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역 고가하부의 재탄생 - 도시의, 도시를 위한, 도시에 의한 예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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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역 고가하부의 재탄생 - 도시의, 도시를 위한, 도시에 의한 예술 프로젝트
  • 성동신문
  • 승인 2021.06.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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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일상을 예술로 물들이는 기업 ㈜유쾌한 신윤선 대표
#Delightful #team #delightfull 유쾌한 비전(사진제공 : 유쾌한)
#Delightful #team #delightfull 유쾌한 비전(사진제공 : 유쾌한)

칙칙하거나 밋밋해 보이는 도시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동구 옥수역의 고가하부 공간은 방치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어두침침한 공간이었지만, 2018년 공간 개선 사업을 통해 커뮤니티 공간과 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모했다. 2019년 ㈜유쾌한은 옥수고가 하부에 새롭게 생긴 '다락옥수' 공간과 상대적으로 활용이 안되고 있는 다락옥수 뒤편 야외 광장의 공간을 예술로 활성화하는 '플레이풀 - 고가 아래 신나는 예술놀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21년엔 '뉴플레이, 뉴커넥션, 뉴노멀'이라는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옥수역 고가하부의 재탄생에 맞추어 도시의, 도시를 위한, 도시에 의한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기업 '㈜유쾌한'의 신윤선 대표, 김가연 매니저를 인터뷰했다.

신윤선 대표
신윤선 대표

- 기자 :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소개 부탁드려요.

- 신 대표(신윤선 대표) : ㈜유쾌한은 2015년 4월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 공장'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쉼표 삭제) 예술 기획사입니다. 회사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로는 '만아츠 만액츠(10000ARTS 10000ACTS)'로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예술로 해결을 시도합니다. 두 번째는 '아트플러스테크(Art+Tech) 상상공장'으로,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교육을 진행합니다. 세 번째는 '아트온더무브 서울'로, 공공시설 내 유휴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아트온더무브 서울'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위탁한 사업이라 발주처가 정부 기관이고, '만아츠 만액츠'는 ㈜유쾌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만아츠 만액츠'는 예술가들에게는 좋은 일거리를,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예술공간을 제공하며 꾸준히 지속해 나가고 있는 사업입니다.

- 기자 : 기업 창립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 신 대표 : 처음에는 다섯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수동에 버려진 옷 공장이 있었는데 2014년 12월, 저 포함 다섯 명의 사람들이 공간을 청소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 예술가들이 스튜디오 또는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소로 탈바꿈했습니다. 지금은 (주)유쾌한이 그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창립했던 때부터 도시재생과 같은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네,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들을 하면서 만아츠 만액츠와 같은 공공예술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 기자 : 어떻게 옥수고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신 거에요?

- 신 대표 : 옥수고가 아래에 조성된 옥수역 광장은 지하철과 철도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차가 계속 지나다니고 소음이 엄청난 공간이었어요. 노숙자 분들이 계시기도 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고 기피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부정적 인식을 예술 작품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고가하부 공간의 쓰임을 만들고자 옥수고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뚫려 있는 공간의 특징과, 광장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공간 자체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 기자 :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휴식을 취하게 하는 목표도 있지 않으셨나요?

- 신 대표 : 네 맞습니다. 2019년 옥수고가 프로젝트 제목이 playful 이었어요. Play 라는 단어에 '휴식'의 의미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잖아요. 어린이들에겐 놀이공간으로, 청소년 이상에게는 휴식공간으로 인식되게끔 하였습니다.
작품을 설치하면 어린이들로부터 호응이 좋아요. 예상치 못했던 것인데 청소년들의 반응도 좋더라고요. 청소년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 가고, 공부하느라 지쳐 쉼이 필요할텐데 카페에 가기엔 돈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이런 놀이공간 겸 휴식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옥수고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윙댄스, 재즈 공연, 버스킹 등도 주최되었고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도 많이 방문하셨어요.
저희가 찾아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런 활동들이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어요. 우리 동네에 이런 문화예술 작품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하시고요. 시민들의 이러한 의견과 반응이 저희가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 기자 : 옥수고가 하부를 실제로 방문했더니 정말 작품들이 인상깊더라고요. 여러 작가님들께서 수고를 해주셨는데, 이 작가님들은 어떻게 알게되셨고, 섭외를 하신건가요?

- 김가연(매니저): 만아츠 만액츠만의 미션에 공감하고 매해 프로젝트 진행 때마다 저희가 염두에 두는 이슈가 있는데, 그 이슈에 맞게 작품을 구현해주실 수 있는 작가님들을 리서치하고 섭외합니다. ㈜유쾌한의 큰 역할 중 하나는 큐레이팅(전시 공간에서 전시회를 기획, 작품을 수집 및 관리하는 일)이에요. 신윤선 대표님께서 과거 큐레이터 출신이시고, 만아츠 만액츠 기획팀 큐레이터로 계시는 이경미 큐레이터를 통해 작가님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큐레이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작가와의 교류협력이에요. 만아츠 만액츠와 친밀한 작가분들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대중들과 소통 하는 역할을 하세요. 젤리장, 태슬남 작가님은 '공공소통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사용하시는데, 저희의 방향성과 잘 맞아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9년 플레이풀 프로젝트(사진제공 : 유쾌한)
2019년 플레이풀 프로젝트(사진제공 : 유쾌한)

- 기자 : 2021년 '뉴플레이, 뉴커넥션, 뉴노멀' 프로젝트는 옥수고가 외에도 한남고가, 이문고가 하부의 공간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인데요. 한남, 이문 이 지역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신 대표 : 서울시 산하에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이라는 조직이 있어요. 거기서 공공의 공간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을 통해 공공 공간을 개선한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히 겉모습(하드웨어)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예술적인 가치(소프트웨어)를 표현해내는 것이에요.

'뉴플레이, 뉴커넥션, 뉴노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저희는 기획회의를 개최하여 옥수, 한남, 이문고가 대상지 주변의 이슈를 리서치하고 주민들과 소통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주제를 반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남은 기후변화 이슈에 걸맞겠다는 생각을 했고, 옥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하에 쉼과 놀이가 가능한 공간을 구성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문고가 지역은 대상지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주거지의 환경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치유와 연대, 공동체의 경험에 주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 내에서도 여러 지역 곳곳에 있지만, 저희가 고가 개선 프로젝트 장소로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해당 지역에 맞는 어떤 특정한 이슈를 표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 기자 : 특별히 한남고가 개선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아카이빙하는 예술 작업이라고 하셨는데요. 세상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특별히 기후변화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다른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경우, 기후변화 아닌 다른 주제의 문제(인종차별, 성평등 등)를 표현할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 신대표 : 사실 기후변화는 한남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에요. 한남고가는 차들이 속도를 내서 달리기 어렵기 때문에 매연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고, 환경 문제가 대두되었어요. 저는 큐레이터로서 한남고가를 지나는 많은 차들, 시민들이 예술 작품을 보고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도록 하는데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설치할 때 사회적인 배경, 시민들의 반응을 배제하고 자신을 뽐내는 작품을 제작·설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시의적절한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후변화가 아닌 다른 주제의 문제는 시기가 적절하고, 작품을 설치하려는 공동체에서의 배경과 맞물리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기자 : 이제는 '뉴플레이, 뉴커넥션, 뉴노멀' 외 다른 프로젝트 관련해서 질문 드릴게요. 혹시 성동구 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 신대표 : 재작년 송정동에서 송정 도시재생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그 지역에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도 하에 커뮤니티가 굉장히 잘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유쾌한은 '도시재생 축제'라는 판을 깔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플리마켓도 진행하고, 주민 사진전도 기획했어요. 도시재생지원센터에는 축제 때 필요한 사람들을 섭외해주시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주민들이 송정동을 새롭게 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과거에 '성동디자인위크'라는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지역에 계시는 문화예술 활동가들께서 많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했고, ㈜유쾌한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옥수역 광장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 '음악친구들의 사회'(사진제공 : 유쾌한)
옥수역 광장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 '음악친구들의 사회'(사진제공 : 유쾌한)

- 기자 : 마지막으로 ㈜유쾌한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기업이고, 기업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가연(매니저) : ㈜유쾌한은 자유분방한 기업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에요. 예술, 무용, 사진, 아트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2021년에 '#delightful #team #delightfull(팀이 더 유쾌하게 만든다)'이라는 기업의 비전을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서로의 다양성, 다름을 존중합니다.
㈜유쾌한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주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리더가 될 수도 있고, 팀원들과 아이디어 제안을 하고 피드백을 충분히 주고받는 시간들이 팀워크를 높이고 있습니다.

- 기자 : 유쾌한은 지역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길 희망하나요?

- 신대표 :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인 만큼, 예술을 통해서 환경이 변화하거나,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 기술 덕분에 일상의 놀라운 순간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일으키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변화로는 공간의 변화, 환경의 변화,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예술에 쉽게 다가가고 예술과 함께하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에요. 예술이라고 하면 미술관 또는 전시회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공공예술을 낯설어 하시는 분들도 많고, 공공장소에 설치된 작품이 '예술작가의 작품'이라는 인식도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 예술이 스며들어도 낯설지 않고, 예술과 함께하는 일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프랑스 속담에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긴다"고 합니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몰랐던 것들을 깨우쳐 주기도 하고, 굳은 마음을 풀게 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유쾌한은 사람들의 일상 곳곳을 예술로 물들이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심신이 지친 요즘, 모두들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예술을 누리시고 위로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성동신문=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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