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사생활 폭로와 공공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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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사생활 폭로와 공공의 이익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22.03.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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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만 박사 /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한국교통대 교수
김덕만 박사 /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한국교통대 교수

 


정치의 계절이 되면 자주 등장하는 부정적인 용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거티브’, ‘흑색선전’, ‘마타도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외래어 네거티브(negative)는 라이벌의 부정적인 행태들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유권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을 갖도록 하는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흡사하게 사용되는 ‘마타도어(matador)’는 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된 용어로, 경기 마지막에 검으로 소의 숨통을 끊는 투우사인 ‘마타도르’에서 유래합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사실을 조작해 선전에 이용하는 전략으로 우리말로는 흑색선전이라고 하죠.

자주 비슷하게 쓰이는 두 용어는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네거티브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행태를 강조해 공격하는 면이 있고요. 마타도어는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근거가 없는 사실을 조작해 공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밀리는 후보의 나쁜 전략

공히 상대방을 부정적인 요소로 공격하는 전략이지만 내용이 사실을 기반으로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있죠.

여론상 상대방에게 밀리는 후보가 먼저 네가티브 전략을 쓰죠. 앞서가는 후보가 먼저 네가티브 포문을 여는 경우는 드물죠. 선거는 이기자고 하는 데 지고 있다면 이런 저런 공격을 해대기 마련입니다.

네가티브 공격에서 제시된 의혹들이 해명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선거가 끝나기 전에 해명이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검증할 시간도 없이 그럴싸하게 포장된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상대방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각인시켜 버리죠. 네거티브 전략은 도덕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죠.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후보자 비방·모욕죄

동법 251조는 만일 이를 위반해 ’당선이 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죠.

 

또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과정에서 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에 엄벌에 처합니다. 허위사실공표죄는 2가지입니다.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을 경우엔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요. 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을 경우엔 7년 이하 징역이나 5백만~3천만원 벌금형을 받습니다. 두 규정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했을 때는 벌금에 하한선이 없으나, 타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을 받으면 당선 무효형인 벌금 1백만 원보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됩니다.

 

공공의 이익 여부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를 비방해도 엄중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조항이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이면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진실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은 영원한 법리공방 주제이기도 합니다. 허위사실공표와 비방에 관한 선거사범 재판이 오래 걸리는 것도 이 조항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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