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쓰다>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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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쓰다>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
  • 성동신문
  • 승인 2020.11.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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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효은 / 기자·작가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을 좋아했다. 무언가 확실히 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확고한 어투로 자기주장을 펼쳤다. 나의 주장은 대체로 너무나 타당한 것이었다.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 '자기 숙제는 자기가 해야 한다', '개미를 일부러 죽여서는 안 된다'등 옳은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분명하게 나눴다.

중학생 때는 인터넷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학생을 만나 실시간 통역기를 써가면서 불꽃 튀게 토론을 펼쳤다. 결과는 대부분 한숨과 열이 뻗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부분 욕설을 하기도 하며 대화를 끊어버린다.

그 뒤로도 어떤 사건에 대한 의견이 내 생각과 다르면 주저하지 않고 반박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할 때 당당하기도 했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위계 구조가 있는 관계에서는 두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는 것보다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다. 그로 인해 관계가 어그러지고 괴로움이 찾아온 적도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당시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행동했으리라.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방식과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했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고 한다.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의견이 다르면 답답해하기보다 이유를 물어본다. 그저 내가 아는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면 억지로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느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에는 그것이 억울하고 분했다. 그리고 큰 상처를 받았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창작극을 만들었을 때였다. 모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나는 당시 조연출, 연기지도, 배우를 담당하며 즐겁게 참여했다.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이후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몇 년을 괴로워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공연료를 자유롭게 받는 방식이었다. 당시 모두 공연의 취지에 마음이 모여 진행하게 된 것이었고 배우, 스텝은 페이 없이도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힌 후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공연을 성사한 것이다. 

뒤풀이 장소를 잡고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당시 함께한 스텝과 함께 상자에 담긴 돈을 빠르게 세었다. 내 딴에는 다들 무대 소품과 의상 등을 챙기느라 바쁘고 피곤할 거라 생각했기에 했던 행동이었다. 몇십 만 원 정도 생각보다 꽤 많은 돈이 모였다. 나는 뒷풀이 자리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기쁜 소식을 나눴다. 다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기뻐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연기연습을 하며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동료가 나를 어떻게 믿냐며 돈의 액수가 정말 맞는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그 말이 내게 큰 상처가 되어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 문제는 예민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무리 '의리','정'이 두터워도 확실하게 행동해야 했다. 나도 당시에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고 내 방식대로 행동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서로 언성 높이며 다툴 일이 아니라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서운한 점도 이야기하며 잘 마무리했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내가 묶어놓은 생각과 신념이 어떤 때는 나를 옥죄여오고 해치기까지 한다.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며 사고의 틀이 넓어지고 변형되고 깨지면서 나는 더 확장되었다. 그만큼 더 자유로워졌다. 똑같은 우주는 없기에 우리는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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