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단상] 승자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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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단상] 승자내기
  • 성동신문
  • 승인 2020.08.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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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 시인, 칼럼리스트
김삼기
김삼기

가끔 성수동에서 사권 동갑네기 친구들과 만나 점심식사도 하고 당구도 치는 편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성수동 친구들은 당구를 칠 때, 한 명이 점수를 다 내고 나면 2,3,4위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끝낸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당구를 끝낸 우승자가 게임비를 계산한다.  
대부분 당구 게임은 승자가 게임비를 내지 않고 패자가 내는 게 원칙이며, 거기에 술이나 식사 내기까지 할 경우 패자는 모든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가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으로 당구를 치기에 게임이 느슨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아름다운 경쟁이 이루어져 좋지만, 결국에는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니 분위기가 좋지 않게 끝난다.

그런데 성수동 친구들과 치는 당구 게임의 경우, 승자는 이겨서 기분이 좋아 게임비를 내니 괜찮고, 패자는 게임에서 졌지만 게임비를 내지 않으니 위로가 되고, 또한 승자만 가리는 게임이니 게임비와 시간도 절약되니 여러모로 좋다. 

성수동 친구들과 가끔 치는 당구 게임은 승자내기 방식이고 다른 친구들과 치는 당구 게임은 패자내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만약 4명이 당구를 칠 때. 승자내기 방식을 적용하면 승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 3명은 모두 공동 2위가 되어 스스로 패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패자내기 방식을 적용하면 승자 3명은 1,2,3위로 나누어져 승리의 기쁨의 온도 차가 나고, 확실한 패자 한 명만 정해지게 된다.       

우리 사회도 승자만이 살아남고 패자는 낙오자로 전락하는 경쟁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패자들의 불만이 만들어 낸 사회악을 해결하느라 우리 사회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패자가 다 뒤집어쓰는 패자내기 방식의 당구 게임과 너무 흡사한 것 같다. 

이제는 기업이건 단체건 개인이건 패자를 가리는 경쟁을 하지 말고 승자만을 가려서 그 승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승자가 되어 얻은 가치를 나누어 주고, 승자가 되지 못한 자들을 위로해주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승자내기 방식이 적용되어, 승자는 대접받고, 패자는 아예 없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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