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한국편지가족 유회숙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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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한국편지가족 유회숙 명예회장
  • 동북일보 최헌규 기자
  • 승인 2016.11.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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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편지 썼던 기억이 있다면?”‘편지는 문화’ 편지 확산 노력

이제는 낯이 설기까지 한 편지. 관공서에서 날아오는 고지서나 홍보물이 우편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현실에서 편지의 낭만은 잊혀진지 오래다.

우체 함에 있는 편지가 전혀 설렘을 주지 못하는 요즘 현실에서 여전히 편지의 낭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이 그 중심에서 편지의 소중함을 여전히 지켜 나가고 있다. 

한국편지가족은 편지와 가족이 중심이 되는 법인명에서도 낭만이 물씬 묻어난다. 그 중심에서 7대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여전히 편지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유회숙 명예회장을 만나 잊고 있던 편지의 낭만을 다시금 일깨워봤다.

편지가, 특히 손으로 쓰는 손편지라는 표현이 새로 생길 만큼 많이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에도 여전히 편지의 낭만은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중심에 한국편지가족이 있다. 한국편지가족은 지방우정청을 중심으로 지부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고 우정사업본부에서도 편지 글 확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글을 미처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나면 가장 먼저 쓰고 싶어 하는 글이 편지라고 한다. 이는 편지가 담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유회숙 명예회장은 강조했다. 

유 회장은 “어머니들 마음속에는 이미 수십 편의 편지가 들어있었다”며, “이를 글로 쓰며 어머니들은 글씨를 배웠다는 감동과 함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비로소 온전히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뭉클해 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대부분 편지 대상은 돌아가신 분들일 경우가 많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쓰는 뭉클한 내용의 편지글이 가장 많다고.

유 회장은 어르신들이 편지글을 쓸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이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했다. 익숙지 못한 한글 실력과 마음을 글로 담는 법이 서툴기 때문이라고. 그를 깨기 위해 유 회장은 직접 말로 편지를 쓰는 시범을 보이며 어르신들의 감성을 일깨운다. 글이 아닌 말로 편지를 대신 한다. 

가장 단순하게 편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과정인 셈이다.

그럼, 어르신들은 마음속에 담긴 편지글을 비로소 마음 바깥으로 꺼내는 데 익숙해한다. 비로소,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가 말로 표현 되고 편지로 완성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르신들의 편지 글은 문학 작품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멋진 글로 탄생하게 된다. 

멋진 시와 소설처럼 감동을 선사하는 글이 탄생하는 편지 글이 그래서 가능하다는 것이 유 회장의 설명이다. 

모든 편지 글이 멋진 작품이 되는 것은 진정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미움의 마음을 편지 글로 써서 전하는 것이 드문 것처럼 편지 글에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기기 때문이며 그 마음에 진정성이 담기며 더욱 아름다운 글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지를 쓰면서 스스로 마음을 보듬어 되게 돼 인성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처음 편지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에게 무조건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고 권한다. 맞춤법, 띄어쓰기, 문단나누기 등에 구애 없이 쓰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르신들 뿐 아니라 편지 글 강의를 듣는 모두에게 해당한다. 초중고생 등 편지 글 강의를 할 때마다 빼먹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는 설명에 이들의 편지글은 더욱 풍요로워지게 된다고. 

유 회장은 이렇게 편지는 마음을 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편지지는 그 마음을 담는 그릇인 셈이다. 

하지만, 편지 형식의 중요성도 반드시 가르친다. 학생들이 마음을 글로 담는 방법이 자연스러워졌다면 편지는 받아보는 상대방이 있는 만큼 예절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 성실함도 주문한다. 편지를 쓸 때 성실히 묘사하면 편지에 담는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고, 편지 글을 통해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편지는 기록의 역사이기도 한 만큼 년도와 날짜를 꼭 남겨야 한다며 조선 시대 남겨진 애틋한 편지글을 예로 들었다. 날짜가 남겨져 있어 그만큼 편지로서 가치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편지글을 배운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서 편지를 받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는 유 회장은 편지는 이제 교육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역설했다. 

소통을 위한 가장 따뜻한 수단이 편지라며 메아리 같다고 설명한다. 반드시 돌아오는 메아리 처럼 편지글이 소통의 수단으로 다시 자리 잡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한 사회가 된다는 믿음도 크다. 

하지만, (손)편지쓰기를 사라질 문화처럼 여기며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편지 쓰기 교육이 필요한지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유 회장은 그 의견은 잘못돼 있다고 확신한다. 바로,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면, 지금에라도 단 한 번의 감동적인 편지를 받아보게 된다면 바로 그 생각이 바뀔 거라는 확신이다.

10여 년 전 편지쓰기를 배운 아이들의 편지 위에 이제는 성인이 된 그 아이들의 현재 마음을 담은 편지를 스크랩하며 깨닫게 된 당연한 믿음이기도 하다.

 

▲편지 쓰기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는 한국편지가족의 유회숙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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