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 전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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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 전시 열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0.01.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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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시 / 포스터=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전시 / 포스터=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이 과천시, 예산군,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공동으로 2020년 1월 18일부터 3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9년 6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개최된 동명(同名)의 전시를 한국에서 다시 개최하는 것이며,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마치면 제주, 예산, 과천에서 1년 동안 순회 개최된다.

‘같고도 다른(사이불사 似與不似) : 치바이스와 대화(대화제백석 對話齊白石)’(2018.12.05 ~ 2019.2.17 /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이은 두 번째 한(韓)·중(中) 국가예술교류 프로젝트다.

지난 중국 전시에서는 30여만 명이 관람하는 등 중국 대중과 학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 파장은 국내 공공기관의 호응으로 이어져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 과천시(김종천 시장), 예산군(황선봉 군수),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고길림 본부장)는 ‘글로벌 추사 콘텐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 <추사귀국전>은 그 양해각서에 따른 첫 번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2020년도 한해를 서울- 제주- 예산- 과천으로 전국순회하는 <추사귀국전>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학예(學藝)의 특질인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現代性)’을 주제로, 간송미술문화재단, 과천시추사박물관, 제주추사관, 영남대박물관, 김종영미술관, 수원광교박물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선문대박물관, 일암관, 청관재, 일중문화재단, 개인 등 30여 곳이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현판, 대련, 두루마리, 서첩, 병풍 등 추사의 일생에 걸친 대표작은 물론, 추사의 글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세기 서화미술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을 볼 수 있다.

<추사귀국전>을 개최하는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은 “21세기 중국에서 확인된 19세기 동아시아 세계인(世界人) 추사 선생의 학예성과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대중들이 새롭게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다짐을 밝혔다.

한편 2월 13일(목)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추사국제학술포럼이 예술의전당 주관으로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는 이동국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가 모더레이터로 나선 가운데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실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중국 측에서는 예신(叶欣), 푸치앙(傅强), 우구오바오(吴国宝)가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이완우, 허홍범, 정병규가 추사학예의 세계성과 현대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추사학예의 세계성과 현대성을 확인한 지난 중국 전시는 기획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사를 중국에서 알아줄까’하고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기우였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100여 년의 간극을 일시에 허물며 추사가 살아 돌아와서 중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매일 5천여 명을 헤아리는 관람객들이 추사를 만났다. 문화예술계 지도자와 전문연구자, 서법가, 정치지도자와 관료는 물론 일반관람객 모두가 추사를 더 정확하고 진지하게 감상하고 토론하였다. 이런 광경은 좀처럼 한국의 서예박물관 전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또한 한국에서 추사학예를 ‘기괴고졸(奇怪古拙)’한 조형미학을 특징으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괴(怪)의 본질인 현대성(現代性)을 간파해내기보다 추사체(秋史體)의 성취를 모화주의(慕華主意)의 산물이나 개인의 천재성이 강조된 나머지 신화처럼 여기기도 했다. 진위논쟁에 빠져 정작 추사체(秋史體)의 미학(美學)을 세계사적인 관점과 현대적인 미로 연결시켜 바라보지 못하였다.

<추사중국전>에서 추사의 <계산무진谿山無盡>을 본 우웨이산吳爲山 중국국가미술관장은 “글씨를 넘어서서 그림이다. 허실(虛實)의 미학을 극대화하면서 심미적으로나 조형적으로 현대적이고 추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문명과의 대화’ 일환으로 열린 <추사중국전>국제학술포럼에서 중국국가미술관 장칭[張晴] 부관장은 “추사는 글씨의 성인(서성, 書聖)이다. 이번 전시가 실증하듯 ‘경전(經典)’을 남김으로써 역사에 기여하고 있다. 왜 이제야 우리는 서성(書聖) 추사를 알게 되었는가.”라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을 하였다.

중국미술관 장칭[張晴]부관장은 “추사야 말로 요즘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학과 조형구조 그 자체를 이미 150여 년 전에 제시하고 있다. “북방민족인 김정희는 성인(聖人)이다. 경전(經典) 창출을 통해 서법역사(書法歷史) 발전에 심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서법(書法)의 모국(母國)이라하는 중국으로부터 추사체(秋史體)가 비롯되었지만 추사는 당시 서법을 혁신(革新)하였다. 하지만 추사의 한계도 분명한데, 갑골문 금문의 연구실천은 오늘날 우리작가들의 몫이다“ (우구오바오吳國寶 중국미술관 소장작품부 서법분야전문 학예사/서예가)

<추사중국전>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 관람객과 대화함으로써 ‘추사는 세계이고 현대’라는 생각을 실증하였다는 점이다. 이와 상응하여 이번 <추사귀국전>은 오늘날 한국 관람객들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추사 서예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자 한다. 19세기 동아시아의 급변하는 시공간의 지평에서 추사 글씨의 세계성과 현대적 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동아시아 서(書)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추사체(秋史體)는 “괴(怪)하지 않으면 역시 서(書)가 될 수도 없다.”라며 청나라 금석고증학이 19세기 발흥하여 동아시아 서(書)의 역사학은 첩학(帖學)에서 비학(碑學)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러한 때 추사와 청나라 문인인 옹방강, 완원의 한·중간의 교류는 학문과 예술의 일치를 뜻하는 학예일치(學藝一致)와 비학(碑學)와 첩학(帖學)의 융합을 뜻하는 비첩혼융(帖混融)의 결정체인 ‘추사체(秋史體)’를 창출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추사체의 조형미학과 정신경계를 요약하면 기괴고졸(奇怪古拙)과 유희(遊戱)다. 하지만 추사 생존 당대에도 추사체의 괴의 미학에 대해서 비난과 조롱이 비등하였다. 추사는 이에 대해 “괴(怪)하지 않으면 역시 서(書)가 될 수도 없다.”라고 응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글씨를 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교가 좋고 나쁨(공졸, 工拙)을 또 따지지 마라[非以書爲也. 工拙又不計也.]”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추사의 학예성취에 대해서 《청조문화(淸朝文化) 동전연구(東傳硏究)》 저자인 후지스카 치카시(藤塚鄰, 1879~1948)는 “(이처럼) 청조문화(淸朝文化)에 정통하고 새롭게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을 조선에 수립 선포한 위대한 공적을 이룬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고금독보(古今獨步)라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한다.

‘반역적’ 성격과 큐비즘 성격이 있는 고금독보적(古今獨步的) 추사체(秋史體)로는 전 중국서법가협회 주석이자 현존 중국최고의 서법가로 추앙받는 션펑(沈鵬, 1931~현재)은 “변혁의 중심에 있었던 김정희의 서법(書法) 작품은 강렬한 반역적(反逆的) 성격이 있다. 특히 비(碑)가 첩(帖)으로 들어가는 모종의 ‘불협과 부조화(不協調)’의 성격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김정희의 서법에서 조선민족의 강렬한 독립과 자주(自主)와 자강(自强)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고 말했다.

20세기 한국현대 서화미술의 토대인 추사체는 이런 맥락에서 김종영의 추상조각, 윤형근의 획면추상, 손재형, 김충현의 비첩혼융((碑帖混融)은 추사체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구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그간 20세기 한국의 문예를 식민지, 서구화라는 관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단절되었다는 기존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추사귀국전>은 추사의 전통적·한국적 미학이 중국이라는 다른 공간과, 또 현대라는 다른 시대와 대화함으로써, 동아시아와 현대를 아우르는 공유자산의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학예일치’ ‘해동통유’ ‘유희삼매’라는 3가지 키워드로 조명하는 추사의 ‘괴(怪)’의 미학 전시로 개최되는 ‘괴(怪)의 미학을 키워드로 ‘추사체’의 성격 전모를 ▲연행(燕行)과 학예일치(學藝一致) ▲해동통유(海東通儒)와 선다일미(禪茶一味) ▲유희삼매(遊戱三昧)와 추사서의 현대성 등 총 3부로 구성했다. 

<연행과 학예일치>에서는 해석 1) 옹방강, 완원으로부터 실사구시(實事求是) 관점의 경학(經學)과 금석고증학(金石考證學)을 수용하여 고예(古隷)로부터 역사와 서법이 녹아든 추사체를 완성해내는 것, 해석 2) 추사가 옹방강, 완원을 만나 실사구시(實事求是) 관점에서 해석한 경학(經學)과 금석고증학(金石考證學)을 수용하고, 고예(古隷)로부터 역사와 서법이 녹아든 추사체를 완성해내는 것을 보여준다. <옹방강이 추사에게 보낸 제3편지>, <실사구시잠(實事求是箴)>, <복초재시집(復初齋詩集)>, <소영은(小靈隱)>, <상량·상견(商量·想見)>, <문복도(捫腹圖)> 등 추사와 청조 문인과의 교유관계 핵심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임군거효렴경명(臨君擧孝廉鏡銘)>, <예학명임(瘞鶴銘臨)>, <배잠기공비제발(裵岑紀功碑 鉤勒本 題跋)>, <진흥북수고경(眞興北狩古鏡)> 등 추사체(秋史體)의 궁극인 고예(古隷)를 재해석한 작품과 <양한금석기>, <해동금석원>, <해동금석영기> 등 조·청(朝淸) 문인들의 금석학 연구 자료들을 통해서 서(書)가 학문의 전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살펴본다.

<해동통유와 선다일미>에서는 제주 유배라는 극한의 실존에서 유마거사(維摩居士)를 자처하면서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는 통유(通儒)이면서,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와 만나 선(禪)과 차(茶)를 하나로 승화시키는 추사의 정신세계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문자반야(文字般若)>, <칠불설게 도득문지(七佛說偈 都得聞之) 등 게송(偈頌) 모음, <직심도량(直心道場)>, <영모암편배제지발(永慕庵扁背題識跋)>, <명선(茗禪)>,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그리고 <부기심란(不欺心蘭)>, <향조암란(香祖庵蘭)>, <추사 소치 합작 시화 ‘산수국’> 등을 전시하는데, 이들은 통유(通儒)와 서화일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들이다.

<유희삼매와 추사서의 현대성>에서는 비첩혼융(碑帖混融)의 ‘추사체’가 발산하는 불계공졸(不計工拙)과 천진(天眞)의 정수를 볼 수 있다.. <계산무진(谿山無盡)>, <도덕신선(道德神僊)>, <순로향(蓴鱸鄕)>, <사서루(賜書樓)>, <판전(板殿)>, <완당집고첩(阮堂執古帖)>, <무쌍·채필(無雙·彩筆)>, <인고·폐거(人苦·弊去)> 등의 작품을 통해 추사체의 유희삼매 경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김종영 윤형근 손재형 김충현 등 20세기 한국의 현대서화미술 대표작가들이 추사서를 통해 자신의 예술을 여하히 성취해냈는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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