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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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 광진투데이
  • 승인 2018.10.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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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교수/건국대 철학과
김 석 교수/건국대 철학과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2017년 전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고령화 진행속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데다 출산율도 OECD 최하위이고 경제 지표가 어두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노인 문제가 향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될 것이다.

지난 1일, 국가인원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개략만 언급하면 우리나라 노인 26%가 자살을 생각해봤으며, 49%의 노인이 남은 생애 동안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릴 것이라고 비관했다.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도 40%가 넘는 노인들이 호소하고 있다. 변변한 직업이나 재산 없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노인은 많지만 이들을 지탱해줄 공동체나 사회적 지지는 변변찮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이 늘어나는 것을 자신들이 짊어질 미래 부담으로 간주하고, 노인을 무조건 혐오하는 젊은 세대의 반(反)노인 정서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될 것이니 그들을 대접하라는 말은 공명을 얻지 못한다.

선진국 같은 사회보장제도나 노인보호시설이 미비하고,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에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국가적 재앙일 뿐 아니라 사회의 공동체 통합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운다.

국가적으로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준비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인문학 교육, 그리고 노년의 생산적 삶을 위한 발상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 문제에 대한 분석을 보면 경제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지만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청장년 세대와의 단절과 정서적 고립이다.

과거 가족주의 문화와 위계적 산업화 모델이 지배한 사회에서 성장한 지금의 장년, 노인층과 개인주의적인 정보화 시대에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젊은 세대 간에는 가치관은 물론 생활방식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실용주의적이고 개인 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연장자를 존중하고 공동체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은 설득력이 없고 짜증만 유발한다.

필자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점점 더 과거와 같은 집단적, 정서적, 유기체적 관계가 작동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사제관계는 물론 같은 학과라는 학생들의 소속감도 갈수록 떨어지고 그 틈을 비집고 개인의 이익에 매달리고 스스로 아웃사이더(아싸)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고립주의 경향이 심해진다. 그래서 앞으로 젊은 세대와 나이가 들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노력 뿐 아리나 효율적인 방법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를 느끼는 필자 같은 사람은 세대 간 소통의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큰 성찰 없이 노년을 맞으면 가족관계에서도 소외되기 쉽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각 지역 공동체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노년을 능동적으로 맞도록 돕기 위한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발달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의 사회 심리적 발달단계를 8단계로 설정했다.

그 중 노년기엔 이른바 자아통합과 절망감(ego integrity VS despair)을 완성하는 것이 과업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잘 통합하면서 인생을 잘 정리하고 성공적인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다. 에릭슨의 이론은 연속적 관점에서 개인의 유기적 발달을 전제하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건강 수명이 늘어나고 노년기 사회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는 시기에 개인적 발달 과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노인인권보고서>의 언급처럼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세대 간 적대의 증가와 소통의 벽이다. 불화에는 사회 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가족 간 세대 간 소통의 방법을 잘 배우지 못하고 과거사고 방식에 머무르는 기성세대의 문제도 있다. 평생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특히 아름다운 노년을 주도적으로 열기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과 소통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기관이 늘어나는 것이 좋다.

현재 광진구에서 볼 수 있는 '시니어교육플래너 협동조합(리봄)'같은 활동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둘째, 지자체나 협동조합 못지않게 지역 공동체와 대학이 연대해 노인을 위한 인문학이나 교양강좌 등을 개발하면서 사회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한 예술, 스포츠, 교양, 컴퓨터 강좌는 이제 많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 기능성 교육에 머물고 있고, 개인의 취미에 맞춰져 있다. 노년을 대비하기 위해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노년의 인문학이나 전문 강좌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대학은 지역 사회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연구소나 교수진 등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예비자원과 인프라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 역량을 잘 활용하면 이점이 크다. 국가 차원의 지원만 있으면 대학과 지역이 연계해 그 지역 실정에 맞는 인문학이나 노년 준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들이 주도적으로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공급 못지않게 수요가 중요하기에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공자는 인생삼락의 첫째로 배움을 꼽았다. 교육의 요체는 사회 적응이나 직업을 위한 기능습득이 아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가꾸며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 배움의 목적이다.

100세 시대 교육은 평생 지속되어야 하며 사람의 변화를 겨냥해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고립되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사회에 계속 기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특히 노년을 위한 젊은이들의 자기 주도적 준비가 중요하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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