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의 노포> 손수 만드는 한복으로 뚝도시장에서 한복의 전통을 잇는 영희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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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노포> 손수 만드는 한복으로 뚝도시장에서 한복의 전통을 잇는 영희한복
  • 서울로컬뉴스 기자
  • 승인 2020.12.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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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시장 영희한복

뚝도시장은 성수동에 있다. 한때 서울의 3대 시장에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시장도 달라졌다. 최근에 단장하면서 시장 입구에 이렇게 붙여놨다. '뚝도청춘시장' 왜 청춘일까. 뚝도시장이 지난 '청춘'시절을 그리워하듯, 한복을 즐겨 입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났다. '영희한복'이다. 가게는 뚝도시장 안에 있다. 시장 분위기와 다르게 밝고 화사했다. 진열해둔 한복이 빛을 뿜어낸다. 손님이 가게에 들면 유영희 사장님은 살가운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했다. 따끈한 차부터 건넸다.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가게에서 유영희 한복 제작 전문가로부터 지난 얘기를 들어보았다.

◆ 모시옷을 입은 분이 천사로 보여서 들어선 한복 만들기 인생

“스물세 살 때 여름인데요. 주인집 아주머니가 하얀 모시옷을 입고 나들이 가시는데 천사 같았어요. 그걸 보고 양재학원에 등록했어요.”
처녀 유영희 씨는 썩 괜찮은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서 취미활동도 하고 그랬다. 꽃꽂이, 서예 같은 것들. 보너스도 600%까지 받았다. 그런데 모시옷을 입은 그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양재학원을 찾아갔다. 꽤 열심히 한복 만들기를 배웠다.

그러다 결혼으로 한동안 한복을 손 놓았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웠다. 그래서 '한복 기술자'(한복제작)로 나서게 되었다. 93년이다. 한복집에서 기술자를 서로 데려가려고 하던 시절이었다. 한복집은 뚝도시장 안에 있었고 이게 뚝도시장과 인연이었다. 그땐 뚝도시장에 한복집이 7곳이었다. 지금은 겨우 두 곳만 남아 있다.

“한 십 년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부업으로 하기엔 한복 기술자만한 게 없어요.”
육아와 가사를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쉽기만 했겠는가.
“한 달에 백 벌쯤 했어요. 많을 땐 120벌까지. 옆방에는 동네 아이들 여나므 명 와서 놀고 그랬지요.”
뚝도시장의 대여섯 한복집 일을 맡았다. 그때가 좋았다.

◆ 뚝도시장에 영희한복을 열다

“지금 이 가게요? 한복을 하시던 분이 한 30년 했어요. 여든셋이었는데 저보고 가게를 자꾸 해보래요. 2년이나 꼬셨어요.”
그렇게 해서 영희한복을 하게 된다. 가게 이름을 지을 때다. 아들보고 생각해보랬더니, 엄마 이름으로 하라고 그랬다.
“내 이름이 영흰데 희(熙)가 빛날 희에요. 계집 희였으면 안 했을 거예요. 한복이 빛나잖아요.”

처음 가게를 할 때는 빛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옷을 맞추는 분은 외국인들 뿐이다.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외국인 손님마저 없다. 내국인은 대부분 한복을 대여한다. 맞춤이 2, 대여가 8쯤 된다. 한복집들이 '대여' 중심으로 된 건 칠팔 년쯤 되었다. 이래저래 장사가 어렵다.
“예전엔 강남분들이 많이 왔어요. 강남에서는 120할 때 60이었으까요. 한꺼번에 네 벌을 맞춘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쪽 분들은 자식들 결혼할 때 강남 가서 맞춰요.”
알 것 같았다. '우리 애 한복 있지 그거, 강남서 맞춘 거야.' 이렇게 말한다고.

◆ 한복을 직접 만들 수 있어서 경쟁력을 갖춘 한복가게

“65살까지 할 생각이었어요. 코로나로 힘들어서 그만둘까도 했었고요. 이젠 아니에요. 70까지 할까 싶어요. 남편이 이렇게 말했거든요.”
그동안 내가 힘들 때 도와줘서 큰 힘이 됐다. 이제는 '놀이터'다 여기면서 가게 하라고, 놀러 오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하라고, 했다.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인터뷰하는 날은 토요일이어서 적었지만 평일에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온다.
영희한복은 사장이 직접 한복을 만든다. 그래서 다른 한복집은 어려워도 버티고 있다고 했다. 대여 한복을 모두 직접 제작한다.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대여할 때도 다른 집보다 유리하다.

“55, 66, 77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 몸은 55 반도 있잖아요. 우리 집에서는 그걸 맞춰서 대여해줘요.”
요즘은 일거리가 들어와서 바쁘다. 풍납재래시장과 그쪽 도시재생주민협의회에서 '백제옷'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단가가 낮지만 150벌이어서 바쁘다.

한복만 해서 돈이 안 되어 이부자리도 같이 한다. 혼수용품과 수의까지 하는 게 재래시장의 한복집이다.
요즘에는 시간을 내어서 적십자회에서 반찬 만들기 봉사를 하는데 3년째 하고 있다. 봉사한다고 내세우기가 민망하다. 젊어서부터 하고 싶었던 봉사는 따로 있다.

“한복을 만들고 싶은 분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많은 분들 도움으로 지금까지 장사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넘 많으면 어떡하죠?”

배우는 분도 재봉틀도 놓아야 하니까, 신청자가 있으면 방법을 생각해보려 한다. 수입이 적으니까 한복을 배우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한복 만들기의 맥을 잇고 싶다.
○ 영희한복
○ 전화 : 010-5593-5117
○ 주소 : 성동구 성덕정15길 4-13(성수2가 1동 335-187호) 뚝도시장 내
서성원 작가 ( itta@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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