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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양천신문사 박선희 기자
  • 승인 2020.11.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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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우수사례 창조한

양천구의 유일무이 제조업 협동조합, 양천가방협동조합
조규남 이사장
조규남 이사장

 

원가 절감을 위해 조합원들은 노후화된 기계들을 계속 고쳐 쓸 수밖에 없어요. 새 기계로 바꾸는 건 생각도 못하죠. 이번 지원으로 새 기계,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밝은 조명을 갖추게 되어 조합원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이런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를 시작하는 양천가방협동조합 조규남 이사장.

양천구청과 서울신용보증재단 양천지점은 협의를 거쳐 양천가방협동조합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하고 시설개선 지원사업과 자영업클리닉(컨설팅)을 실시했다. 20여개 사업장에 업체당 최대 100만 원 지원받아 기계를 바꾸는 등 시설개선에 사용했는데, 소상공인들은 공모사업이나 지원 사업이 있어도 서류 작성하는 행정업무가 부담스러워 심지어는 지원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양천지점은 자영업클리닉을 통해 경영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별도 비용 없이 분야별 전문가를 파견해 방문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번 지원 사업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디딤돌을 마련한 양천가방협동조합은 2015년 출범한 양천구의 유일한 제조업 협동조합이자 지자체의 인정을 받은 우수기업이다. 2018년 협동조합 활성화 유공자 표창에 이어 2019년에는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 표창까지 수상을 이어갔으며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코스타리카 사회연대 경제협의체 회장단과 워크숍 진행 시 양천가방협동조합을 사회적 경제 우수사례로 소개해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수 십 년 동안 양천구 신월동에 터를 잡고 숙련된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성공적인 협업 신화를 이룬 양천가방협동조합의 이야기를 조규남 이사장에게 들어봤다.

 

IMF부터 이어진 역경, 협동조합 출범으로 새로운 전환 맞이해

 

1970년대,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서울 구로공단과 인접한 신월동에 가방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가방 제조 분야의 임가공업체, 수공업자들의 생산 및 주거 밀집 지역이 조성돼 한 집 건너 한 집에 가방공장이 생길 정도로 붐이 일었던 전성기를 이어가던 중 대한민국을 강타한 IMF 여파를 승승장구 하던 가방산업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공장이 이전함에 따라 일거리는 줄어들었고 실의에 빠진 사업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 준 것이 협동조합출범이었다.

발기인 21명이 힘을 모아 20152월 초부터 511일 총회 전까지 3개월 동안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을 받고 10명의 이사진을 선출했다. 현재 양천가방협동조합은 60여개 사업장, 조합원 187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거대해졌다. 작은 씨앗이 커다란 거목이 된 셈이다. 조규남 이사장은 양천구청과 서울신용보증재단, 공항공사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이어가는데 탄탄한 밑거름이 되고 든든한 힘이 됐다며 거듭 강조했다.

 

자체 브랜드 LANTT 의 개발로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가방 소상공인 제조업의 대다수는 유명 브랜드의 OEM(임가공 주문생산)이 주된 생산방식이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요구됐다. 이에 양천가방협동조합은 2016년에 자체 브랜드인 LANTT를 론칭했다. Life(인생), Attract(매혹적이다), Necessity(실용적), Timeless Time(초월적 시간)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인 LANTT는 땅(LAND)의 독일식 발음으로 가방이 삶이었던 사람들의 초월적 시간의 가치를 담아 만든 매혹적이고 실용적인 가방을 의미한다. 가방 제조업계에서 30~40년 경력을 보유한 장인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하기에 품질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든 제품을 국내산 자재를 100% 사용,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투명하고 정직한 견적 제공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조합과 제품 의뢰 업체의 상호 유리함을 극대화하는 컨설팅이 가능하다. 특히 유치원 및 유아용 제품은 국가공인 시험업체로부터 승인 받은 무독성 원부자재만 사용해 신뢰성을 극대화 했다. 백팩이나 슬림팩을 일산킨텍스 행사에 출품하거나 공영홈쇼핑에서 판매하기도 했으며 지난 달에는 ()로카(대표 김명순)와 함께 쇼퍼백을 제작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양천구 소공인 협업화 지원사업의 일환인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다. 조합원들의 자립을 도모하고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를 개척한다는 취지로 1천만 원을 목표로 실시한 펀딩은 100% 달성을 이뤄냈고 400여 개의 가방을 생산해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양천가방협동조합의 실용적이고 다양한 스타일의 가방들은 www.ycbag-coop.co.kr 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의 도약

 

지난해 10월에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가방봉제기술을 무료로 지원하고 중장년 봉제기술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하며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 실현이나 영업 활동을 통한 수익창출 등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양천가방협동조합은 가방 기부 및 어려운 이웃돕기 쌀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전 방위로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있어 머지않은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 시대, 지자체와 손잡고 마스크 제조에 나서

 

2020년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0~40명이 밤낮으로 일하던 대형 공장들이 가족이나 부부가 단촐하게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장으로 변모하게 됐다. 원단구입부터 재단, 합봉까지 한 공장에서 전 과정이 마무리되던 시스템에서 현재는 재단, 멜빵 , 지퍼, 포켓, 합봉, 포장 등 부분별로 전문화분업화 되어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도 일거리가 부족해 조합을 통해 수주가 들어오면 신청 사업주들이 모여 제비뽑기로 일감분배를 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에 요즘은 가방 뿐 아니라 마스크도 생산하게 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올 초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때 양천가방협동조합은 구의 협조 요청에 가방 생산을 중단하고 면 마스크 제작에 나서 거의 원가로 1만장을 판매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 마스크는 양천구청 직원 및 산하 기관에서 사용해 일회용 마스크 수급 문제에 일조했다.

 

쌈지거리와 같은 가방 제조 활성화 거리 만들고파

 

매주 월요일에는 10명의 조합이사가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사들은 무보수로 봉사나 마찬가지로 조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마진을 최소화하고 저렴하면서도 고퀄리티의 제품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조 이사장과 협동조합 임원들은 조합 설립 초창기 종로에 조성된 쌈지거리를 본 후 영감을 얻어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양천구 신월동 지역에 가방 테마거리로 조성하고 공동작업장, 디자인 창작실, 시민공방, 교육장 등의 테마 공간 운영으로 지역사회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확장해 수명산부터 구 588종점에 이르는 가방 쇼핑 스트리트를 구축해 먹거리와 볼거리가 어우러지는 거리를 조성하고 신월동과 가까운 김포공항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지로 활성화 시키고 싶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조 이사장은 마진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고퀄리티인 제품을 생산할 것이며 조합의 가장 큰 지향점은 일거리 창출이라며 앞으로 양천가방협동조합은 가방 소공인들의 발전과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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