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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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새해맞이
  • 광진투데이
  • 승인 2020.01.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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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 광진투데이 편집국장/건국대 정외과 초빙교수
정성은 / 광진투데이 편집국장
정성은 / 광진투데이 편집국장

2019년 한 해를 반추해본다. 양극화된 정치 진영은 민생과 미래를 저 멀리 내팽개치고 각자의 슬로건과 프레임을 내걸고 1년 내내 싸웠다.  

양극화되어 싸운 것은 정치의 영역뿐이 아니다. 우리 시민들 사이에서도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 '너는 틀렸다'고 서로를 나무라고 탓하고 비난한다. 이미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는 당최 다른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정치·사회적 균열과 이념적 양극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균열과 양극화라는 것이 유권자 층에서 양분되어 있는 갈등을 정치 엘리트들이 집약해 표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정치 엘리트가 그들의 쟁점에 대한 균열을 형성함으로써 시민들의 양극화를 동원하는 것인지에 대해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치열하게 논의 중이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어떠하든 간에 양자를 매개하는 것은 미디어, 즉 언론이다. 

이른바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수많은 선택지를 눈  앞에 두게 되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선택하고 관리하는 주도권을 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이용자가 될지 혹은 뉴미디어에 의해 전체 사회에 대한 이해를 상실하고 수동적이고 주체성이 결여된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든 인간은 일종의 선택적 심리를 노정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이른바 선택적 노출 심리와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정보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그보다는 본인이 관심이 큰 내용에 더욱 더 주의집중을 기울이는 인간의 심리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접했을 때 또는 기존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하는데, 이러한 인지부조화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믿음이나 태도,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려 애쓴다. 인간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일종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함으로써 인지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내적 평온함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 선택이 가능한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굳이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미디어에 노출되려고 하지 않고 그런 미디어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과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사람들은 확증편향을 통해 사회 전체에 대한 그림을 본인이 원하는 그림으로 인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이 그린 그림은 사회 전체를 이해한 그림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상, 자신을 둘러싼 좁은 사회의 그림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다면 결국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적개심, 혐오를 드러내는 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 강단에서 정치학과 미디어론을 강의하는 필자는 수강생들에게 매 학기 동일한 과제를 요구한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의 이슈에 대해 상반된 논조를 가진 두 언론사를 선정한 후에 각각의 언론사에서 어떤 논조를 가지고 해당 이슈를 다뤘는지 비교·분석하고, 이슈 자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제이다.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된 외눈박이의 시각을 가지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점을 세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시작하는 것. 과제의 목표는 그로써 완성되었다고 본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다름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이해하려는 포용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 어떤 집단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가지는 심리적 편향을 사회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힘으로 동원하고 악용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을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이데올로기로서, 인간이 존엄하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들이 살아내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하여 자유와 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데올로기이다. 다름이 존중받지 못하고 틀린 것으로 배척당하는 사회라면 좋은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없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건, 사회민주주의건 본질은 다르지 않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는데 좀처럼 모두에게 즐겁고 기쁜 소식이 잘 들려오지 않는다. 육십갑자의 기준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이니,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이 밝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울한 새해맞이가 아니라 '우울한 한 해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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