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 안에서는 겨울도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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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안에서는 겨울도 따뜻해요”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7.01.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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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근린공원 초가집, 전통놀이마당 지킴이들의 사랑방

강서구 방화근린공원 안에 작은 초가집이 한 채 있다. 웬 초가집인가 궁금해 가까이 가 보면 안에서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문을 열어보면 할아버지 여럿이 둘러앉아 계신다. “누구요? 어서 들어와요!”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은 길꽃어린이도서관의 전통놀이 짚공예 강사로 봉사활동을 하는 어르신들이다.

이곳 초가집은 어린이들에게 전통놀이를 가르쳐주는 전통놀이마당의 사무실과 같은 곳이다. 전통놀이 짚공예 강사로 활약하는 어르신들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많을 때면 하루에 200명까지도 오는 어린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놀이판을 벌려주신다.

또 초가집 안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짚으로 만든 바구니들은 모두 할아버지와 이곳을 찾아왔던 학생들의 작품이다. 벼농사를 지으며 생기는 짚으로 바구니, 조리, 새끼줄 등 일상용품을 폭넓게 만들어 썼던 조상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강의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작년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파견을 나가 짚공예와 전통놀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작년 5월부터 전통놀이 짚공예 강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삼선 할아버지<사진>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따라다니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신이 난 모습에 힘든 걸 다 잊는다”고 말한다. 짚공예 강사팀이 처음 만들어졌던 9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권명옥 할아버지도 “봉사정신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라며 뿌듯함과 자부심을 내비췄다.

학교는 방학을 하고 추위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공원에서 뛰어 놀기도 힘든 동절기는 사실 전통놀이마당 어르신들에게도 쉬어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초가집의 문을 열고,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곳에 와서 함께 새끼를 꼬고 바구니를 만들며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고 또 언제든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 취재가 있던 날에도 어르신들은 짚을 엮어 계란 꾸러미를 만드느라 쉬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어르신들이 이틀에 걸쳐 만든 300개의 계란 꾸러미는 지난 20일 길꽃어린이도서관의 개관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나누어졌다.

이삼선 할아버지는 “우리 세대에는 일상이었고 습관처럼 했던 짚공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짚공예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이런 것이 있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다행이고 보람”이라고 말했다.

초가집은 9년 전, 동화축제 때 쓰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자리를 잡아 지금에까지 이어져오는 중이다. 처음 공원에 초가집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원에 온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상기시키고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전통을 체험하게 해주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 어르신들에게도 이 공간은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곳이다. 2년에 한 번씩은 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새로 올린다. 어르신들은 한마음으로 “계속 이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방화근린공원 초가집이 앞으로도 소중히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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