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쉼터에서 저자도(楮子島) 상상 축제를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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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 쉼터에서 저자도(楮子島) 상상 축제를 상상하다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1.1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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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39) 한강

○ 소재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금호동 옥수동 

2021년 첫 연재는 응봉산 일출이었다. 올해는 한강으로 2022년 연재를 시작할까 한다. 지난해 연말에 '아랫물'에 대해 얘기했으니까, 수변도시 성동구를 살피는 연장선이다. 다음에 중랑천을 다루면 수변도시 성동구를 대충 아우르는 셈이다.

◆유럽 도시의 강과 서울의 한강은 다르다
나는 한강유람선보다 파리 센강 유람선을 먼저 탔다. 센강은 생각보다 강폭이 너무 좁았다. 런던의 템즈는 좀 달랐다. 템즈강에서는 유람선을 탄 기억은 없고, 선상 펍에서 맥주를 마신 밤이 좋았다. 몇 년 뒤에 한강 유람선을 탔었다. 이들 강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강은 컸다. 그런데 볼거리가 별로였다. 그냥 배를 타 본다는 것, 정도였다. 30년도 더 지난 얘기다. 
외국인들이 한강을 보면 너무 커서 놀란다고 한다. 한강은 한강 나름의 모습과 특징이 있는 것이다. 요즘은 한강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어떨까. 유람선을 타러 가야겠다.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무엇인가.
다르게 말하면,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을 소개할 때 흔하게 쓰는 말이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강은 이런 찬사에 쓰는 말 정도면 족한 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찾아내고 싶었다. 나는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다. 거긴 한강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곳이다. 이곳은 성수1가1동에 있어서 성동구와 각별하다. 예산은 832억 원(2021년)이다. '보전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한강시민공원관리'하는 게 정책 목표 라고 한다. 하는 일은 크게 다섯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한강공원 / 축제·관광 / 자연·생태 / 역사·문화 / 행정업무. 이것을 보니 한강이 어떤 모습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 성동구에 속한 한강은 어떤 강점이 있을까. 뚝섬나루길은 역사 코스로 소개되어 있었다. 살곶이다리까지 포함했다.

◆갈매기가 날아오는 한강, 상상력을 날려 올려야 하는 성동구 한강 
한강변을 거닐 때, 가끔 갈매기를 볼 수 있다. 한강이 서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갈매기를 보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예전에 성동구에서는 뚝도시장에서 서해 해산물 시장을 열었던 적이 있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에서 잡은 물고기를 한강으로 싣고 와서 뚝도시장에서 팔았다. 
나는 그때 노원구에 살았는데, 뚝도시장까지 찾아와서 회를 먹었다. 서해에서 잡은 바닷고기가 뚝도시장까지 배로 온다는 게 신기했던 것이다. 
성수동에'나루먹걸리'라는 술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데 'ㅎㄱ주조'다. 젊은이들이 창업해서 사업을 하는데 썩 잘 된다고 한다. '나루'와 '한강'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술맛까지 좋아서 저가의 막걸리가 아닌데도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다. 
옥수동에는 동빙고와 사한단터가 있다. 땅의 역사를 잘만 이용하면 다른 것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 해산물 시장과 나루막걸리처럼. 때로는 이렇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상품이나 축제를 히트시길 수가 있다. 

◆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한강
아주 오래전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강변으로 나가려면 어디로 가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아래를 지나야 할 테니까. 재밌는 건 통로를 '토끼굴'이라고 했다. 서울서 태어나서 자란 이가 그렇게 불렀다. 
한강은 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놨을까. 그건 한강을 어떤 대상으로 봤던가와 연결된다. 첫째가 안전이었다. 홍수가 났을 때 범람을 막는 게 먼저였다. 치수(治水)다. 그리고 고려한 것이 교통이다. 도로를 만들어서 자동차 교통을 개선하려 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앞두고 한강은 지금의 모습으로 개발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홍수를 다스릴 수 있으니까 한강은 치수(治水)의 대상이 아니라 이수(利水)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는 강으로 바뀌어야 한다.

◆해넘이 쉼터에서 저자도 상상 축제를 해보면 어떨까 
한강사업본부가 자연형 호안 복원 공사를 하면서 뚝섬한강 공원에 '해넘이 쉼터'를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사라진 저자도를 살려낼 수 있다. 
저자도(楮子島)는 조선 시대 왕실이 소유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었다. 근세에 들어서 을축 대홍수(1925년) 때 모래섬이 된다. 그 이후 5,60년 대 사진에도 모래섬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섬의 흙은 사라지고 말았다. 일부 기록에는 뚝섬 제방 쌓는데도 들어갔다고 기록해놨다. 이때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개발을 주도한 건설회사는 현대다. (현대와 연결된 삼표레미콘은 지금도 서울숲에 버티고 있다.) 지난해에 한강사업본부에서 한강에 자연형 호안 공사를 했다는 것은 한강을 관리하는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에 도시재생이 있는 것처럼, '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곳에서 저자도를 살려내는 퍼포먼스를 한다면 장소와 잘 맞아떨어진다. 해넘이 쉼터 자리가 바로 저자도가 있었던 곳이니까. 그렇다면 사라진 섬, 저자도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먼저 저자도 소재로 소설을 공모해서 이를 바탕으로 그림, 음악, 영상으로 확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숲, 입석포, 성수대교 붕괴사고까지 연계한다면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다. 
해 떨어지는 시간에 해넘이 쉼터에 앉아 있어 보라.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저자도가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보셔야지요. 꼭이요.

◆ 한강의 어원
한강은 원래 우리말 큰물줄기를 의미하는 '한가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은 크다, 넓다, 길다, 가득하다는 말, '가람'은 강이다. 다른 이름도 있다. 광개토대왕비에는 '아리수(阿利水)'로 적혀있다. '아리'는 '알'인데 고대에는 크다, 신선하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에는 '한수(寒水)', 백제에서는 욱리하(鬱里河), 고려 때는 '열수(列水)', 조선 때는 '경강(京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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