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순식간에 불어나자 어찌할 바를 몰라 막막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갑자기 빚을 떠안은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4차 유행마저 겹치자 장롱 속 금반지까지 내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은 열어 두지만, 매출 공백으로 부족해진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하면서 카드 돌려막기하고 있다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양천센터의 문을 두드려보자.
1인 가구·코로나로 발생한 특수 상황 어필
#45세의 축제기획자 김 모 씨는 지자체나 회사에서 주최하는 축제를 도맡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지자체나 기업에서 축제를 의뢰받아 음향기기·공연에 참여할 연예인 섭외 등을 담당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축제가 올스톱되자 사업이 점점 어려워졌다. 코로나 기간 생긴 빚이 1억을 넘긴 김 씨는 소상공인대출과 마이너스카드, 현금서비스 등으로 돌려막기하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양천센터를 찾았다.
앞으로의 경제활동과 신용등급을 고려해 ‘개인 회생’ 신청을 염두에 두고 상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알바로 전전하다 보니 개인회생의 가장 중요한 신청요건인 ‘일정한 소득’을 맞추기가 어려워 난관에 부딪혔다. 1인 가구에다 코로나로 발생한 특수한 상황으로 손발이 묶인 소상공인임을 잘 호소하는 경위서를 법원에 제출해 어필하자 다행히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었다.
# 부모의 일식집을 물려받아 운영하던 40대 아들 이 씨는 코로나 직격탄으로 개인회생이 진행 중이었다. 조금씩 변제금을 납입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으나 상황이 더 나빠지자 가게 운영은 점점 어려워졌고 변제금 상환마저 난관에 부딪혔다. 임대료에 식자재대금, 공과금, 알바 비용 등을 돌려막기 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고 채권자의 독촉에 삶이 무거워졌다. 이 씨는 자산보다 빚이 현저하게 많았고, 코로나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가게를 운영해서 빚을 상환하기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개인회생을 중단하고 법원에 다시 파산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슬기로운 빚 탈출방법
부채 정리에서 일자리 복지서비스까지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 상황이 절박하면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제때 갚지 못하니 연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고, 또다시 돈을 빌려 ‘돌려막기’에 나선다. 이는 저소득층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양천센터 이미선 상담관은 “2013년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설립 이후 8년간 채무조정에 조력한 총인원은 8,130명(파산 7,795명, 회생 335명)이며 채무금액은 2조 406억 원”이라며 “탈북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서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들의 채무가 늘어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과 같은 공적채무조정 신청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채무해결 방법으로 금융복지 상담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가계부채 문제를 복지적 해법으로 접근하고자 2013년 문을 열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상담할 수 있다. 특히 양천센터는 양천구청 민원실에 있으며, 강서·양천 지역주민들을 위해 금융복지상담관이 1:1 맞춤형 금융복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선 양천센터 상담관은 “열심히 살았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빚이 늘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다면 센터의 문을 두드려보라”며 “회생·파산과 같은 직접적인 도움이면 좋겠지만, 아닐지라도 일어설 방법을 같이 찾다보면 인생 2막을 시작할 희망이 어디선가는 보일 수 있다.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천센터에서는 법률지원 이후 위기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재무상담, 의료·주거·일자리 등 복지서비스 연계 등으로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당장 면책을 받거나 유예를 받더라도 또다시 빚을 질 수 있기에 재기 지원을 위한 주거·일자리 등 복지서비스 연계 등 금융복지서비스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상담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전화 1644-0120으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