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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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술가
  • 성동신문
  • 승인 2021.0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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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효은/서동신문 기자, 작가
어효은 성동신문 기자
어효은 성동신문 기자

예술의 부재로 수많은 이야기가 갇혀있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매일 음악을 듣고 읽고 쓰기를 즐기는 나에게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삶의 낙이 사라진 느낌일까. 예술이 사라진 세상은 메마른 잿빛 도시처럼 삭막할 것 같다.

예술은 누군가에게 숨구멍이다.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연결통로이자 표현의 창구다.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읽고 쓰고 사람들과 공연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내게 예술은 내 안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표현할 수 있고 누군가와 교감할 수 있는 고마운 다리다.

인터넷 사이트에 ‘예술’이라고 치면 이런 정의가 나온다.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의 활동.’ 예술을 알려면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도 함께 내려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할까.

배우 활동을 할 때 극단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무엇이 예술인가, 무엇이 훌륭한 예술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누구는 예술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는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는 유명인이 되면 점 하나만 찍어도 예술이라고 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그럴 수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져 갔다. 정말 누구나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 술 취한 사람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혼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아이돌 가수가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은?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은? 초등학생이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은? 그것이 아름다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나.

나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표현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존재다. 아름다움과 추함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느낌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현상을 보고 누군가를 감동하게 했느냐 아니냐를 놓고 ‘예술이다, 아니다’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흙장난하며 만든 성은 왜 예술이 아닌가.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만큼 예술적인 장면이 또 있을까. 오랜 세월 얼굴에 그려진 주름만큼 많은 경험을 했을 할아버지가 벤치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일상의 장면 하나하나에 우리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별 감흥 없는 모습이 어느 이에겐 심장을 파고드는 명장면이 된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도 온갖 감정들이 녹아있다. 그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사방은 온통 예술작품들로 넘쳐날 것이다.

종종 예술을 한다는 명목 아래 고고하고 특별한 채 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그들은 ‘니들이 뭘 알겠어.’라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 이것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이야기하며 일상 속 형형색색의 수많은 예술은 볼 줄 모른다.

세상에 예술 아닌 것이 어디 있고 예술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표현하고 싶어 한다. 본능적으로 다른 이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다르게 반응한다.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 하나의 우주는 제각각 다른 빛을 낸다. 다양한 예술이 숨 쉬는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 표현하는 축제를 꿈꿔본다. 엄청나게 큰 캔버스에 이쪽에서는 그림을, 저쪽에서는 춤을 춘다. 한쪽에서는 노래를, 그 너머에는 공연을, 곳곳에서는 퍼포먼스를. 누군가는 즉흥적으로 공예를 만들고 전시를 하고 따듯한 공간에서는 영화를 상영한다. 자유로운 표현에는 순간순간의 느낌이 태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누군가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몰입할 뿐, 그저 묵묵히 보아줄 뿐.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서로 교감하면서. 아무 부담도 거리낌도 없이 마음이 동하면 참여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는 신나는 예술 놀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듯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여보는 거다. 꼭 마법같이.

다양하게 피어있는 꽃들로 넘실대는 들판이 아름답다. 내가 사는 세상은 온통 예술가들 천지다. 
(lovewill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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