, 세빛둥둥섬 등 서울의 외관을 주로 바꾸어간 오세훈 시장의 '개발주의'가 다시 재림을 앞두고 있다. 모아타운과 모아주택은 서울시의 '개발' 브랜드다.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은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공급하는 방식이고, 그 안에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진행된다. 다가구와 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공공기여 없이도 층수를 완화(15층)하고, 품질과 공공성을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하고있다. 모아주택의 경우 지난 1월 13일 “지하주차장 확보가 가능하도록 부지면적 1,500m2 이상의 부지면적만 블록단위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이렇게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 등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6월 11일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1호 사업지인 광진구 신향빌라 추진위 구성을 건너뛰고 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합직접설립제도'도 승인했다. 빌라주민 89%가 '조합 직접설립'에 찬성하였기 때문. 통상 3년6개월여 걸리는 조합결성이 1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 주민협의체 및 조합 임원 선거 및 창립총회 등 전단계에 걸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 이전 도시재생 등에 투여된 인원이나 재정은 이제 개발에, 집에 집중 투여된다. (현재 서울시에는 신속통합재개발 적용가능 대상지 60여 곳 등데도 이같은 지원방안을 지속 홍보할 계획이다)이제 서울은 (박원순 시장의) '마을'과 '재생'에서 '시 주도'와 '개발'로 테마가 바뀔 태세다.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던 마장동과 사근동 역시 모아타운으로 지정됐다. 마장동 457 일원(7만5382㎡) ▲사근동 190-2 일원(6만6284㎡) 등이다. 마장동을 찾은 건 그 때문이었다. 2022년 모아타운으로 지정된 마장동457 일대도시재생 진행되던 마장 “5년내 가장 실망스러운 일”서울시는 서울숲의 관리주체를 비영리민간기구였던 서울숲컨서번시에서 서울시 직영으로 2022년부터 전환했다. (2005년 서울숲 조성 당시부터 숲을 가꿔온 서울숲사랑모임과 서울그린트러스트 조직이 결합되었던 서울숲컨서번시는 2016년 서울숲 관리주체가 됐었더랬다.) 에너지 자립마을 등에서 활약했던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 서울마을종합지원센터에 대해서도 감사 내지 수사 의뢰가 됐다. 마을예술창작소나 마을공동체, 마을미디어, 마을주택 등 수많은 시민 영역도 재정적 정책적 지원은 축소 폐지됐다. 도시재생도 마찬가지.   마장도시재생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이곳이 서울시가 그간 직접 주도해오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간 진행해 오던 상인주민과의 도시재생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서울시는 빠졌다. 마장동 주민들과 상인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던 마장키친도 문 닫은지 오래. 올해 12월까지 예정된 도시재생 사업이자만, 마장도시재생지원센터도 조기 폐쇄할 계획이다. 마장동에서 4대째 살고 있으면서 마장도시재생상생협의체 주민대표를 맡고있는 김영진 회장을 만났다. 2017년, 마장도시재새생이 시작될 당시부터 “마장동, 마장동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어서 나선 지난 5년 이래, “가장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그는 토로했다.  주민/상인-서울시-성동구청이 세 개의 발을 이루며 도시재생을 진행시켜나가다, 급작스레 불거진 서울시의 '변심' 때문이다. - 마장동 도시재생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싶다. “마장도시재생은 성동구의 다른 도시재생지[성수동/송정동/용답동(장안평과 전통시장)/사근동 등]와는 다르게 중심시가지형이다. 마장동축산물시장의 재래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가장 큰 축으로 지난 2017년 2월 선정됐다. 2018년 1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개소했고, 꾸준히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현재 외부에선, 마장동도시재생이 '실패사례'라고 한다. 주민 입장서 보았을 때도, 성공적이라고 하지 못하겠다.”- 어떤 점이 미흡하고, 예상했던 바에 미치지 못했나?“마장도시재생을 시작할 당시 매우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마장동 주민들의 최대 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장동축산물시장의 냄새를 저감하는 문제였다. 오랜 동안 연구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그게 현 마장 525번지 마장청계플랫폼에 유지처리시설을 넣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대 민원에 밀려 좌초했다. 서마장 지역은 올해 동명초등학교 입학하는 학생이 0명이었다. 주민들이 살만한 환경이 되지 못하는 곳이다. 이곳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서마장상생센터(가) 등을 짓고, 일정한 역할을 맡기고자 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설립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마장동은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는 곳이다. 결국 서울시 의지 문제다.”- 축산물시장 북문쪽 525번지는 플랫폼이 완공됐다. 왜 서마장 지역 센터 건립은 늦고 있나?“서울부동산 옆에 부지는 이미 마련돼 있었다. 근처 2곳의 경로당이 너무 낡고 시설도 열악해서 이 두 곳이 센터에 들어가고,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시설을 넣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실제적인 책임을 지면서 추진해야할 사안이다. 그런데 그 동안 여러 번 건물을 짓는다 안 짓는다 말이 바뀌었다. 주민상생협의체 등과 협의하면서, 이곳에서 성장한 도시재생기업(CRC)이 이곳을 맡아 운영하는 것도 우리의 합의였다. 최근 서울시는 이 계획도 취소했다. 자신들이 적절성을 심사해서, 적격한 업체가 있을 경우에만 센터를 짓겠다거나, 그 업체들에게도 임대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도시재생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에도 손을 떼면서, 현실불가능한 조건을 붙이고 있다. 그동안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있는 거다. 도시재생이 올해말까지 운영인데,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이미 와해된 상황이고, 8월이면 그나마도 문을 닫는다고 했다.”고기연구소 조합 만들고, '마장다움' 마움갤러리서 희망 만들기-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서울시 담당자들과 면담을 요청해서 지난 6월 13일 대화를 가졌다. 마장축산물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박재홍 대표, 나, 마장도시재생을 유치하는 데 애쓰셨던 김충수 어르신, 그리고 주민들, 성동구청 도시재생과 담장자들과 함께였다. 서울시는 '서마장센터는 어쨌든 짓겠다' 했지만, 주민과의 협의와 참여로 이루어져온 도시재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서울시에 정식으로 마장동 도시재생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아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마장의 고민을 기회로. 협동조합 고기연구소가 꿈꾸는 마을 역시 '동행-매력의 마을'이다. 타운-집의 하드웨어와 주민-협치라는 소프트웨어가 이들의 희망이다. 오른편 뒤가 김영진 회장.- 주요 내용을 말씀해 주신다면?“무엇보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협의하는 민주주의 원칙, 협치의 대세에 어긋난다. 마장도시재생은 도시재생특별법 및 마장도시재생활성화계획 고시[2019-304호]에 의해 진행돼 오고 있었는데, 이 역시 서울시는 공공재산 및 물품이용 조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525센터와 서마장센터 등 하드웨어적 공간에 주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그간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 마장동과 마장동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하라는 것. 우리 요구는 오직 그뿐이다.”김영진 회장은 최근 협동조합 고기연구소 창립총회를 열었다. 마장동의 '고민을 기회로' 엮는 지속가능한 조직과 활동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오랜 동안 공장으로, 교회로, 혹은 탁구장으로 쓰이던 60년 된 건물 3층에 마움갤러리를 열었다. '마장다움'을 찾아 오래 고민한 끝에, 마장 주민들과,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이 차근차근 시간과 돈과 마음을 써서 만들어낸 공간이다. 아직 바닥 공사를 하지 못한 시멘트 바닥에서 이들 마장동 사람들은 '2년여 기간 동안' 노래 교실을 열었었다. 마장지역의 어르신들 5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마장실버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성악가와 음악가, 기획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이곳에서 '콘텐츠박물과 이야기갤러리'도 열었었다. 마장동의 문화적인 자원들, 역사와 함께 흘러온 사회적 자원들이 고루 마장사람들에게 공유되었다. 지금 이곳에선 로컬콘텐츠 교육전문가 과정을 10주차로 진행하고 있다. 매주 사람들이 모여 꿈을 현실로 이뤄가기 위한 상상을 펴고 있다.   “마움갤러리로 놀러오세요. 이제 마장은 생산의 기지였다가, 문화의 생산지가 됩니다. 주민들이 서로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습니다. 협동조합 고기연구소의 조합원이 되어주세요. 우리 마을을, 우리 스스로가 바꾸어가는 희망의 역사를 써보죠.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은 우리의 길이 됩니다. 노신이 이야기했던 것처럼요. 그들이 않으면요? 그거 우리가 하죠, 뭐!”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7-12 17:52

  이날 강의는 놀멍쉬멍가드닝클럽(대표 민선희, 사진 좌편)에서 주최했다. 마장동 주민자치회, 송정동 도시재생협의회, 성수동 주민과 기업의 직원 등이 참석해 동참을 뜻을 같이 했다.2022년은 로마클럽 보고서가 발표된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다. 우리가 알고있는 책 <성장의 한계>가 그 책이다. 로마클럽 보고서는 '현상태로 지구가 삶의 양식을 지속할 경우, 지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를 냈다. 1972년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들은 이런 보고서를 냈던 것일까?이제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하는 삶으로 우리의 삶이 변해야 한다.1945년에 일본에서는 두 개의 핵폭탄이 터졌다. 1952년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1만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미나마타병과 이따이이따이 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곤충과 새가 더 이상 울지 않는 세계를 경고할 때, 곁에는 살충제가 있었다. 1960년대 후반,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엄청난 양의 고엽제-살충제를 베트남 전역에 쏟아부었다. 1971년 이집트의 아스완댐 완공 이후, 지역에서는 전염병이 발생하고, 하류지역에선 토사 공급이 줄면서 농업 생산량과 어업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로마클럽은 이후 20년이 지난 1992년에,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난 2004년에도 지속적으로 책을 발간하며 세계에 경고를 냈다. 2004년 이후 지구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2007년 한국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원유 1만2천547㎘가 바다로 흘러 나왔다. 2019년 가을 호주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가 발생했다. 다음해 봄까지 이어진 산불은 한국 국토면적에 해당하는 약 1000만 헥타르(ha)가 넘는 대지를 태워 수억 마리 동물들이 죽거나 서식지를 옮기는 등 영향을 받았다. 2020년 전세계를 멈춘 코로나19가 발발했다. 2021년 1월 13일 국제학술지 '대기과학 발전'에 발표된 바다 수온 측정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5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등의 불이 된, 이제 인간의 목젖을 쥐고 흔들고 있는 기후위기에 1섹터인 정치와 2섹터인 기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후위기에 대해서 발언한 후보는 거의 없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을 내건 녹색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은 비례로 0.76%(18만2301표)를 얻었을 뿐이다. 최근 ESG(환경/사회/협치)를 바라보는 기업의 반응에 대해서 들었다. 물론 시니컬한 농담이겠지만, '이런-시발-젠장'이란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들의 부담은 점차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노동조합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지배구조 또한 투명화 해야 한다는 압력이 불만인 것이다. “큰기업이나 그런 여력이 있지, 작은 기업들이 우선 살아남거나 경쟁에서 이겨야지, ESG를 하겠느냐?”는 게 기업인들의 속내다. 성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ESG 관련 행동을 소개하는 것은 한 표를 가진 주권자들이 바뀔 때 정치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단단히 마음먹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때 기업은 마지못해 친환경에 나설 것이다. 3.4%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바뀌면, 세상도 움직인다.  분해정원은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땅에 돌리는 작업이다. 모든 곳에서 ESG 작업이 필요하다. ■ 분해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 성동50플러스에서지난 6월 24(금), 새로 생긴 성동구50플러스센터에서는 <분해정원> 이야기 강연이 열렸다. 인천 계양에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동체 운동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 많은 성동사람들이 참석했다. 그날의 강연 요약.   “우리 인천은 수도권 쓰레기를 받는다. 2025년이 되면, 외부의 쓰레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는 원칙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때가 되었다.  음식물쓰레기만큼 심각한 것들이 많지 않다. 서울만 하더라도 분리수거 체계가 되어있고, 아파트에서는 RFID 카드를 통해 문만 열고, 음식쓰레기를 넣기만 하면 해결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외 지역에서는 거의 음식물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여전히 혼재해 버려진다. 이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데, 음식물쓰레기의 특성상 소각할 때 심각한 환경오염과 에너지 낭비가 일어난다. 이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타소의 26배다. 서울 등서 분리돼 버려지는 쓰레기도 엄청나게 복잡한 공정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비율은 3위다. 매년 13억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버려진다. 전체 음식물의 1/3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이를 분해해 퇴비로 만들어 활용하는 분해정원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전주에서는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이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일터에서 죽는다. 처리장에서 음식물을 섞는 교반기가 멈추면-이물질이 끼거나 해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인력이 투입된다. 정화조와 하수도 맨홀에서 질식사로 죽어간 사람들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여년 기간 동안 국내 현장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는 모두 195건. 질식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316명이었고 이 중 168명이 숨졌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나 사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두 개의 길 모두 환영받지 못한다. 돼지열병 이후 이렇게 만든 사료를 급여하지 않게 법으로 지정됐다. 퇴비도 한 방법이겠지만, 당신이라면 당신이 먹을 채소를 키우는 데 이걸 쓰겠나? 사회적 비용이 들고, 환경적으로 해롭고, 사람이 죽어간다. 그래서 분해정원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물론 쓰레기를 줄여가고, 좀더 '깨끗한 쓰레기'가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할 우리의 과제라고 결론이 났다. 처음엔 우리 집에서 시작했다. 우리집 화분에 넣을 퇴비를 만들었다. 다음에 우리는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인구의 51.1%가 흙을 만질 수 없는 공동주택에 사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원은 좀더 시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괴롭다'는 말이 잇지만, 평등한 동료시민이 되는 길 안에 환경 운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트로이트더트(http://detroitdirt.org) 같은 곳에서 보듯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 쇠퇴후 도시농업의 메카가 됐다. 그런 가능성은 내일 현실이 될 수 있다. 분해정원을 검색하시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으쓱단은 ESG를 실천하는 성동어린이 위원회다. 지난 6월 25일 오리엔테이션과 발대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다.   ■ ESG(으쓱)단 성동꿈나무 실천위원회 발대식 : 어린이지난 6월 25일 토요일, 행당동 마음온도에서는 성동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ESG 실천위원회 으쓱단이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성동구청(구청장 정원오) 대회의실로 이동 발대식을 마쳤다. 어린이들로 구성된 이곳 위원회는 이날 성동구청 대회의실에 정기위원회도 가지고, 환경과 사회 그리고 협치 활동에 들어간다. 성동구의 ESG 공모사업의 일부이기도 한 이 활동은 함께 하는 가족들의 후원과 실천을 통해 차츰 마을 안으로 전파될 것이다. 후세대에 빌려 쓰는 지구에서, 지금껏 어른들이 행해온 길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될 이 어린이들의 활동을 가족과 부모가 함께 지켜보았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6-29 11:53

강동신문 유명곤 발행인과 리봄교육 조연미 대표가 업무협약식을 맺었다지난 6월 23(목) 광진구의 50플러스 주민들이 결성한 마을기자단이 출범했다. 이들은 광진구청이 기획하고, 리봄교육과 건국대가 함께 양성한 마을기자들. 이들은 지난 8주간의 기간 동안 마을기자가 되기 위한 글쓰기 교육과 블로그 교육을 받았다. 기자 양성에 글쓰기 교육이 들어간 것은 기사가 결국은 '글'이라는 인문학적 바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철학 때문. 블로그 교육이 아울러 진행된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정보검색과 전파성 때문이다. '자기만의 온라인 사무실'인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마을기자는 이곳을 통해 자신의 전문적인 기사를 쌓고, 유용하게 활용도 할 수 있다. 이들 마을기자들은 디지털 온라인을 통해 시니어 정책 및 관련 내용들을 탐색하고, 이를 분석하는 기사들은 물론, 자신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내용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가겠다고 마음을 모았다. 광진마을기자단이 편집기획 회의를 하고 있다.한편 이날 마을기자단은 성동신문·광진투데이·강동신문과의 협약식도 지켜보았다. 이들이 기록한 마을의 소식들이 실릴 매체들. 이 협약식을 진행한 리봄교육 조연미 대표와 성동신문·광진투데이 이원주 발행인 그리고 강동신문 유명곤 발행인은 “마을 신문이야말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며, 새로운 필진의 신선한 기사들을 실어드리기 위하여 매체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발대식과 협약식 등을 기획하고 진행한 리봄교육 조연미 대표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정보와 내용은 디지털에 있다. 많은 시니어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디지털 교육을 받고 실제적으로 마을에서 참여할 때 개인의 일자리는 물론 시니어들의 일반적인 문제들도 해결될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슬로우 디지털'을 내세우는 리봄교육의 시니어디지털 교육은 매주 수요일 무료로 리봄교육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시니어를 알고 있는 시니어가 천천히 가르쳐주는 덕분에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슬로우 디지털 교육은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된다. 리봄나눔 교실이 진행되는 곳은 동작과 사당, 그리고 멀리 광명도 있다. 자신의 지역에서 필요에 의해, 직접 시니어들이 나선 것. 시니어들의 새 봄이 여기서 시작되고 있었다.리봄 나눔교육은 무료로 진행하는 슬로우디지털 교육이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6-29 11:14

서울숲 습지생태원에서 플로깅과 씨앗폭탄 만들기에 참여한 사람들.올해 우리는 70억 마리의 꿀벌들이 몰살했단 소식을 들었다. 기온상승의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 관측된 변화다. 전세계적으로는 조류가 50%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보고서도 있다. 곤충과 새들이 우리 주변에서 더는 날아다니지 않는 세계는 어쩌면 가시권에 든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변함없이 지난 6월 5일엔 환경의 날을 맞았다.지난 6월 4일 토요일, 서울숲에서는 작은 생태 환경의 행사가 있었다. 행사의 내용은 플로깅(줍깅)과 씨앗폭탄 만들기. 놀멍쉬멍가드닝클럽이 주최하고, 한양마을공동체와 초보도시농사꾼이 협력한 작은 모임이었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는 민선희 활동가. 그를 지난 6월 8일 응봉동 주민자치회 사무실서 만났다. 6월 4일, 환경의 날 맞아 플로깅과 씨앗폭탄 만들어민선희 활동가. 서울숲 정원사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언어를 배웠다.- 그날 있었던 행사의 내용과 취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플로깅[이삭을 줍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단어 Jogging의 합성어]은 달리며 혹은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운동이다. 지난번 쓰레기 수거를 할 때, 한 컵 이상의 담배꽁초들이 나왔다. 비닐코팅이 돼 종리로 수거될 수 없는 전단지도 엄청 나왔다. 인적이 드믄 곳에서 겨우 30여 분 진행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서울숲에는 고양이들을 포함해 많은 벌레들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겠지만, 이들 생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씨앗폭탄의 계기가 된 건, 꿀벌몰살 사건 때문이었다. 꿀벌들의 먹이가 될 밀원이 조금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에겐 여전히 녹지가 부족하다. 이미 조성돼 있는 곳도 사람들이 밟아서 훼손돼 있기도 하고. 씨앗폭탄은 예전에 민주화 운동을 할 때, 혹은 전쟁을 당한 시민들이 적을 물리치기 위해 던진 화염병이 생각나지 않나? 사람들은 그걸 꽃병이라고도 불렀다. 씨앗폭탄을 그런 곳에 던져넣을 수 있겠다.서울숲에서 오랜 동안 활동해왔던 우리 놀멍쉬멍 가드닝클럽에서 제안했고, 성수동의 아파트 커뮤니티와 성동구민기자단 분들로 구성된 초보도시농사꾼 팀이 함께 해줬다. 성수동에 독서모임 작당모의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분들도 참여해주고…. 재미있게 행사를 치뤘다.”- 서울숲의 운영주체는 근래 바뀌었다. 2016년부터 서울숲을 관리해오던 민간기구 서울숲컨서번시가 지난해로 운영을 종료했고 이제 서울시 동부녹지사업소에서 직영한다. 서울숲서 오래 활동해 왔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 습지생태원 정원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 제안을 여러 번 드린 적이 있는데, 예산 문제인지 좀 지지부진했다. 요즘엔 민원으로 간주되는지, 빠르게 처리됐다. 다만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숲이라는 오랜 전통이랄까 문화 같은 것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응봉동과 마장동 주민자치회 활동가 “함께 마을 만든다”- 현재 응봉동과 마장동에서 주민자치회 활동가로 근무하고 있다. 일하게 된 계기는?“나는 교육관련 회사에 근무했고, 공부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환을 준비하던 때 뉴딜일자리로 만난 것이 주민자치회 공론장 코디네이터였다. 뉴딜 사업이었으므로 일자리 적응 교육도 진행하니까, 미리캔버스같은 걸 배워서 이곳 업무에도 적용하고. 웹자보나 카드뉴스도 만드니까 예산도 절감되고(웃음). 당시 코로나로 주민들간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던 상황이었다. 주민총회는 자치회 업무중 가장 크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다음 한해의 의제를 제안, 수립, 선정, 투표를 하는 과정에 관여하고 돕는다.     현재 성동구에선 9명이 활동하고 있고, 1인이 2개동씩을 맡는다. 나는 응봉동 주민이어서 응봉동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마장동도 여전히 함께 한다.마장동의 주민자치회 역사는 오래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만들기 이전에 이미 2013년 행정안전부의 시범동으로 주민자치회가 시작됐다. 2년 임기의 자치회가 마장동은 이미 5기. 마장동 마을기획단은 조직적으로 마을자치회에 결합됐고, 지금도 여전히 주민 참여도가 높다. 2016년인가 기자가 마장동을 찾았을 때, 그곳 강당에선 직장 은퇴 주민과 이제 막 초중고를 입학하는 학생들이 모여 서로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마장동 언덕 홍익교회서 시작한 작은 모임 하마공부방은 '직업을 말해줘'란 프로그램을 4년여 지속해 왔다. 마장동의 이웃들이 직업의 강사가 돼 이곳 아이들을 만나는 프로그램. 마장은 마을이었다.- 마장과 응봉에서 하고 있는 일을 몇 가지 더 말씀해 주신다면. “자치회는 이전 주민자치위원회와는 위상이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동 시스템이 위원 선정에도 관여되고, 직능단체대표들의 협의회 같은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마을주민 누구든 6시간의 주민자치학교를 이수한 뒤에 참여한다. 주민참여예산도 배정돼 있고, 스스로 정한 의제를 갖고 매해 자치 사업도 진행한다. 분과가 형성돼 이 안에서 활발한 토의토론을 통해 마을일을 결정한다. 민주주의의 학교다. 마장동에서는 주민센터 옥상텃밭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곳서 재배된 채소로 취약계층나눔도 하고, 인근 어린이집의 생태학습장으로도 활용한다. 응봉동엔 응봉 스카이캐슬이란 재미난 모임이 있다. 산동네 265번지 분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응봉아이꿈누리터 센터장이신 유성원 님이 주축으로 학부모 대상으로 운동회도 하고, 응봉산 대현산 탐방도 한다. 마을공동체가 주민자치회와 접속돼 활동을 확장한 경우다.”- 민 대표 자신도 주민으로서, 마을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 같다.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을마다 처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도 모두 달라서, 이를 잘 이해하는 주민이 참여하는 일은 대단히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을일이란 게 지적, 감정적, 육체적 역량을 모두 써야하는 일이 흔하다. 마을 주민 중에는 자원봉사로 이 일을 하고픈 이도 있고, 파트로 활동을 하고픈 분도 있다. 그리고 풀타임으로 자신의 전망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걸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대문이나 금천구 등 이미 안정적으로 서포트되고 있다. 성동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가치의 언어 배우는 중, '공존'이 나의 키워드프랑스 다큐영화 <내일>을 보면 새로운 시대의 전환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나온다. 농업에서, 경제에서, 민주주의와 교육도 새로운 가치와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전에 경영학과 공학, 외국어를 배웠던 많은 사람들은 새로 생명의 언어, 소통의 언어를 배워간다. 민선희가 배우는 새로운 언어는 무엇일까?  -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가르치는가? “내 전공이 유아교육 및 초등교육이었다. 회사에서는 교육 및 교재 개발과 강의를 진행했었다. 지금은 예비교사들, 일반대 사범대 학생들에게 '초등실과'를 가르친다. 올해는 '공존'을 키워드로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숙제를 내줬다. 방울토마토를 키워보라고 했는데, 학생 하나의 답변에 조금 놀랐다.”- 어떤 답변이었나?“자신의 식물이 되게 늦게 자란다는 말도 있었고, '저한테서는 초록토마토가 나오던데요!' 이런 친구들도 있었다. 어린 토마토를 보지 못하고, 상품으로 나온 토마토만 접한 아이들에게선 그런 반응도 나오겠구나 싶었다.”왼편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선희 대표의 일러스트, 놀멍쉬멍가드닝클럽 회원모집, 플로깅 장면 및 씨앗폭탄 만들기- 마을에서의 경험은 교육이나 강의에 영향을 주고 있나?“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언제나 좋았다. 기획한 후 이를 꾸준히 밟아나가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겐 서울숲에서의 정원사 과정이 큰 전환을 줬다. 그곳서 흙을 만질 때,  누가 무엇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이 들었거나 젊거나, 부자거나 아니거나, 능력과 지위가 높고 낮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동일한 시간내에 성실하게 땅을 일구고, 생명들을 돌볼 수가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전의 내 교육방식의 틀을 깬 계기였다. 성동의 더 많은 곳에서 정원사교육이 있었으면 한다. 더 많이 땅에서, 사람 안에서 일할 수 있게.”민선희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우리의 시대 -인류세(Anthropocene)-를 생각했다.  인간은 가장 번성한 시대를 살고 있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이 시대의 흔적을 살피면 인간이 남긴 유물들이 세상에 가득할 것이다. 거기엔 플라스틱과 비닐과 인조가죽, 대량 사육돼 소비된 소와 돼지와 닭의 뼈들, 높이 솟았던 마천루 등의 건축폐기물, 자동차들과 항공기, 기차 그리고 아스팔트 등이 포함될 것이다. 또 있다.1945년에 일본에서는 두 개의 핵폭탄이 터졌다. 1952년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1만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미나마타병과 이따이이따이 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곤충과 새가 더 이상 울지 않는 세계를 경고할 때, 곁에는 살충제가 있었다. 그리고 2020년대초의 코로나까지.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지구에 가한 영향으로 발생한 일이다. 1968년 제안되고, 1970년 창립된 로마클럽이 발표했던 1972년 <성장의 한계>. 책에 나온 '연못의 수련'이 주는 경고는 섬뜩하다.“하루에 2배씩 면적을 넓혀 가는 수련이 있다. 만일 수련이 자라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30일 안에 수련이 연못을 꽉 채워 그 안에 서식하는 다른 생명체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보기에는 수련이 너무 작아서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수련이 연못을 반쯤 채웠을 때 그것을 치울 생각이다. 29일째 되는 날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덮었다. 연못을 모두 덮기까지는 며칠이 남았을까? 29일? 아니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우리는 지금 한 달의 어느 날을 살고 있을까?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6-14 16:58

송정동 재활용정거장 10호에서, 송정동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관리사 분들과 함께.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이런 재활용 시스템은 마을을 바꾸는 중핵이다.송정동은 굽은 동네다. 중랑천은 청계천을 만나기전에 용답동과 송정동 사이에서 굽이를 트는 데 그 천을 품은 동네다. 동쪽은 동일로가 길게 뻗으면서 광진구와 경계를 이루고, 남으로는 광나루로를 두고 성수동과 나뉜다. 서쪽에 주거지와 중랑천 건너 넓은 공공부지가 펼쳐지고 북쪽으로 이어진 뾰족한 영토를 송정제방이 차지하고 있다. 거기 제방서 봄이면 벚꽃이 여름에는 장미가 가을에는 단풍이 진다. 달리기를 하고 걷기를 하는 많은 이들이 있고, 제방아래 토끼굴을 지나 내려가면 중랑천에 자전거가 달린다. 노을이 지는 때, 굽은 물이 서편으로 흐르며 만드는 풍경은 성동8경(을 선정한다면)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송정동 사람 문미자 대표를 만난 건 지난 3월 여의도에서였다. 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5060점프업 창업3기 과정에 동네(성동) 사람이 참여해 반가웠다. 그의 아이템은 '송정동 비누'였다.  송정동 제방서 피는 벚꽃, 장미꽃, 환삼덩쿨 같은 것을 기반한 제품. 우리의 창업과정 주제가 '도시재생'이었지만, '우리동네 사람들이, 우리동네서 난 것을 가지고, 우리동네를 지속해서 키워갈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3개월여 수업과정을 마쳐가는 5월, 몽실몽실 송정고체비누 문미자 대표를 송정동 초입 카페 무경계에서 만났다.     골목에서 문미자 대표. 더위가 절정이면, 이곳 벽에서 안개분수가 나올 계획이다. 바닥도 벽돌블럭으로 바뀌었다.큰 재난에 발벗고 나선 이들과 함께 비누로 나눔Q: 문미자 대표님에 대한 창업팀 사람들의 기대가 대단하더라. 이미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계시다는 점, 동네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 환경 생태 메시지가 분명한 사업을 지속한다는 점 등이 놀랍다는 평가다. A: “우리는 동네에서, 구에서 오랜 동안 관련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사)마을넷동네가 주최한 성동환경기지개(기후지킴이개시) 행사도 함께 치렀고, 전국도시재생박람회 때도 참여했다. 기반이 되는 이들은 자율방재단이다. 재난시에 동네를 지키도록 조직돼 있던 분들인데, 코로나 시국에서 역할이 커졌다. 이분들과 동네 돌며 폐식용유를 모아 비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비누 1,500개를 경찰, 환경미화원분들, 마을가게 이런 데 다 돌렸다.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분들, 주민자치회에서 함께 했던 이웃들..., 이런 송정 사람들이 같이 늘 참여해준다. 우리가 여럿이 늘 함께 가니까 핫한 팀이지.(웃음) 늘 불러주시고 찾아주신다.”Q: 송정동에서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줄은 알고 있었다. 어떤 일들이 진행되어 왔었나? 마을마다 현안들이 다르니까. A: 송정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은 마중물 사업비 100억에 연계사업비가 연계 투입된 큰 규모의 사업이다. 벌써 어린이 상상마당이 조성됐고, 세대가 함께하는 플랫폼 공간 조성 다양한 형태의 공공 외부공간도 함께 세워질 것이다. 동네에 적용되는 디자인의 기준은 개성있고 재미난 기능을 가진 건축물들이 동네를 채우도록 해서 이미 변화를 느낄 수 있으실 거다.마을을 들어오는 큰 길가 간판들을 모두 새로 바꾸는 작업들이 벌어졌다. 많은 주민들이 대단히 흡족해 하신 사업이다. 그 외 동네도 많이 달라졌다.”Q: 성동구에서는 올해 10억 규모의 ESG공모사업을 모집했었다. 송정동 팀은 여기에는 참여를 하지 않지만 송정동의 재활용정거장은 큰 이슈가 됐었다.A: “쓰레기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원이 없다는 분들도 많았다. 송정동은 저층 주거지가 많고, 아파트처럼 잘 관리되지 않는다. 재활용정거장은 재활용품을 모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집 앞서부터 시작했다. 주민자치회 감사님과 또 한분이 나섰다. 성수동 3곳과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해서 성과를 냈다. 여기서 재활용관리사들이 나와 있으면서 주민들에게 재활용 방법도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동네 관리도 한다. 마을이 깨끗하게 바뀌면서 이제는 15곳에서 진행한다.”송정동 길가 가게들의 간판이 산뜻하게 바뀌었다재활용정거장, 송정비누 등 마을 바꾸는 일에 진심송정동재활용정거장은 자리를 잡았다. 처음 주3회를 진행하다 이제는 틀이 잡혀 주2회 진행한다. 관리소마다 동네 주민 2명이 함께 역할을 맡아한다. 퇴근하는 이들의 시간까지 고려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앞뒤로 30여분의 준비와 정리 시간에 대한 세심한 보상까지를 포함해 시간당 1만원의 수익도 돌아온다.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주민이 직접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알게되어 참여가 점차 높아졌다. 덩달아 동네 쓰레기의 무단투기 같은 문제나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도 질서를 잡아가는 중이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재개발을 기다리며 한정없이 낡아만 가던 동네는 차츰 환골탈태를 해갔다. Q: 송정제방은 최근 10여년 사이 크게 변화했다. 꽃들과 나무는 더 많아졌고,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분리됐고, 더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성수동에 서울숲이 있다면, 송정동엔 송정제방길이 그런 자랑이겠구나 싶다. A: “중랑천까지 있는 길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았지만, 처음부터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쌩쌩 달려서 주민들이나 아이들 사고위험도 언제나 있었다. 동네를 살펴 민원을 넣어서 과장님들이 나와 보시도록 하니까, 그때부터는 바뀌었다. 자전거길을 도보산책길과 분리하고 관리한다. 지금도 우리가 스무 명씩 나가서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세요' 캠페인을 한다. 앞에서 뒤에서 계속 말하니까, 아무리 강심장 아저씨라도 내리지. 지구대 경찰관들과 함께 하면 효과가 더욱 좋고.”한 4~5년쯤의 송정동은 시간을 거슬러 오른 동네같았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큰 길가 가게들은 남루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소박하지만 핫한, 가족들이 함께 찾아가 걷기에 재미날듯한' 거리로 변했다. 그때 골목길이 무채색이었다면, 지금은 산뜻한 보도블럭이 깔렸다. 한여름 더위 경보가 발령되면 집들에서는 미스트 분수가 뿜어져 나올 준비를 갖췄다. 어둡고 인적 드물었던 골목에 조명이 밝혀졌고, 집들마다 주소가 붙어 찾아가기도 편안하다. 4층을 채 넘지 않는 건물들은 저마다 특색을 갖고 세워지고 단장돼 있다. 마을 초입서 멀지않은 곳에 지어진 '검고 세련된 유리·벽돌건물'은 송정동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시금석 같은 느낌이었다.   몽실몽실 송정동고체비누를 만들고 있는 과정. 제방서 채취한 벚꽃 등 식물에 마을서 수집한 폐기름을 사용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봉사, 활동 그리고 창업까지, 사람의 모습을 한 마을 송정동 Q: 개성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걷기에 좋은 골목길이 되고, 상가거리가 발달하고 있다. 재개발의 목소리는 없나?A: “사실 이곳은 재개발 목소리가 일찍부터 있었다. 서울서 '두 번째로 큰 단지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고. 나도 재개발조합 이사로 참여했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또 안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도시재생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 시장이 바뀌면서 개개발 추진 움직임이 있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재개발 아닌 재생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그 사이에서 반대도 찬성도 표시를 않았다. 주민자치회 대표부를 맡고 있으니까. 5년여 도시재생이 곧 마무리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주민을 위한 것일까 하는 고민이 여전하다. 내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여기서 오래 일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Q: 여느 곳 도시재생사업지에서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지속가능한 주민모임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송정동에서는 어떨까?A: “주인이 없고, 그러니 책임감이 떨어지고, 공공도 임기가 바뀌면 내용이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도시재생사업 종료후 지역에 남는 조직의 경우도 아이템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술이나 행정 인력도 부족하다. 우리는 젊은 세대로 역할들을 계속 넘기고 있다. 이전 세대는 최대한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려고 한다. 비누로 아이템을 가지려는 건, 이게 계속 소비되는 제품이고, 우리가 지속 생산가능한 물건이니까….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과 돌봄, 강의나 커피 등에 관심이 많고, 우리는 다른 데, 서로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지. 도지재생센터에서도 관심을 갖고 돕고 있다. 김소영 코디에게 고맙고. 우리들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이지? 그게 여전히 화두다.”진도서 태어난 문미자 대표는 남농 허건 선생의 마을 운림산방 근처서 자랐다. 나주 밀양박씨 5대종손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대학을 중퇴(그 시절엔 그런 일들이 잦았다)한 뒤, 많은 가솔들을 거느리며, 더 많은 경우 그들을 섬기며, 세월을 났다. 송정동에 옮겨온 것이 어느덧 40여년 전. 늦깎이 공부에 대한 열망을 푸느라 방송통신대에서 행정, 가정, 교육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졸업(여긴 졸업이 매우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했다.지금 그에게는 마을일과 마을사람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문미자 당신과 함께면 같이 가고,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그만이지!”하는 많은 이들을 하드캐리하며, 예까지 왔다. 봉사는 활동과 사업과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일과 사람'을 붙잡고 혹은 붙잡혀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번 50플러스 창업과정에도 그들과 함께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가!원동업“남편이 폐이식을 했어요. 죽을 고비를 넘길 때, 기도했어요. '살려주어서 감사하다'고 봉사를 시작했어요. 쑥뜸을 떠주는 봉사도 오래하고, 봉사 1천시간 은장도 받고, 송정동 통장도 하고. 오랜 동안 일하고 쉬고 있는데 어느날 당시 김종선 동장님[현 성동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이 도시재생 일을 해보라 끌어들인 거에요. 할까말까 하는데, 조계사 보살님이 내게 그래요. '불공을 절에서 쌓지 말고, 자신에게 손내미는 곳서 일하라고. 그게 덕'이라고.”BTS 방탄소년단은 '피, 땀, 눈물'을 이야기했는데, 여기 송정동 사람들은 '봉사, 활동, 창업'을 하고 있었다. 문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송정동 골목을 걸었다. 거기 그의 흔적들이, 모습들이, 겹쳐보였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하는데, 개인의 삶은 마을로 옮겨온다. 아니, 다시 말해야한다. 마을은 그곳을 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5-25 17:14

지난해 2021년, 대한민국의 총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이었다. 2020년에는 27만2300명이었고, 2019년에는 30만3100명이었다. 그렇다면 내년이면 50살이 되는 1974년의 출생아 수는 얼마였을까? 92만3천여 명.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 동안 최대 108만1천여명(1960년)에서 최소 90만8천여 명(1955년)까지 줄곧 90만 명을 넘는다. 2020년 현재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이 겨우 0.84명인데 반해, 위 20년 동안 출산율은 최소 3.8명에서 최대 6.2명이나 됐다. 즉, 올해부터 향후 20여년 동안 50세를 넘는(50플러스)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분포를 이루게 된다.     경험과 자본 있지만, 대전환 앞두고 준비 필요 50플러스들은 누구인가? 현대를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면 이들은 철저한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한 이들이다. 농업에서 제조업 그리고 정보혁명의 시대를 거쳐간다면, 이들은 소가 쟁기질하고, 집에서 소와 돼지와 닭을 키우던 시대를 거쳤다. 이들은 해일처럼 일어나던 제조업시대의 주역이었다. 곳곳에 도로가 닦이고 차량들이 홍수를 일으키고, 빌딩이 서는 시대를 거쳤다. 이들은 권위적 독재정치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는 메타버스와 NFT의 4차 정보혁명 시대를 관통하고 있기도 하고.그래서 이들은 자산과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첫세대다. 동시에 지금은 일터에서 퇴장을 준비하거나 이미 진행된 세대이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균 수명 83세까지의 긴 공백의 시간이다. 이들의 과제는 그래서 일터 이외, 새로운 장에서 적응하고 새로운 이들과 맺어야할 관계다. 이들은 어떤 나침반을 손에 쥘까? 누가 이들 옆에서 친구가 되어줄까? 성동50플러스센터가 지난 4월 29일 한양대 건너편 서울숲더샵 상가3층에 개장했다. 50플러스는 바로 이들 신중년을 위한 공간이요 활동이다. 현장을 들러 초대 이정아 센터장과 만나 센터 전반에 대해 들었다. - 50플러스가 성동에도 개관한다. 의의가 있다면?“호모 헌드레드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100세까지 사는 세대는 인류가 처음 맞이하는 사태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이 83.5세다. 매년 평균 수명은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선 50이면 은퇴가 시작되고, 60세까지 직장에서 버티는 확률은 8%밖에 안 된다. 생애 전환의 시기이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어야 할 때다.”일자리가 최대의 복지, 창업준비실과 컴퓨터실도 준비- 성동50플러스는 어떤 곳인가? 어떠한 일을 하나? “전환을 위한 인생설계가 큰 축을 차지한다. 일, 재무, 사회공헌, 사회적 관계, 가족, 여가, 건강 등 생애설계의 기본에 대한 맞춤형 상담이 있고, 이를 돕는 프로그램도 구축돼 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자서전쓰기나 퍼스널브랜딩도 있고, 축적된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도 함께 도움받을 수 있다. 은행권에 계셨던 분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재무상담역을 맡으실 수도 있고, 교직에 계셨던 분들에겐 지역의 배움을 지원하는 일과도 연결된다. 이분들의 창업과 창직 등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지원공간들이 여기 있다.”- 많은 일을 준비하고 계시는 것 같다. 가장 중심이 되는 분야가 있다면?“다양한 선택을 하실 수 있는데, 결국 일자리가 최대의 복지라는 관점에 우리가 서있다. 내가 계속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신중년 세대가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해소하는 게 가능하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소외감은 다양한 일과 활동에 참여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 (커뮤니티를 가지면 상호 정보교환 등을 통해 건강관리도 된다) 50플러스는 인생이모작센터 같은 곳의 연장인데, 그 출발에는 은퇴세대의 엄청난 실패라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됐다. 치킨집이나 대만카스테라 같은 경우처럼 일회성, 단발성 창업 등도 많았는데 아시겠지만, 그건 위태한 일이었다. 이들에 대한 조직적 체계적 사전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불확실한 시대, 은퇴 및 질병위험 등에 집중 대응해야현대를 초뷰카(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의 머릿글자를 딴 뷰카(VUCA)의 더욱 심화된 형태)의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19처럼 미증유의 사태가 닥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바꾸어놓은 탄소중립의 시대는 산업질서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개인적인 상황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과 비만 등 대사증후군은 악화된다. 이로 인한 합병증은 물론 본격적으로 질병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우울증, 치매, 난청, 골다공증, 관절염, 호흡기질환 등 노인성 질환도 출몰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임진왜란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 어떤 이들에게 눈길이 가나? 어떤 이들이 준비해야 하나?“중년의 남성들이 열심히 회사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일을 그만 두게 되면 무력해지기도 한다.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분들 중엔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분들도 많다. 여성들은 수다를 통해 다양한 대화와 커뮤니티를 갖는 반면에 남성들은 감정의 표현이 서툰 것도 사실이다. 일 중심으로 살아오셨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제 같이 배워야 할 때다. 도시농업 과정 같은 게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생명을 키우며 본인이 치유되기도 한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도 충족될 수 있다. 이곳 50플러스도 도시농업을 접할 수 있다.”- 성동50플러스를 수탁 운영하게 된 곳이 (사)성동마을넷 동네[대표 고경진, 김만순]다. 이정아 대표도 이곳서 오래 같이 일하셨다. 의미가 있다면?“대상자가 될 분들을 분석해 보면 성동 인구의 대략 1/4 정도가 해당[만50세~65세, 68,509명 21.11%]한다. 이들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없으면 허리가 무너지게 되는 거다. 부양을 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척추 같은 세대다.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잇는 허브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우리들은 주민들과의 접점이 컸었다. 마을 안의 다양한 주민주체들과 자치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점이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공공 복지가 저소득층, 장애인 등 선별적 복지적인 측면이 있다면, 50플러스는 보다 보편적인 복지로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50플러스 세대에게 특별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그분들이 우리의 선배시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분들과 함께 우리도 인생2모작에 나서는 거. 우리는 핵심적인 가치로 전환과 환경, 돌봄과 건강을 내세우고 있다. 유의미한 활동을 함게 하심으로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해낼 것이다.”시장과 은퇴자들과 마을에서 단련해 왔다.이정아 센터장은 사업을 했었다. '돈을 버는 게 좋아!' 대학 대신 학사주점을 택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장을 보고, 밤에는 한두 시까지 문을 열었다. 주말엔 학생들이 없으니 좀 쉬긴 했지만, 그렇게 3년을 버텼다. 그리고 늦게 대학에 갔고, 집에 손을 벌리기는 싫어 알바를 병행키로 마음을 굳혔다. 그때 시작하게 된 것이 나중에는 전국에 뻗어나간 초대형 감자탕집 영업매장이었다. 매장 1천 평에 주차장 1천 평.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있는 곳이었다. 알바로 시작한 그는 곧 매장 매니저를 맡게 됐다. 경영을 직접 해본 이의 시각과 실행력이 낭중지추 같았던 것. 이후 이곳이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어갈 때, 매장의 준비와 교육을 이정아 매니저가 책임졌다. 전국을 다니면, 매장을 여는 일이 재미있었지만, 노후자금을 거의 투자해 새로 시작하는 은퇴자들이 눈에 밟혀 잠을 잘 수도 없었다. 2주쯤 진행되는 프로젝트시마다 다시 다짐했다. “이 돈을 날리게 할 순 없어!”사회복지를 공부한 그는 성남의 금융복지상담센터서도 일했다. (사)희망살림의 사회적기업 에듀머니(대표 제윤경)가 전체 틀을 짰고, 박원순 시장은 서울복지재단에 넘기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자체중 처음 센터로 만들어 역할을 했던 곳. 여기서 그는 노인들에 대한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1만여 명 넘게 진행했고, 재취업자 금융교육을 정기프로그램으로 제안했었다. 돈을 단순히 재정적 도구가 아니라, 삶의 주체적 선택으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도 그였다. 성동과 연을 맺은 것은 옥수복지관으로 왔던 사회복지 실습.50플러스를 (사)마을넷동네가 맡게 된 것은 상징적이다. 신중년들은 이제 바깥의 일터에서 지역으로 차츰 접속될 것이다. 일만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일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일만 아니라 스스로와 이웃이 함께 성장해 가는 여정의 기쁨도 알아가면서, 그들이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5-12 16:25

한 사람이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걸 옆에서 장대를 갖고 있다가 구해줄 수 있는 건 또 얼마나 희소한 행운일까? 여기에 더해 그 장면이 부근을 지나던 어느 사진가에 의해 차곡차곡 찍힐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그리고 60여년 만에 물에 빠졌던 그 청년과 그 사진가가 그 사진을 가운데 두고 만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찰라'는 60여년 만에 다시 부활해 2022년 5월의 봄 가운데 섰다.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 박옥수 사진전 <시간여행>에서다.물에 빠졌던 그 뚝섬 사람, 옛 사진전에 가다종혁은 이곳 뚝섬 일대와 한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서 나고 자란 토박이였기 때문이다. 때는 1월이 막 지나고 있을 무렵. 한강은 꽁꽁 얼어있었다. 이곳서는 한 자(30센티쯤) 두께나 얼음이 얼곤 했다. 마을사람들은 얼음을 켜서 꺼내어 땅을 깊게 파 묻은 뒤, 왕겨로 덮고 깊게 덮었다. 한여름이 되면 겨울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날, 한강에서 썰매를 타는 건 여느 때처럼 아무 문제도 없었다. 방향을 하류쪽으로만 향하지 않았다면…. 그쪽, 그러니까 성수동 뚝섬 하류쪽, 지금의 수원지 인근에 물이 얼지 않는 곳이 있었다. 한강이 중랑천을 만나기 전. 합류한 물이 응봉산을 앞두고 급하게 좌로 굽이를 도는 곳이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그날 웬일이었을까? 종혁은 썰매를 하류로 향했다. 한없이 펼쳐진 은빛 세계를 마음이 내닫는 대로 달리고 싶었다. 그러다 아차! 얼음이 깨지고 말았다. 어른들이 조심하라던 그곳이었던 게 생각났다. 물은 차가웠다. 빠르게 흐르는 물줄기가 그의 몸을 끌어댔다. 얼음 속으로 몸이 빠져드는 게 느껴졌다. 그의 상체를 얼음 위에 붙잡아 둔 건, 그가 짚고 있던 썰매 막대였다. 못을 박고, 날카롭게 송곳처럼 벼린 그것. 그걸 얼음에 박고서 겨우 몸을 의지했다.   “신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나봐. 그때 옆에 썰매를 지치던 청년들이 있었어요. 그때는 썰매를 탈 때, 긴 장대에다가 송곳을 박고 타는 게 있었다고. 서서 썰매를 타곤 했거든. 그게 키보다 컸어요. 길었다고. 그걸 갖고 있는 애들이 마침 내게로 달려온 거야. 그걸 붙잡고 나와 겨우 살았지.”뚝섬 사랑했던 사진가, 시대를 환기하는 사진을 내걸다사진가 박옥수는 67년, 한양대학교 학생이었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그해, 그는 형이 교사생활 첫 월급으로 장만한 카메라를 들고 성동교를 넘어 뚝섬으로 향해 있었다. 그가 자주 가는 곳이었다. 섬처럼 보이는 너른 들. 사람들의 마을. 방둑 아래 토끼굴의 어둠을 지나면 거기 언제나 빛으로 넘실대는 한강. 모래밭과 수양버들나무들과 멀리 뒤배를 이룬 산들. 그 모든 것들이 미술을 하다가 이제 막 사진기를 쥔 앳된 청년 옥수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얼음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그는 둑방가에 있었다. 얼음나라가 된 뚝섬의 한강변이 널리까지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급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주변에서 이미 구조를 위해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다섯 번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피사체가 구출이 되고, 사진가는 안도의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떴었다. 물에 빠졌던 그 사람 홍종혁은 현재 성수동의 예아네꽃집 사장이다. 46년생인 그가 태어나 평생 떠나지 않은 곳이 여기 뚝섬이었다. 5월 7일, 사실 그는 가게를 비우면 안 되었다. 내일이 어버이날 아닌가. 꽃집이 대목인 날이었다. 그러나 얼음에 빠졌던 그의 모습을 찍었다는 사진가의 전시회를 안 가볼 수 없었다. 가면서 이곳 땅 뚝섬을 떠올렸다. 사진, 시대의 온기와 생기를 환기시키다성수동 뚝섬은 역동적인 곳이었다. 매일 뚝섬나루엔 한강 하류에서 온 새웃배와 상류에서 내려온 뗏목들이 닿고, 짐을 부렸다. 정선서 온 뗏목은 위에서 뜀박질해 달려도 한참을 갈 만큼 길었다. 그걸 해체해 목재로 만드는 제재소가 뚝섬에 있었다. 잘게 쪼게 땔감으로 실어 소달구지에 실어가기도 했다. 큰 농원들도 주변에 많았고, 어부들도 흔했다. 뚝섬사람들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생활력이 강했다. 이곳은 상공(商工)의 땅이었다. 그 힘겨운 노동 사이사이로 흥겨운 놀이도 겹쳐졌다. 한겨울 썰매는 그 한갓진 시간, 그곳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던 놀이였고. 추신 : 홍종혁이 물에 빠진 것은 경동국민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58년 무렵. 박옥수의 사진이 찍힌 건 67년경이다. 그러니 사진의 그는 홍종혁은 아닌 걸로 판명됐다. 그래도 두 사람은 같은 땅을 살고 밟았던 사람들로서 말을 섞고 기억을 나누고 따뜻한 눈빛을 교환했다. 사진이 환기한 그 시대의 온기와 생기를 지닌 채 종혁 씨는 다시 뚝섬으로 돌아갔다.세 번, 박옥수의 사진전에 갔어요사진가 박옥수 선생의 사진전을 보러 세 번을 갔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마을 사람을 불러모으고 가족과 함께 보고픈 사진이었다. 오래 들여다보아 사랑스럽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싯구가 있는데, 그의 사진이 꼭 그러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박옥수의 오래된 사진들이 꼭 그러하다. 흑백으로 찍혀 더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사진은 찰라의 풍경이다.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사진이라고 하는데, 그 찰라를 오랜 동안 남기기 때문에 그렇다. 사진은 피사체와 가까울 때, 더 좋은 사진이 된다. 그건 물리적 거리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래야 한다. 환하게 웃는 박옥수의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거기엔 박옥수 선생의 미소가 거울처럼 반사된다. 그의 사진에는 미덕이 더 있다. 사진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다. 박옥수의 사진은 찰라를 위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논두렁의 물꼬를 건너가는 그 순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옥수의 사진에는 놀이와 노동이 함께 한다. 땅을 파는 노동자의 행위와 어미의 짐을 받아 내리는 소년이 함께 있다. 이 역시 그 때를 기다린 것이다. 이는 조형적 균형과 내용적 대비로 조형미를 갖게 된다. 그의 사진이 오랜 동안 사랑받을 이유다. 박옥수의 사진은 '당연히 가야할 시선'이라고 명명한 것들에서 살짝 비켜선다.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선거연설에서 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은 카메라 앵글을 후보에게 맞출 것이다. 하지만 박옥수 선생은 그 연설을 지켜보는 키큰 나무와 거기 올라선 많은 이들을 잡는다. 이로서 사진에는 시대의 숨결도 스며든다. 뚝섬나루를 채운 배추와 수박들, 이를 담는 트럭과 리어카 그리고 뒤편에 즐비한 한강변 판잣집들의 풍경이 또 그러하다.  사진에는 저편의 풍경과 사람 말고도, 이쪽 사진가의 호흡과 시선이 담겨있다. 1949년생. 196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박옥의 사진은 2022년 현재에도 계속된다. 그는 지금도 작은 사진기-핸드폰-만 들고 세상에 나선다. 그가 있는 곳마다 사진이 찍히어 시간여행에 보태진다. 젊어 한국 곳곳을 돌며 찍던 그때와 바뀐 것은 없다. 사진은 사진이고, 결국 그 사진은 사진가의 고집이며 마음임을 잊지 않은 것처럼.사진가 박옥수(왼편)와 뚝섬 토박이 홍종혁 씨와의 대화. 60여년 전의 뚝섬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은 2022년 다시 만나 그 기억을 환기했다. 뒤편 사진을 찍는 이는 사진전을 기획한 지승룡 선생. 박옥수 사진전 <시간여행>에서. 사진가 박옥수와 뚝섬사람 토박이 홍종혁(예아네꽃집) 님.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5-12 16:23

왼쪽부터 조현영 파트장, 성용숙 성동종합재가센터장, 유스앤 장애인 활동지원 파트장. 이들은 센터내의 전문서비스 직원들과 함께 노동을 돌봄으로 연결한다.나는 최근 성동에서 함께 일하던 몇몇의 젊은 청년들 몇과 이별했다. Y는 할머니가 아프셨는데, 그 병간호를 자신이 맡겠다고 나서면서 서울을 떠났다. 할머니는 곧 돌아가셨지만, 그녀가 꾸린 짐은 고향 고성에서 풀린 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청년 L은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지면서 그 간병을 떠맡았다. 농사를 짓는데다 연로한 어머니가 그 일을 맡을 수는 없었다. 1년여를 곁에서 전일 간호를 하다가, 재활을 마친 아버지가 고향 집으로 돌아가자 그 역시 아버지 곁에 남겠다고 결심했다. 고향 집엔 소도 있고, 폭설에 무너진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만약 국가에서 보다 전폭적으로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노령자들을 따라 장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장애인으로 청각장애자는 2만8525명이 늘었다. 국민병인 당뇨로 투석을 하는 이들은 신장장애자로 등록되는데 이들도 급증했다. 지체장애가 1만4428명, 뇌병변도 1만3217명 신규 등록됐다. 이들도 모두 보호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누가, 어떻게 돌보아야 할 것인가? 서울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의 물품들. 다양한 통합돌봄이 필요하다개인과 가족에서 국가로 돌봄 서비스 이동했다. 그 책임 다하려는 것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비스원)은 이러한 시기, 이러한 과제를 안고 출범한 서울시 공공돌봄 조직이다. 성동종합재가센터가 현장을 맡는다.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자리잡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효사랑 주치의, 필수노동자 조례 등 활동으로 공공행정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성동의 정책이 이를 당긴 것이다. 뚝섬역 3번출구앞 뚝섬미술관 2층에 위치한 센터를 찾았다. 돌봄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까?    -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해 먼저 설명을 부탁한다. “돌봄은 이전까지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었다. 그러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를 가속한 것 중 하나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제도이다. 노인들의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나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등이 확대된 것이 크게 달라진 지점이다. 서비스원은 이러한 시대적 움직임에 부응하기 위해 (10여년간의 준비를 걸처) 2019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국가 책임의 돌봄이라면서도 실제로는 민간에서 장기요양보험의 95%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 대해서 공공이 직접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고용하여 전체 돌봄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는 것이 설립의 의도다.”센터내 직원이 직접 기획 구성 촬영해 완성했다. 이들은 소명과 사명으로 일한다- 성동종합재가센터에 들어오다 보니,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공공의 직접고용과 행복한 노동은 연관이 있을 듯하다.  “우리는 정규직으로 처음 출발한 곳이다. 직원에 대한 고용 및 처우도 개선했다. 돌봄은 필수적인 일인 동시에 사람 존중 인권 존중의 서비스가 되어야만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는 돌봄노동 자체가 먼저 존중받고 돌봄노동자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낮다. 시간제로  고용도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적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될 수가 없지 않겠나? 지속적으로 개인과 가족이 맡기 어려운 일이 늘어날 텐데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돌봄은 또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지 않나. 이용자에 따라 대처하고 서비스해야 할 내용들이 달라진다. 정규적인 역량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이곳 성동종합재가센터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 분을 우연히 현장에서 뵈었다. 요양보호사께서 돌봄노동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이 있으셨다. “2019년 성동종합재가센터가 문을 열면서 동고동락한 이들(직원분 혹은 동료들)이다. 지난해 창립 1주년 수기집 제목이 '성동 77개의 별을 따다'였다. 10년여를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오신 분도 있고, 신입도 있었지만, 일흔일곱 명 직원들이 한 뜻으로 문을 열었다. 공공 영역 직원으로서 프라이드가 높은 분들이 많다. 우리의 위상을 우리가 만든다는 자부심이다.”수가도 넘고, 한계도 넘어 돕고자 하는 사람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특히 지난 2년이 넘는 동안 코로나19로 돌봄 현장은 더욱 어려웠을 것 같다. ·성용숙 센터장 : “요양시설 이용자와 직원이 모두 격리됐을 때, 우리가 긴급 투입됐다. 코로나 긴급 돌봄에서 서비스원의 존재가치가 확인됐다고 해야할까? 초기엔 방호복도 없이 사명감으로 낮은 레벨의 방호복을 착용하고 24시간 돌봄을 진행했다. 요양보호사들의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입소 한 방문 간호사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나도 같이 의논하느라 단체카톡방에 들어가 활동했다. 치매 어르신들은 증상이 폭력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 언제든 코로나 확진자로 전환될 수 있는 이용자들이시기에 늘 날선 긴장이 현장에 있었다.”- 많은 돌봄 노동자에 대한 지원과 '돌봄'의 역할을 센터에서 해야한다. 어떻게 지원하나?·유스앤: “공공 영역이다 보니, 민간에서 감당이 안 되는 분들이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 뇌병변 등 상태가 심한 경우 본인 의지로는 물 한 잔도 드시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화장실 한번 가려면 짊어지고 화장실로 이동해야 할 때도 있고. 월급제로 운영되니 고용의 안정 같은 장점 있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각기 다른 기질의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은 여느 직장이나 같다. 일당 백이면 좋겠다.”·조현영 : “집에 계신 분들에 대한 긴급 돌봄이 우리의 주 업무다. 의사소통의 필요성과 욕구들이 많아 그런 교육들도 같이 한다. 스스로 찾아서 대기시간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들을 한다. ·성용숙 : “각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해야 하니, 필요한 기술 및 케어에 대한 교육을 쉼없이 한다. 우리가 개발한 돌봄 키트도 여럿이다. 신체 활동 보조를 하면서 간호사와 동행하여 좀 더 전문적인 활동을 논의하기도 하고, 인지장애증 어르신 등의 인지 활동강화를 위해서는 작업치료사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성동종합재가센터의 소통의 단면. 현장이 중심이다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특별히 인상 깊은 지점들이 있다면?·조현영 : “이런 공간에 어떻게 사람이 살아? 이럴 만큼 어렵게 살고 계신 독거노인도 많다. 한 분은 지상서 13 계단을 내려가 자연의 빛도, 환기도 안 되는 집에서 인지장애인 치매 증상으로 고통받고 계셨다. 사람에 대한 불신이 크셨고. 그분과 신뢰를 쌓고 지역 자원과 함께 장판을 갈고 공기정화기를 설치해 드렸다. 이후 동주민센터, 치매안심센터 등과 같이 주거를 1층 공간으로 이사했다. 그런 총력전이 기억에 남는다.”·조현영 : “장기요양 사업은 이용자댁에 2-3시간 가서 일하도록 돼 있는데, 좀 더 수시 돌봄을 해야한다. 그런 역할 해내려고 노력하는 센터 분들이 많이 있다. 수가나 그런 데서는 아직 준비가 안 됐지만, 당뇨가 있어 저녁마다 쓰러져 있는 대상자가 있었다. 간호사가 함께 방문하여 저혈당을 예방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저녁식사를 챙기면 새벽 저혈당 증상을 예방할 수 있겠다.'싶어 급여제공계획을 수정한 후 저녁시간에 비수가로 요양보호사들이 방문하여 저녁 식사를 챙겨 드렸다, 또한 저혈당과 대소변 훈련을 위해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등 직원들의 자발적 헌신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공공이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마을과 함께 돌봄 필요한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돌봄 역시 그런 것 같다. 중증의 위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병원에선 의사들이 모여 한 환자를 집중토의 하기도 한다.·성용숙 : “우리는 민간과도 적극 협조한다. 성동희망나눔 이일순 대표는 우리 장기요양 운영위원장이시다. 우리가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시기도 했고. 희망나눔은 노노 일자리 케어도 하시고, 사회서비스용 일자리 사업단도 있어 함께 성동구민의 돌봄 공백을 채우고자 하는 구상도 있다. 놀이 활동도 하고. 우석균(성수의원 원장)님도 촉탁의로 같이 해주신다. 이런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상태 안 좋아지면 방문간호 서비스와 연계도 한다.”- 돌봄노동은 어려운 이들을, 어려운 환경에서 돕는 일이다. 감정노동을 하기 있기도 하고.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고 관리하고 넘어가시는가?·성용숙 : “사명감? 소명의식?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 그동안 우리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논의해 진행해 오셨다. 성동구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통합돌봄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이든 돌봄이든, 주거 복지 간호 돌봄 지역 네트워크 자원연계의 전 역량을 투입하고 싶다. 우리에게 돌봄서비스를 의뢰하신 이용자들께서 마지막까지 온전하게 살다 가시는 게 우리의 목표다."<성동종합재가센터 현장을 가다>행당동에 살고 계신 전길영 선생(95)은 지난해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당했다. 고관절을 수술하고 오랜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거동은 여전히 불편했다. 아니 거의 일어나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때 성동종합재가센터의 긴급돌봄과 연결이 됐다. 자택으로 출근을 하게 된 요양보호사는 박정순 님. 전길영 선생님은 그를 '천사님'이라고 부른다. 이는 전길영 님의 인격상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 합당한 이유도 있다. 정순 요양보호사는 선생에게 반가운 말벗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상의 일들, 더구나 재활을 위해 필요한 조처들도 감당해 주기 때문이다. 혹여 모를 코로나 감염을 막으려 마스크를 두 장을 쓴다는 것, 결코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는 것. 이런 것도 전길영 선생은 안다. 그리고 실상 이 모든 것들이 돌봄 받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전길영 선생이 드디어 보조기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정성스런 돌봄 노동의 결과일 것이다. 박정순 님은 멀리 금천서 여기 성동까지 온다. 집에서 더 가까운 센터가 없지 않지만, 굳이 여기까지 오는 것은 자부심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설립하고, 직접 고용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서로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동과 섬세하고 따뜻한 돌봄.'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노동 현장에서 지켜지지 어려운 원칙인 걸 스스로 안다. '반가운, 정직한, 다정한 그리고 사명감 높은' 이것은 전길영 선생이 박정순 요양보호사에게 느끼는 감정의 키워드다. 박정순 요양보호사님 또한 성동센터에 대해 이렇게 느낀다. 건강한 노동이 아름다운 돌봄을 낳는 과정이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4-26 18:48

“이 재미있는 걸 왜 남자들만 했던 거야?” 축구교실 넘어 축구단 꿈여자축구교실은 성동여자축구단이 될 수 있을까?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여자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 2017년께쯤의 성수동 경동초등학교 운동장. 다른 초등학교 축구클럽과 붙은 경동축구클럽의 아이들은 온통 남자아이들 뿐이다. 코치 선생님에게 묻는다. 왜 여학생들은 없는 겁니까? “여학생들에게도 문호가 열려있지만, 지원을 하는 아이들이 없는 거죠.”이상했다. 여자아이들은 어릴 적에 남자아이들보다 더 키가 크다. 더 목소리가 크고, 드세다. 내가 아는 그 여자아이도 여느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더 잘 달린다. 그런데 왜 이 자리에는 없는가?새벽이면 거의 모든 초·중·고 운동장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은 중년의 남자들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학교 운동장 정원화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반대했던 이들이 조기축구회였다. 이들은 토요일 일요일이면 감질났던 축구를 질리게 한다. 올해 이른 봄 용답동을 다닐 때, 한 떼의 사내들을 만났다. 축구를 끝내고, 다함께 다소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남자들이었다. 빨갛다고 해야하나? 검다고 해야하나? 그들의 혈색은 건강하고, 살은 탄탄했다. “우리 회원 중에는 80대 할배도 있소.”어리거나 젊거나, 빨리 달리거나 힘이 있거나,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성들은 왜 축구에는 없는가? 남자축구단은 2,816개나 되는데, 왜 여자축구단은 겨우 116개인가?  훈련을 하고 있는 이수호 코치와 축구교실 참여자들. 진지하고 열정적이다.인권이요 민권이다. 여자축구는 축구교실을 맡고있는 이수호 코치2022년 4월 22일 금요일, 성동구 응봉축구장의 여성축구교실은 50년 전인 1972년 6월 23일의 미국 리처드 닉슨의 서명 법률 타이틀 나인과 관계가 있다. 위 법률 Tiltle IX는 1960년대 미국을 휩쓴 민권 인권 운동의 흐름을 이어받고 있는데, 이는 1963년의 동일임금법(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없앤 노동법) 등과 동일한 맥락의 조치였다. 타이틀 나인은 모든 교육에서 남녀간 성별에 따른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 법이었고, 이에 따라 미국은 스포츠 체육 활동에서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구분되지 아니하고 동일한 운동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는 이후 미국의 스포츠가 세계 제일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된다.여자축는 민주주의다. 성동의 여자축구 혹은 성동여자축구단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막내다. 10여년 전 성동구에도 여자축구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동구는 서울시에서 여자축구단이 없는 유일한 구였다. 그렇다면 여자축구단 맏언니는 누구인가? 송파구의 여자축구단은 1998년 탄생했고, 현재까지 건재하다. 2019년 기준으로 송파여자축구단은 전국생활체육대축전(4월), 대통령기 전국축구한마당(8월), 서울시민리그(7월) 및 서울시 자치구 여성축구교실 왕중왕전에서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해내며 4관왕에 올랐다. 송파구 여자축구단 번성의 비결은 무엇일까?송파구 홈페이지 문화관광 파트에 가면 송파여성축구단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구성 32명. 단장과 감독과 코치를 포함한 단원이 30명. 결원이 생길 때에만 충원한다. 이들은 전용구장도 있다. 송파구여성축구장에서 훈련한다. 정기훈련은 월·수·금 10시에서 12시까지. 일주일에 3회씩 2시간이면 상당한 운동량이다. 이들은 해외 전지훈련도 한다. 서울시 자치구 최고의 지원금 수준은 지원한 만큼 번성하는 공공체육의 주소를 보여준다. 잘되는 집, 오래되어 번성하는 음식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직원들이 사장만큼이나 오래 같이 일한다는 점이다. 송파는 창단 이듬해부터 함께한 감독(김두선)이 있고, 역시나 창단때부터 축구단을 지켜온 백전노장도 있다. 이들 송파구여성축구단 멤버의 연령대가 20대부터 60대까지 스펙트럼을 갖는 이유다. 여성축구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축구단으로 합류하므로 인적 구성 역시 탄탄하다. 24년 역사와 전통이 갖는 자부심은 이런 선순환의 동력이다. 크게 지원하면 크게 성장하는 건 어디나 같아서노승현 선수다시 성동의 여자축구는 어떠한가? 지난 3월 성동구 문화체육과에서 2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축구교실 회원모집을 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겨우 스무 명쯤을 모집하는 그 공고를 보고 119명의 여성들이 지원을 했다. 3월말쯤 당첨자 발표가 났을 때, 왜 나는 떨어졌는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더 많은 기회를 달라는 것이 그네들의 요구였다. 그렇게 모인 교실 사람들이 첫 수업을 4월 1일 했더랬다.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4월 22일 다시 찾았다.'불타는 금요일'. 빼앗길 수 없는 그 달콤한 시간을 빼서 여기 여성들이 모여있는 거였다.  한 번도 축구경기 따위를 해본 적 없는 이도 여럿이었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내 아들과 놀아주기 위해 신청을 한 엄마도 있었다. 아직은 쌀쌀함이 남아있는 강변의 밤. 왜 이들은 스스로 여기 모였나? 축구화에 정강이를 채일 수도 있고, 공에 맞아 입술이 터질 수도 있건만. 발레와 더불어 축구를 함께 하고 있다는 초등2학년 남자아이엄마 노승현님은 말한다. “지난해 쯤 아이 축구를 하러 풋살장에 갔어요. 거기서 여자 풋살이 있어서 하게 된 거죠. 재미있는 거예요. 그런데 여자축구단을 모집한다는 걸 봤어요. 풋살엔 담장이 있는데, 여기 축구는 사방이 터진 곳이잖아요. 우리도 팀을 이뤄서 다른 팀들과 경기도 하고 싶죠. 축구하는 여자들과 일상의 여자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일 놀란 건 함께 하는 사람들이죠. 올해 12월까지 이곳 축구교실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될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어요. 공을 찰 수 있을 때까지.”김혼비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에 나오는 구절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어제 진상 손님들 두 테이블이나 있어서 진짜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축구 올 생각하니까 왜 짜증도 별로 안 나냐. 하하하. 왜 그런 거 있잖아. '야, 너희 내가 그냥 보통 식당 이모인 줄 알겠지만, 알고 보면 나 축구하는 여자다 이거야!'축구교실 넘어서 성동여자축구단으로 나아갔으면이분들, 여성축구인들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 이는 성수동의 젊은 축구코치 이수호 풋볼웨이 대표다. 옥수초 축구부를 거쳐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다녀와 경기기록분석을 전공한 재원. 아버지 이재일(현 성동구 축구협회/전 성동구축구연합회 부회장) 역시 40여년 이력의 청우 축구회 소속 축구인이니 축구 가문이다. 다음은 이수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 성동여자축구단 '감독'이시다. 현황을 이야기해 달라. “하하. 아직 그렇게 이야기하실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축구교실 강사일 뿐이다. 성동여자축구단이 될지는 구청에 물어보셔야 하지 않을까?”- 하하. 선수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여긴다면 축구단이겠지. 어쨌든 그동안 서울 25개 구에서 성동구만 여자축구단이 없었다. 이번엔 뜨거운 지원신청이 있었다고 들었다.“그렇다. 해서 선수들에게 자주 말씀드린다.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명심하시라고. 더 많은 분께 기회를 드리고 싶다.”- 시작한 지 4주가 흘렀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참여해 보니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열심히들 하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삶에 활력을 주는 걸 느낀다. 축구에 오롯하게 집중하는 게 보인다.”선수들의 단체 사진을 찍다가, 회원들에게 물었다.  “여기는 여성축구교실인가요? 아니면 여성축구단인가요? 축구단이라시면 축구단이라 쓰죠!”잠깐 '축구교실이요!' 말이 나왔지만, 곧 “우리는 성동여성축구단!”이라는 답이 더 크게 들려나왔다. 앞줄 뒷줄의 축구단 단원들이 이에 동의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끝이 창대하여질 성동여자축구단. 공은 차여졌고 구르기 시작했다.시합전 작전회의.함께 모여 역할을 나눈다.공 하나를 놓고 다투는 축구경기는 단체의 팀웍이 가장 중요한 성패의 요인이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4-26 18:40

춘래불사춘이지만, 아름다운 봄풍경은 어디나 있다. 늦었지만 배움의 자리는 언제나 아름답다성동문화원 윤필교 주임께서 어르신 문해교육 장소를 일러주었다. 평소 교육이 이뤄지는 소월아트홀 내 구민대학이 마무리 공사 중이라 장소를 옮겨 수업이 이뤄진다는 말씀이었다.  장소는 행당1동 주민자치센터. 건물 바깥으로 난 계단을 오른 뒤에, 다시 좁고 가파른 철제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겨우 장소에 도착했다. 성동문화원 교실 안내가 거기 덩그라니 붙어있다. 교실로 들어가는 양 옆은 캐비넷 사물함이 촘촘하다. 거기 어르신들 이름이 작게 붙어있다. 옆에는 서예 수업 때 쓰는 한지 받침이 돌돌 말려 있다. 아마도 시간을 번갈아가며 수강생을 받는 모양이다. 교실 한켠에서 햇살이 들어오는데, 젊은 선생님은 앞에서 칠판에 글을 쓰고 있고, 늙은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숙이고 들었다 숙이며 연필로 공책을 채우고 있다. 할머니들의 머리는 한결같이 뽀글이 파마를 해서, 뒤에서 보면 마치 브로콜리 같다. 벽 달력엔 '일동제약 아로나민 실버_프리미엄' 광고가 보인다. 이곳은 어려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을 위한 늦깎이들 학교다. 2022년 3월 7일 월요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날의 화이트보드엔 이런 글자들이 쓰였다 지워지고, 쓰였다 지워졌다.  저녁마다 외삼촌이 PC(피씨)방에 간다. / PC 방에서 인후염이 옮았다. / 강원도에 산불이 났으니, 상부상조합시다. / 과부가 홀애비 심정을 안다. 동병상련 / 부조금을 천만 원 했어요.소련은 1991년에 해체됐다. / 우크라이나에서 석류를 3kg 사왔다. / 生(생)과일 주스 3.5ℓ를 만들었다. / 대선 지방선거 총선외숙모는 신경인지장애 검사를 했다. / 신경인지장애^치매. ^는 등호. / 작년에 밴댕이젓을 3kg 샀다. kg=킬로그램 “부조금이에요. 부주금이 아니고. 우리 얼마나 봉투에 넣을까요? 오만 원? 에이, 우리가 말로만 하는 건데, 더 쓰세요. 백만 원? 천만 원 하죠! 좋아요. 어머니들, 은 이거 아시죠. 꽁치! 세월호 리본같이 생긴 거. 이거는 리터예요. ( )는 괄호예요. ^ 는 등호, 같다는 말이에요. 괄호 치고 글을 쓰면 그건 왼쪽이랑 같다 이런 말이에요. 똥구멍이 평소에는 어떻게 돼 있어요? 네, 꼬옥 닫혀 있죠. 그리고 응엉엉~ 할 때는 어때요? 열리죠? 의사선생님들은 그 똥꼬를 뭐라고 하냐면, 괄약근. 이런다고요. 어려운 말로. 열고 닫고 하는 거. 여기 '괄'이 그런 괄짜예요. 우리는 우리끼리니까… 똥꼬~.”할머니들은 여고생이 된 것처럼 까르르르 웃는다.“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대선이구요. 우리 서울시장님, 구청장님 뽑는 선거가 지방선거예요. 총선은 국회의원 뽑는 선거예요. 내일모레 우리 선거 하잖아요. 어머니들도 선거 꼭 하세요. 아들하고 딸하고 누구누구 뽑으세요 한다고 뽑지 말고, 어머니들이 이것도 보시고, 저것도 찾아보신 다음에 투표하셔야 해요.”교실은 빼곡하다. 코로나가 무섭지만 배움의 열기는 내내 가시지 아니했다문해교육은 단순한 글자배움 아니다. 세상 여는 열쇠교육을 받는 할머니의 눈은 초롱하고, 손은 굳세다수업을 뒤에서 듣고 보고 있자니, 지금 이 자리 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자'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빛을 보지 않는다. 빛이 비추는 세계를 본다.”고 하는데,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말이 비추는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선거는 똑같은 선거지만, 국가와 자치단체가 다르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다르다는 걸 새삼 안다. 언어는 글자만이 아니라, 기호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들이 사는 세계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알게 된다.  의사의 언어와 우리들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치매를 신경인지장애라고 하는지를 처음 알았다. '괄'이란 말이 '조이고 단속'하는 것이로구나 깨닫는다. 치매는 이들에게 가까운, 어른어른거리는 그림자다. 세상은 말을 통하여 비로소 이들에게 각인된다. 강렬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강사 지현정(51) 님의 말. “이분들의 수업은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일이에요. 어린이들이 흡수지처럼 받아들이지만, 할머니들은 … (방수시계처럼 잘 안 스미죠!-기자(웃음) 그게 잘 안 되죠. 제가 자주자주 생활과 가까운 말씀들을 드리면서 수업하는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그렇게 해야 어머니들이 기억해요. 또 하나는, 어머니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시도록 돕고 싶은 거죠. 어머니들이 사는 세계가 남편하고 애들하고 집만 있는 게 아닌 거잖아요.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아가는 건 당연한 거예요.우리 세대는 공교육이란 걸 너무나 당연하게 체험한 세대죠. 하지만 이분들의 시대는 그러지 못했어요. 가난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교사상도 영향을 끼쳤죠. 여자아이들은 배울 필요가 뭐가 있어. 집안일 하고, 시집 가면 그만인데. 여기 계신 분들도 자녀분들 모두 시집장가 보내고, 남편도 은퇴하시고 그렇게 시간이 되어서야 늦깎이로 공부를 하러 오신 분들이에요.”농부들은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를 가장 좋은 소리라 듣는단다. 부모들은 자식 목에 밥 넘어가는 소리, 아이들 글읽는 소리에는 배고픔을 잊는단다. 그네들에게도 그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없을 것이다. 할머니들의 글 읽는 소리는 어떤가? 그들의 목소리도 더없이 듣기에 좋다. 학생 참여자 박성자(75)님의 말. “너무 좋아요. 나는 늦게 소식지를 보고,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찾아와서 그날부터 수업을 하게 된 거예요. 우리도 읽는 것은 읽는데, 읽기만 하지, 솔직히 잘 받아쓰지를 못하는 거라. 알면서 사용하니까 좋지요. (읽을 수는 있는데, 쓸 수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이죠?) 솔직히 우리 말이 '얼라를 낳는다!' 이러잖아요. '병이 나았다' 이것도 있단 말이에요. '그게 더 낫다' 이런 말이 다 다른 건데, 읽을 때는 '낫다' '나따' 이렇게 같으니까. 공부를 하면서 그게 다른 걸 아는 거지요.”이건 글자 교육이 아니다. 세상 교육이고, 자신을 키우는 일이다노인을 위한 나라 없다. 그래도 스스로 피는 꽃처럼'이렇게나 좋은' 수업을 위하여 거쳐야할 어려운 과정이 여럿이다. 첫째 이런 수업이 있다는 걸 들을 통로가 별로 없다. 이분들 중 많은 이들은 이 소식을 <성동구 소식지>를 통해서 알게 됐는데, 거기 글씨가 너무나도 작다. 사회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도 한다. “지금 글자를 배워서 뭘 하겠다고?” 그동안 글을 모르는 엄마이고, 할머니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이런 것에도 스스로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있다. “수강자 분들 사진을 찍으시면 안 됩니다.”하고, 문화원의 담당자는 내게 단디 일러주었다. 한국사회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대입이다. 거기에 온 나라가 달라 붙는다. 다음에는 중등이나 초등 혹은 유아 교육이 순위를 다툰다. 어릴 적 여하한 이유로 배울 기회를 놓치고 여기까지 온 이들을 위해서는 별 국물도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잔혹한 추격극이요, 스릴러인데, 우리 현실에서도 그렇다. 초등학교를 마친 이들을 위한 중학과정은 훨씬 더 드물다. 성동구 역시 중학과정이 하나쯤 있긴 하지만, 고등과정은 아예 없다. 문해교육은 겨우 '한글' 익히기에 족하고, 영어나 수학 같은 과목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강의자들이 강력하게 원하는 부분이 여기다. 왜 이런 환경에서도 이들은 배우기를 멈추지 않을까? “옛날엔 강이면 다 강인갑다 했지. 세상은 그냥 세상인 줄로만 알았지. 그런데 강에는 미국강도 있고, 인도 강도 있고, 세상엔 5대양 6대주가 있는 거잖아요.”- 이건 할머니 학생의 말이다. “할머니들이 예전에는 파리바케트를 못 읽으시니까, 거기 파란 간판 있는 데서 만나! 이러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 가게가 없어지면, 한참을 다른 곳에서 도시기도 하는 거죠.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이제 세계가 열리는 거예요. 동기동창이 생기기도 하는 일이잖아요.”이건 강사 지현정 강사의 말. 그는 말을 잇는다.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교육에 국가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아요.(유엔에서는 '문해교육의 해'를 선포한 해가 1990년이었다) 이전에는 뜻있는 분들이나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다가, 나라에서 평생교육의 차원으로 지원을 하기 시작한 거거든요. 어르신들을 뵈면 정말 열정적으로 배우세요. 공부만 제대로 했으면 정말 큰일을 하셨겠다 싶을 만한 분들을 많이 뵙거든요. 우리가 여자들을 가르치지 않아서, 그만큼 나라에도 손해가 됐다 그렇게 생각하죠. 아직도 늦은 일이 아니구요.”문해교육을 받는 할머니의 책상 풍경남자어르신들, 더 많은 교육장과 프로그램…등 할 일 아직 많다“어머니들이 문해교육을 받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니에요. 여기서 한번 배우기 시작하면, 점점 자신감을 가지시거든요. 그러면 사회복지사에도 도전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얻으러 다니시고 그러세요. 졸업장은 그냥 종이 한 장이 아니라, 그 다음 세상으로 가기 위한 출입증 같은 거예요. 그래서 성동문화원도 코로나 기간에 어머니들의 요구로 문을 열어 놓았던 거죠.  여러 군데로 옮겨다니며 불편하셨을 텐데도, 다 따라오신 거구요.”남자어르신들이 거의 없는 건, 그분들은 모두 다 글을 알고 있어서는 아니다. 가난으로, 전쟁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은 이들도 별반 다를 것도 없다. 다만 그들은 '늦게 배우는 일'을 들키는 일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네들의 손을 이끄는 다정한 환대의 손길이 없어서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아직 차가운 햇살 아래 장기를 두고 있거나 그 옆을 서성이는 종묘근처의 어르신들이, 소월아트홀 옆의 남자어르신들 몸짓이 애잔하다.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아니(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한 날들. 전쟁으로 다툼으로, 미세먼지로, 마스크로 아득한 서울 한복판. 이 땅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이곳이 생각났었다. 어머니들께 “아름다운 꽃 사진 한 장 찍자!”말씀드렸다. 당신네들의 이 모습은 얼마나 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냐고…. 그네들이 공책을 앞에 들어보이며 사진을 허락하였다. 세상으로 나오는 창과 문을 앞에 두고, 그 뒤에 어머니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문해교육은 한글만이 아니라 영어와 한자를 넘나들고 국어와 사회를 섞는다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3-15 12:42

문화는 방대하고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이란 백성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작동하는 삶이요 예술이었을 테다. 그 문화를 붙들고 씨름하는 중핵이 성동문화재단(이사장 정원오)이다. 2015년에 출범한 성동문화재단은 지난해 두 번째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지난해 6월 취임후 얼마 지나지 않은 윤광식 대표를 n개의 서울 <성동별곡> 관련 일로 만났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넷, 문화체육부 의원을 그만큼쯤 보좌한 입법과 정책관련 전문가였다. 식사하는 한 시간 동안 가볍게 시작한 성동문화와 재단 이야기는 깊고 다양하게 뻗어갔고,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3월 15일 성수아트홀 재개관을 앞둔 윤광식 대표를 다시 만났다. 문화의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고, 마을공동체 역량이 풍성하지만, 성동의 문화적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함께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윤광식 대표이사_새로 조성된 소월아트홀 광장을 바라보는 2층 연습실에서.문화 정책과 입법에 오래 관여한 문화행정가- 소월아트홀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문화재단은 8년째다. 어떤 분은 코로나19가 16부작 미니시리즈 중 14부작 정도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도 곧 종식되면 성동문화재단(이하 재단)도 큰 변화를 맞을 거다. 먼저 정원오 구청장이 내신 <지속가능도시 ESG>를 혹시 읽으셨나?“물론. 발로 뛰어본 이만이 쓸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재밌게 썼고, 현장 중심으로 쓰셨고. 슬슬 넘어갔다. 일관된 철학도 있었다.”- ESG(환경-사회-협치)를 마을에 적용해 보면, 매우 통합적인 어떤 걸 요구하는 개념이다 싶었다. 시대의 큰 조류이고. 재단에서도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까 궁금하다.“심플하게 보면 환경 문제를 기초로 하고, 소셜 그러니까 사회에 대한 참여, 공동체의 확산이나 회복 이런 문제들 아니겠나. 지역 밀착도를 높이고, 지역 예술가나 전문가와 협업체를 구성한다든지, 구와 저희 문화재단이나 도시공사 같은 출자 출연기관들의 더 밀접한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거기에 이코노미, 지역 경제가 살아야 된다는 화두도 있다. 현실적이고, 100%합당한 얘기다. 거기 원칙이 있다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야 자유와 창의가 샘솟는 문화 경제가 만들어진다.”- 아참, 먼저 재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올 7월이 되면 7년이다. 현재 문화재단이 소속 기관들의 위탁기관까지 포함해서 21개 기관이다. 도서관이 7개, 소월과 성수 아트홀, 아이꿈 누리터라고 복지 쪽에 있는 초등학교 돌봄센터가 7개, 청소년 문화의 집, 상담센터들, 어린이집 두 개, 다락옥수와 갤러리 허브 등 전시실 공간 2개 등이다. 청년 상담센터 성동오랑도 있고. 직원이 대략 380여 명, 문화쪽만 160여명이다. 기간제를 합하면 더 많고. 성동문화재단은 2014년도 지역문화진흥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저도 그때 국회에 있으면서 상당한 역할을 했었는데, 그리고 그 안에 지역 문화의 진흥과 발전, 그 다음에 지역 문화 창출을 위해서 지역 문화 재단을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법에 근거해서 이제 문화재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전엔 대개 조례상에 기반해 만들어졌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국가보조금법상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상태의 국가 국비 지원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돼 있다. 지금 재단이 약 102억 정도 예산으로 경상 운영과 일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거다.”한국콘텐츠진흥원 협약표창장 그리고 감사패, 펑펑 울던 직원들을 어찌하나 문화는 자연스레 태도와 관점에 스민다. 법령과 예산, 가용가능한 자원부터 짚는 것은 아마도 윤광식 대표에게 제2의 천성이 된 듯했다. 문화정책에 정통한 문화행정가가 본 성동문화재단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출범 테스크 포스를 꾸리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신생 문화재단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을 터였다.“준비와 내용이 없는 건 아닌데, 재단이 나아가야 될 중장기 발전 계획에 아쉬움이 컸다. 앞으로 문화재단이 어떻게 걸어나갈 것인가를 제대로 연구 용역하고 그다음에 구성원들의 의견도 좀 들어보고, 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문화재단의 모습을 살펴본 다음, 세계적인 추세, 흐름 이런 것들이 결합이 돼야겠는데, 이제 막 그런 걸 만들어가고 있다. 또 예술가 공예가 활동가 이런 이들과도 어떻게 협치해 갈지, 방향을 잡고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구청을 쫓아가는 관치적인 측면도 여전히 강한데, 이제 슬슬 탈바꿈해서 문화재단만의 독자성을 확립해가는 시작이, 이제부터 벌어질 거다.”- 문화재단 블로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봤다. 직원 두 분이 표창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문화사업부 정현정 님, 그리고 도서관운영팀 정도일 직원이었다. “저는 상을 준다는 것이 나름 품격과 존중과 그분이 했던 노력의 가치가 스며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구청장께서 코로나로 나갈 수가 없는데, 구민들 문화에 대한 향유권을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베란다 음악회, 자동차 극장 공연을 총괄 주도했던 게 정현정 주임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제일 힘들게 고생했다.”- 다른 분은 감사패를 받았다.  “취임후 21개 기관을 3번에서 4번 정도 돌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훑어만 보는 게 아니니까. 저는 지하부터 시작해서 옥상까지 다 열어보고 꼼꼼히 본다. 그런데 그 분은, 용답도서관인데, 방 상태가 너무 청결하고 깔끔했다. 일반적으로 본인만의 공간이거나 시설직 공간이 그러기 쉽지 않다. 공구함들 정리해 놓은 방이었는데 딱 느낌이 '정갈하구나!'. 그리고 만나 말씀 들어보면 이분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이런 분이 반드시 귀감이 돼야한다. 전 직원들한테 모범으로서’ 소개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였다.”- 공무원에게 상벌은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무엇이었나?“부임후 한 2개월 정도 지났을까. 전 직원들 면담을 시도했다. 한 90명 정도를 개별 면담. 따로 부르는 건 아니고, 보고 들어오면 자연스레 말을 붙인다. 생활이 어땠는지, 근무 여건은 어떤지. 그다음에 본인 생각은 어떤지, 각종 성과 평가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단이 어떻게 갔으면 좋겠는지. 직장내 갑질은 없는지, 불편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건 어떤 거였는지를 쭉 묻고 들어보려는데 처음에는 얘기 잘 안 한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대표시니까.(웃음) “한 30분에서 한 시간쯤 얘기를 나눈다. 한 5분 정도는 쭈뼛쭈뼛 하다가 한 10분 정도 되고 하면, 쭉 얘기하는데…. 그중에 한 70~80프로는 펑펑 울고 나갔던 것 같다.”- 마음 아픈 일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한다. 죽도록 일이 많거나, 비합리적인데 자신의 목소리는 묻혀만 가는…. “그동안 재단 자체가 전체적으로 좀 '인색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 없고 관심도 없고 서로 간에 애정도 없고. 그 이유가 뭐였냐 봤더니 원 퍼슨 원 프로젝트, 1인 1사업 체계였다. 들어온 지 1년6개월 된 친구나 십년 된 친구나 똑같이 사업을 하나씩 받아서 독립 채산으로 하고 있는 거였다. 10년차면 노하우도 있고 금방금방 잘할 거 아닌가. 그럼 가르쳐야 되는 거지. 그런데 소통은 불가하고 내 일에 관여 말고, 그러면서 잘 되든 잘못되든 서로 외면하다 보니, 직접 책임도 지게 되면서 트러블이 많아지고 악순환이었다. 그것부터 바꿔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사무실에서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뒤에는 김구선생의 말씀 _한 없이 높은 문화의 힘_이 붙어있다. 가능한 문화자원과 기업들과도 협력해 문화도시 큰 꿈 이루겠다 - 문화재단이라고 해도 역시 직장은 직장인가 보다. 어떤 과정이었나.“소통을 해야 되겠는데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였다. 먼저 저를 보여줬다. 거기 신뢰가 있어야 따라올 거 아닌가. 머리를 쥐어 짠 게, '야, 문화재단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문화적 지식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냐?' 했다. 문화가 결국 역사와 종교와 철학 이게 다 결합된 건데. 해서 잘 모르지만 열심히 공부해 서양문화사 열 강좌, 동양문화사 열 강좌, 그리고 한국문화사, 문화 행정이 어떤 건지를 좀 강의를 좀 하고 싶다. 이렇게 선언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방법은 아침 시간밖에 없었다.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대표가 불러냈다는 소리 나올까 봐 ‘철저하게 자발성’에 기초해 듣고 싶은 사람만 왔으면 좋겠다.”처음에 다섯 명부터 시작하자 했는데, 처음에 28명 정도가 나왔다. 두번째 강좌에서, 불만은 아닌데 '이걸 교육 이수로 해달라. 근무로 쳐달라!’이런 요구가 왔다. 그래서 제가 화를 버럭 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인 것도 같은데.(웃음) “상도의가 있어야지! 여러분들이 한 시간 먼저 오는 만큼 나도 한 시간 먼저 온다. 강좌 준비에 주말도 반납하고 준비한다. 자발성에 기초해야지 싶었다. 유튜브로 찍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러면 현장의 재미를 잃게 되니까, 안 했다. 최종적으로 한 스물두세 명까지 나왔다. 문화행정에 대해선 전체 직원들이 좀 들었으면 좋겠어서, 소월아트홀 개관하면 크게 해볼 생각이다. 물론 자발성에 기초해서….”(웃음)- 문화도시에 대한 구상은 신선했다. 기대도 크다. “문화도시는 예비도시 선정후, 본도시가 되면 200억의 예산을 5년간 집행한다. 우리 구의 문화적 역량들을 모아 준비하고자 한다. 문화자원이란 말을 행정용어로 처음 적용한 게 저였다. 조례도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진행중이다. 타지역 공부를 마쳤고, 성동구 내 문화자원들과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새 단장한 소월아트홀 2층 연습실에서 바라본 성동의 파노라마 풍경. 지역의 문화는 공간에서 꽃필 수 있다. 앞에는 광장이 펼쳐진다. 윤광식 대표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문화관련 단체와 기업등과 만나 업무협약을 맺는 일이다. 그간 가수협회, 한국실연자음악연합회 등 협력을 협의했고, 한국화랑협회와도 협약을 앞두고 있다. 성수동에 자리잡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과도, 원 밀리언 리아킴과도, 그리고 도서관 자동화 시스템 이씨오도 재단과 '친구'가 됐다. 행정은 경영이 아니지만, 결과를 위해 모든 자원을, 체계적으로 동원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세상에 있는 규칙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기사에 채 담지 못한 긴 인터뷰가 끝나고, 신영옥 홍보팀장께서 개관을 준비중인 소월아트홀을 안내해 주었다. 아직 비어있으나 산뜻하게 새단장한 350석 공연장, 예술가들과 공예가들이 햇살을 받으며 주민들과 만날 너른 아트홀 앞 광장, 그 광장과 왕십리를 파노라마 배경으로 가진 2층의 연습실, 디자인을 더욱 다듬은 성동문화재단의 로고 등까지 구석구석 새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다행이었다. 우리가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는 윤대표의 말씀이 다시 상기됐다.무엇보다 공간을 다니며 함께 문을 열어준 직원들의 따뜻한 환대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가 계속해서 보였다. 사진촬영을 웃으며 거부한 그네들 뒤로, 새 모습을 한 재단 그리고 소월아트홀의 역사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참, 성동의 문화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이제 성동문화재단을 더 유심히 바라보시라. 문화행정가들은 문화로 그것을 실천하고 보여주는 법이니까.

뉴스 | 원동업 기자 | 2022-03-1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