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달리는 노원, 곳곳에 말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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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달리는 노원, 곳곳에 말 동상
  •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 승인 2016.12.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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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감각의 말과 인간의 교감‘선구자’

전사를 타우고 앞발을 치든‘도약’
운동하며 산책하며 만나는 마들공원‘말가족’

육사입구 ‘기마화랑상’

지난 11월 22일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 기마화랑상이 들어섰다.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화랑의 모습이 높다란 기단 위에 서있다.

기마상만 높이가 340cm에 달하는 큰 작품이지만 700cm 높이의 기단에 올려놓아 웅장함이 있다. 그러나 높아서 마구 하나하나까지 박물관 유물의 꼼꼼한 고증을 거쳐 제작한 세밀함을 느낄 수 없다는 흠이 있다. 제작된 지 얼마 안 된 까닭에 붉은 기운의 광택에서는 앳된 화랑의 모습이 느껴진다.

기단부는 환두대도(環頭大刀)의 이미지와 조우관의 갓을 형상화하고, 주변에는 천마도에서 영감을 받아 고흥석으로 구름을 조형화하였다. 각진 돌의 표면을 갈아 멀리 보이는 산세의 풍경도 담아냈다.

육사 안

이 조형물은 육사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삼국통일의 주역인 신라 화랑을 통해 육사의 군인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인근의 경춘선 공원의 입구를 알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노원의 상징 동물인 말로 웅장하고 역동적인 기상을 조형화했다. 인근의 화랑대 역사 주변이 철도공원으로 조성되면 노원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조성비용이 무려 5억원이 들었다.

한내라 불리던 중랑천 주변의 ‘마들’은 갈대밭(노원 蘆原)이라는 의미이지만 북방으로 향하던 역원(驛院)이 있어 말들이 뛰어다니는 들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노원구는 말을 대표 상징동물로 삼아 진취적인 이미지를 표현해왔다. 아울러 구청, 문화의 거리, 마들공원 등 지역에 설치되는 조형물의 소재로 삼아왔다.

과거부터 말은 매우 중요한 재산이었다. 그래서 현대의 승용차처럼 주인의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말과 관련된 미술작품은 동서양 불문하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 대체로 힘, 용맹, 풍요 등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말에 올라탄 인물은 자연스럽게‘권력을 가진 자’, ‘용맹스러운 자’가 되는 것이다.

육사 정문 앞의 기마상이 전사(戰士)인 화랑이 주인공인 것처럼 육사 안에도 기마상이 있다. 지상의 적을 향해 창을 내리꽂는 장수를 태운 말의 모습이다. 말은 앞발을 들고 있는데, 이는 기마화랑상과 같이 승리의 상징이다.

청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푸른 녹이 스는 특징이 있는데, 이 동상은 청동색을 칠했다.

다비드, 알프스의 나폴레옹 기마초상

흥미로운 점은 말의 크기가 사람에 비해 비율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이는 말보다 사람 그 자체에 초점을 둔 경우이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기마 초상도 굳건한 영웅의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적 표현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에 비해 1992년 노원구청 청사 준공과 함께 조성되어 지금은 역사마당에 있는‘도약’은 말을 탄 기수가 왜소하게 느껴진다. 노원구의 상징인 말을 강조하면서 앞발도 높게 들어 올려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으나 앞선 작품들과 같은‘전사’의 느낌을 피한 탓이다. 갑옷을 벗고 안장도 없이 맨몸으로 타고 있다. 20여년을 구청 안쪽에 있었다가 몇 해 전 청사 밖 분수대를 없애고 이전해 지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 했다. 세월의 깊이만큼 청동의 빛이 돌지만 비바람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 애처롭다.

지난 11월 25일 노원역 8번 출구 앞 문화마당에도 말 한필이 세워졌다.

김선구 조각가가 1992년에 제작한 청동상‘선구자’이다. 기마인물상이긴 한데 고전주의나 사실주의적 방법을 피하고 현대적 조형감각으로 표현했다. 단순화되고 기하학적 선처리가 말과 기수의 볼륨감을 살리고 있다. 표면의 원형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노원구청 ‘도약’

이 작품은 원래 1992년 롯데백화점이 건축되면서 주차장 입구에 설치되었던 것이다. 구청이 문화마당을 보수하면서 노원구 상징인 말 동상을 설치하고자 롯데로부터 기증을 받아 옮겨왔다. 자동차 배기가스만 맡고 있다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김선구 조각가의‘선구자’가 거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계동 청구라이프신동아 아파트에는 3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후문 쪽에 김선구의‘선구자’가 있다. 그것은 석상이다.

노원역에 있는 작품에 비해 1년 뒤에 제작한 것으로 크기 자체도 조금 더 크지만 기단 위에 있어 높이 보인다. 석조각의 특징상 세밀한 표현이 어려워 다리가 받침대 형식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인 표현도 훨씬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청동과 화강암의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미래를 구상하는 선구자’의 모습은 비슷한 느낌이다.

노원문화의 거리에도 애기말이 한필 있다. 김대성, 정세훈 작가의 ‘노원의 찬가’이다. 동북부 중심도시를 자랑하던 2008년 당시 노원구의 엠블럼을 비롯한 상징들을 모두 동원해 조형물로 만들었다. 그 앞에 어린 말 한필도 데려온 것이다. 뒤의 조형물이 산뜻한 데다 안장도 고삐도 없는 자유스런 말이라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조형적 특징은 없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여서 가장 많이 보여진 말이다.

노원역 ‘선구자’

당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마들공원은 아예 말 상징 공원이다. 그 옆에 에코센터가 있어 생태를 강조하면서도 축구구장의 역동성을 말 가족이 표현하고 있다. 양태근 교수의 ‘산책’은 다란한 말 가족이 등장한다. 건장하고 멋진 아빠 말과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말과 이를 보호하는 엄마 말, 호기심으로 꽉 찬 젊은 말이 있다. 축구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려 거기가 축구공도 하나 넣었다. 재미있고, 친화적인 분위기에 축구장에 나온 가족들의 사진배경으로 인기가 좋다. 어린 말은 벌써 등이 벗겨지긴 했지만 산책 나온 주민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노원구에는 최근 조상된 ‘기마화랑상’말고도 아파트 단지와 상가, 공원 등에 270여점의 조형작품이 있다. 건축비의 1/1000을 들인 작품들이다. 지역의 예술품으로 활용할 만하다.

마들공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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