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 홍원사에서 울려 퍼지는 ‘천인의 소리’
상태바
가양동 홍원사에서 울려 퍼지는 ‘천인의 소리’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7.03.03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주스님, 市무형문화재 제43호 ‘경제어산’ 보유자로 지정

강서구 가양동, 연화산 산자락에 자리한 홍원사는 불교 전통 소리의 웅장한 울림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다. 1995년 홍원사를 창건한 동주 스님<사진>이 그 중심으로, 그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3호 ‘경제어산(京制魚山)’ 보유자이기도 하다. ‘경제어산’이란 서울·경기 지역의 사찰에서 불교의식을 할 때 쓰는 일체의 소리를 뜻한다.

불교의식 때 쓰는 음악을 ‘범패’라 한다. 동주 스님과 범패의 인연의 시작에는 은사인 대은 스님의 길잡이가 있었다. 중이 되고 싶어서 제자로 들어온 동주 스님에게 대은 스님은 불교 제의를 배워야 ‘중노릇’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어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송암 스님에게 동주 스님을 가르쳐줄 것을 청했다.

“범패는 천인들이 내는 소리라고 했을 정도로 깊이 있는 소리이니만큼 일대일로 마주앉아서 집중적으로 배웠지요. 인도에서 시작된 것이 당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라 범패에는 4성이 있어요. 각 음에 따라 내야 하는 소리의 높낮이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틀리면 말짱 헛것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지요.”

가르침이 끝난 후에는 깨달은 바가 있어 7년여 동안 선방을 찾아다니며 정진했다. 배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정진에 몰두하는 동안 오히려 소리의 깊이는 동주 스님의 안에 오롯이 깃들었다. 곧 동주 스님은 범패의 최고 수준에 다다른 사람을 일컫는 ‘어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범패는 판소리와 가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성악곡으로 손꼽힐 정도로 역사가 깊은 분야입니다. 오히려 300여 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판소리에 비교하면 범패의 역사는 1100여 년이나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모든 소리의 원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범패는 신라 후기인 830년대에 진감국사가 당나라에서 성행하던 범패를 배워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가 국교로 지정되었던 고려시대에 성행했지만 이후 억불숭유 정책을 펼친 조선과 민족문화 말살정책이 있었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쇠퇴했다. 하지만 백련사와 봉원사 등 여러 사찰에서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온 덕분에 이제는 경제어산과 영산제 등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과 보존에 힘쓸 수 있게 되었다.

홍원사에서도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을 운영하며 동주 스님이 직접 한국불교의 전통의례의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과거 편찬된 수륙재 관련 자료들을 연구, 정리해 수륙재 의식 중 중례에 대해 발표하고 시연하는 ‘제1회 경제어산 학술·시연회’를 열었다. 올해 5월25일에는 대례에 관한 학술회를 열 예정이다.

동주 스님은 수륙재의식을 세 차례에 걸쳐 시행하며 완성해나갈 계획이다. 2014년에 한 차례 시행되었고 올해 7월 두 번째 의식이 예정되어 있으며, 2020년 마지막 의식을 시행할 계획이다. 7월1일에는 수륙재 중 중례가 하루에 걸쳐 열릴 예정이며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 보니, 소리를 전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송암 스님께 범패를 배울 때부터 내가 범패를 모두 익혀서 후대에 전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지요. 경제어산의 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