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9.20 금 13:2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전국
한방칼럼안면신경마비
이대희 원장유림한의원

바람이 분다. 더위도 조금씩 가고 가을바람이 얼굴에 스친다.

퇴근길 문득 얼굴에 저녁 바람을 느끼다 보니 최근 환자로 내원한 모녀가 생각났다. 며칠 전 초진으로 온 20대 초반의 여대생 환자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했다.

컴퓨터 진료 차트를 보니 함께 내원한 어머니는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환자였다. 환자 프로그램에 이전에는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똑같이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족으로 분류하는 기능이 있어서 유용했는데 요즘은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해서인지 또 집 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무용지물인 기능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 내원 때 서로 가족인지 모르고 치료하다가 나중에 보니 가족관계인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분을 앞에 두고 보니 가족이 맞구나…. 모녀가 서로 많이 닮았다.

처음에 여대생 환자가 혼자 내원해서 말했던 내용이 본인은 별로 못 느끼는데 엄마가 한 쪽 눈이 반대쪽에 비해 잘 안 감기는 것 같아 보인다고…. 약간은 불만스러워 보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몸이 완전히 대칭인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 환자의 얼굴도 실제로 외견상도 별 차이점이 없었고 얼굴 근육의 움직임도 큰 문제가 없기에 가볍게 안면의 근육을 풀어주는 침 치료와 함께 심하게 뭉쳐있다던 어깨와 목에 대한 추나 치료를 함께 해주고 일단 며칠 동안 더 지켜보기로 하면서도 혹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함께 내원해서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보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며 수긍이 되었다.

어머니 본인이 젊을 때 겪었던 안면신경마비의 후유증으로 인해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얼굴이 비대칭이었던 것을 평생 봐오면서 겪었던 마음고생 때문일까…. 뭘 해도 아름다울 젊은 나이에 거울을 볼 때마다 나타나던 비뚤어진 자신의 얼굴로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혹시라도 같은 증상이 딸에게도 나타날까봐 혹 자기가 물려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딸의 등을 떠밀어 한의원으로 보냈으리라.

안면신경마비는 말초성과 중추성 두 가지가 있으며 중추성은 우리가 흔히 중풍으로 알고 있는 경우이고 한의원을 찾아오는 대부분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이다. 말초성은 대부분이 원인불명의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이며 대상포진으로 인한 람세이헌트 증후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피로, 과로, 스트레스, 체력저하인 상태에서 많이 오게 되며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가벼운 경우에는 저절로 회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안면 근육의 움직임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부터 다양한 휴유증도 있다 보니 충분한 휴식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함께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한의원에서는 침치료, 약침, 경우에 따라서는 목과 연관이 많다보니 추나요법에 몸 상태에 맞는 한약치료까지 할 수 있다.

 

동의보감 풍문에 보면 입과 눈이 삐뚤어지는 것은 혈맥에 풍을 맞은 것이고 구안와사라고 한다. 얼굴에 사기가 침범하게 되면 침범당한 쪽은 늘어지게 되고, 정기가 남아있는 쪽은 당겨진다. 이는 정기가 사기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입과 눈이 비뚤어진데는 청양탕, 진교승마탕, 불환금단, 견정산, 이기거풍산, 청담순기탕, 서각승마탕, 천선고를 사용한다고 하였다.(口眼喎斜 ○ 風中血脉則口眼喎斜<東垣>○自其邪氣之入人也邪氣反緩正氣反急正氣引邪...○口眼喎斜宜用淸陽湯秦艽升麻湯不換金丹牽正散理氣祛風散淸痰順氣湯犀角升麻湯天仙膏)

 

앞서 내원한 어머니처럼 내가 겪었던 질병 혹은 불행, 어려움이 내 자식에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나의 어린 시절에 엄마는 왜 저럴까 하며 너무 지나치다 싶던 부모님의 잔소리에 목소리 높이고 대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나 역시 내 아이에게 그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오늘은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지며 안쓰러워진다.

평소 스트레스로 심화가 가득한 함께 내원한 어머니의 안면을 보며 내 마음은 촉촉해졌다. 충분한 설명으로 어머니는 딸의 얼굴 상태와 건강 상태에 안심을 했고, 나는 어머니의 얼굴의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의 침과 화기를 내려주는 혈자리에 침을 놓은 후 치료실을 나왔다.

모녀 환자 두 분을 보며 그 모친의 마음에 내 마음을 얹어 보았다. 나는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또 아파서 나의 아이를 통해 불만을 터뜨리고 이걸 고쳐라, 공부해라, 운동해라 자세는 어떻게 하라 하고 있었던가 되짚어 본다.

사실 그 말들은 아마도 나에게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 할 말이리라.

강서양천신문사  gsycky@hanmail.net

<저작권자 © 서울로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서양천신문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