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한 역사서, <코로나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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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한 역사서, <코로나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 발간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1.03.0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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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근현대 서울 사람들의 집을 주제로 한 <서울역사강좌> 제11권 발간
- <코로나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에서 집 소유, 중개인, 인테리어와 조경, 외국인 공사관, 주거문화 등 총 14개 주제로 구성
- 온라인 서울책방에서 구매 가능, 서울시 각 도서관에 무상 배포
-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운영하는 2020년 상반기 서울역사강좌 교재로 사용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서울시민의 역사교육과 역사문화 향유의 폭을 넓히고자 2004년부터 서울역사강좌를 개설해왔다. 2016년부터는 서울역사강좌의 내용을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강의 내용을 대중 교양서 형태로 출간하고 있다.

최근까지 집은 우리에게 휴식 공간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 홈스쿨링, 홈트레이닝까지 집에서 하고 있다. 집에서 시간보내기가 쉽지 않은 요즘, 과거 한양 사람들에게 슬기로운 집콕생활의 노하우를 배워보면 어떨까?

이번 서울역사강좌 11권은 <코로나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라는 제목이다. 14개의 주제를 통해 조선시대~근현대 서울 사람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백악 기슭 삼청동에 옥호정이란 집이 있었다. 순조 때 권력의 정점에 오른 안동 김씨 김조순의 집이다. <옥호정도>를 보면 집은 산과 개울로 둘러싸여 있으며, 대나무, 소나무,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한 산속의 집이다. 마당에는 파초, 홰나무, 작약, 노송과 괴석을 올린 화분으로 장식되어 있고, 연꽃을 띄운 수조도 그림 같은 집이었다.

자연을 끌어들인 도성 속 집은 풍류를 아는 선비들의 모임자리가 되었다. 김홍도의 <취후간화도>에는 한질의 책과 술명, 매화 한 그루, 한 쌍의 학이 그려져 있다. 그는 풍류를 즐기며, “좋은 술은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좋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라.”는 화제를 남겼다. 매일 머무는 집이지만, 사색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한양 사람들의 집이었던 것이다.

한양의 양반들은 집을 꾸미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조선시대에는 내외법에 의해 여성과 남성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여성의 공간인 규방에는 양 귀퉁이에 탁자를 놓고 가운데는 보료를 깔았다. 문갑, 장과 농, 경대 등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의 목재로 가구를 두기도 했다.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는 업무, 학문, 일상을 위한 공간이자 정치를 위한 사교의 장이었다. 사랑방에는 검소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의 목가구, 책을 모아두고 글을 쓰기 위한 문방사우 등을 두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초상화를 통해 한양 양반들의 서재도 엿볼 수 있다. 그림 속 대원군의 앞에는 사선탁자와 협탁을 두고, 탁자 위에 안경, 염주, 벼루와 붓, 도장, 인주함, 화살통 등을 두었다. 협탁에는 청동향로, 금색의 자명종을 두었다. 그림 속 기물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가품이 많아 국왕의 아버지였던 이하응의 권력과 위엄을 알 수 있다.

집에서 풍류도 취미도 즐기려면, 내 집이 안정적이어야 했을 것이다. 한양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은 쉬웠을까? 한양 사람들은 집을 얻으려면 몇 가지 절차가 있었다. 먼저 한성부에 희망지하는 집터를 선택하여 청원서(신청서)를 냈다. 한성부에서는 허가해주기 전에 관상감 관원과 측량사인 산사를 보내 집터가 궁궐의 지맥을 손상하는 곳이 아닌지 파악했다. 빈 터거나 만 2년 이상 거주한 자가 없다면 집터를 나라에서 나눠주었다.

훈련도감 포수로 일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한 박광학의 일화가 있다. 박광학은 한양 거주를 위해 천안 경주인의 땅을 빌리게 되었다. 땅 주인을 수소문해 집을 빌린다는 합의서를 받고, 한성부에 차입 승인을 요청했다. 집주인과 합의가 되었다면 집터 사용을 허가한다는 한성부의 승인도 잠시.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 박광학이 집주인을 잘못알고 청원을 올린 것이다. 원래 주인은 나타나 집을 부수고 박광학은 집을 마련한지 3년만에 쫓겨나게 되었다.

박광학의 사례는 돈이 있어도 집을 구하기 어렵고, 집값이 비싸 세를 들어 살아야만 했던 한양 사람들의 처지를 보여준다. 지방에는 1,000냥 넘는 집이 드물었지만 한양에는 20,000냥이 넘는 집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남의 집을 빌려 사는 양반(여가차입ㆍ세입), 남의 집을 빼앗는 양반(여가탈입)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집주릅(가쾌, 오늘의 부동산 중개인)을 하여 부를 누리는 사람도 나타났다. 집 한 칸 없는 설움이 비단 오늘날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서울역사강좌 11권 <코로나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는 약 360페이지 분량이다. 집과 관련한 여러 가지 스토리를 알기 쉬운 문체로 구성했으며,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수록하여 이해를 도왔다. 책은 2021년 상반기 서울역사강좌의 교재로 사용될 예정이며, 강좌는 돌아오는 3월 5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역사강좌 11권은 서울책방 및 온라인(https://store.seoul.go.kr)에서 10,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시 각 도서관에는 무상 배포 예정이다.

서울역사편찬원장 이상배는 “과거 우리에게 집은 일생을 보내는 귀한 공간이었다.”며 “이 책의 출간을 통해 한양 사람들이 집을 귀하게 여겼던 것처럼, 다시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집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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