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꾼 생각, 공원으로 변했다. 소월아트홀앞 어린이꿈공원
상태바
아이들이 가꾼 생각, 공원으로 변했다. 소월아트홀앞 어린이꿈공원
  • 성동신문
  • 승인 2021.04.24 2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동신문. 어린이날 특집> 행당초 이현승 선생님 + 김서진 어린이

변한 시대 걸맞게 창의적 놀이의 터 만들어야. 어르신에게도 필요한 공간

바뀐 시대의 풍경중 하나는 어린이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이터들이 꽁꽁 묶여 접근금지 된 코로나19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은 차츰 골목에서도 사라졌다. 대신 교문 앞에 마련된 태권도, 미술, 컴퓨터코딩 학원차에 타서 어디론가 간다. 혹은 큰 가방을 메고 늦은 밤에 집에 들어오거나, 그 중간중간 짬을 내어 편의점에서 빵이나 소세지나 라면으로 요기를 대신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런 중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하나가 우뚝 성동구의 중심 행당동 소월아트홀 옆에 섰다. 어린이꿈공원이다. 놀이터를 조성할 때 행당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019년 당시 4학년 5반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성동구청 공원녹지과와 건축가 그룹에 ‘자신들이 놀고 싶은 놀이터’에 대하여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모둠을 만들었던 김서진(행당초 6-2반) 학생과 담임 이현승 선생님을 만났다.

- 당시 이야기를 해주시죠.

(이현승 선생님) : “2019년 상반기였던 것 같아요. 놀이터를 이용하는 행당초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4학년생들이 적당한 것 같아 우리 반이 진행했죠. 약 4회에 걸쳐 아이들과 현재의 그 공간에 대한 인식조사, 놀고 싶은 놀이기구 및 환경에 대한 수요와 욕구 조사를 했어요. 주로 어르신이 많고, 담배나 술을 드시기도 해서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모둠별로 토의도 하고, 수수깡으로 놀이터 모형도 만들기도 하고.”

(김서진 어린이) : “축구를 좋아하는 애, 지금은 전교부회장, 이 얘길 써주세요. 걔가 축구장을 제시해서 실제로 작게 축구장이 생겼어요. 짚라인도 요청해서 만들었구요. 인라인장 요청도 있었는데 그건 빠졌어요. 저는 트렘폴린을 요청했어요. 만들어졌죠. 근데 여기 놀이터는 열세살 이하(초등 6학년)까지 밖에는 못 노니까 억울해요. 저희가 만들었는데 2년밖에 못 놀잖아요.”

- 선생님. 요즘의 아이들 노는 모습은 어릴 적 선생님 시대와 어떻게 다릅니까?

이 : "우리 시대엔 준비나 장소 구애 안 받고, 아이들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죠. 오징어도 하고, 다방구나 술래잡기도 하고. 요즘은 특히 고학년인 경우 같이 모여 스마트폰도 많이 하고요. 위험한 환경이니까 정해진 공간에서 제한된 놀이를 많이 하죠. 그래도 근처에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다양화해졌다고 해야죠? 4차산업체험센터같은 곳도 그렇고. 구의회 방문도 했고, 참여할 프로그램도 많으니까.

김 : 저는 학원을 안 가니까 집에서 학습지, 문제지도 해요. 친구들과는 카톡으로 몇 시에 만날래? 물어서 같이 만나요. 그럼 오늘의 대화도 나누고, 뒷담화도 좀 까다가(웃음), 다이소도 가고 이마트도 가고요. 걸어서 서울숲까지 간 적도 있어요. (인근 아파트) 코끼리 놀이터도 같이 가서 놀아요.

- 저도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동네에서 제일 편하고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냐고? 이마트가 많았고요. 집도 많았어요. 놀랐죠.

김 : “닌텐도도 하고, 저스트댄스도 추고. 집에서 하는 게 좋아요. 수학 같은 건 빼고 맨날 체육 음악 미술 이런 것로만 가득 했으면 좋겠어요.”

이 : “행당초는 아침에 어린이들이 놀고 들어가게 했어요. 예를 들면 축구하는 애들은 8시에 와서 8시 30분까지 운동을 하게 했어요. 다른 친구들과 겹치게 안 하려고요. 1~2교시 후 또 나와서 놀다 들어가고.”

김 : “남자애들은 축구나 술래잡기 많이 하고요. 여자애들은 돌던지기, 줄넘기, 시소타기도 해요. 여자애들은 많이 움직이진 않아요.”

이 :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통제가 훨씬 더 많아지고, 만남에는 제약이 커졌어요.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활동과 가까운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기도 하구요. 이 시기가 끝나면 훨씬 더 재밌게 놀아야죠.

2020년 어린이꿈동산이 개장할 때도 사람은 덜 모이고 조용히 개장했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을 서진 학생이 기억했다. “최준우가 그때 발표도 했어요. 김아림, 박예빈, 김태겸 같은 친구들도 오고.”

놀이는 아이들에게 신체를 단련하는 과정이다. 대근육과 소근육을 키우고, 순발력과 유연성을 증진한다. 친구들과 놀며 사회성도 차츰 몸에 스민다. 이러한 필수적 양분으로 어린이는 행복하고 또 점차 성숙해 간다. 공부를 할 수 있는 힘과 여건도 여기에서 생긴다. 어른의 어린이 시절을 보자면, 이는 자명하다. 어린이꿈공원같은 곳이 더 많이 열리기를. 기존의 학교와 아파트와 공원의 놀이공간에 더 많은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기를.

참, 어린이꿈공원이 생기면서 어르신들의 자리는 조금 더 뒤로 밀렸다. 그네들이 곳곳의 자리에 파고들어 옹색하게 벤치에서 바둑이며 장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저이들에게도 마음껏 가슴 펴고, 산책도 하고, 몸과 마음을 활기 있게 해줄 꿈공원이 필요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장차 혹은 언제나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곳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