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사람 - 문화행정가는 어떻게 일하는가 - 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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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업이 만난사람 - 문화행정가는 어떻게 일하는가 - 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이사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3.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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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데 추스르고, 널리 연대해, 문화도시 성동 이르는 큰 꿈
“우리는 문화행정가! 지역문화자원과 직원역량 화학적 결합이 진짜 힘!”

문화는 방대하고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이란 백성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작동하는 삶이요 예술이었을 테다. 그 문화를 붙들고 씨름하는 중핵이 성동문화재단(이사장 정원오)이다. 

2015년에 출범한 성동문화재단은 지난해 두 번째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지난해 6월 취임후 얼마 지나지 않은 윤광식 대표를 n개의 서울 <성동별곡> 관련 일로 만났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넷, 문화체육부 의원을 그만큼쯤 보좌한 입법과 정책관련 전문가였다. 식사하는 한 시간 동안 가볍게 시작한 성동문화와 재단 이야기는 깊고 다양하게 뻗어갔고,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3월 15일 성수아트홀 재개관을 앞둔 윤광식 대표를 다시 만났다. 문화의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고, 마을공동체 역량이 풍성하지만, 성동의 문화적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함께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윤광식 대표이사_새로 조성된 소월아트홀 광장을 바라보는 2층 연습실에서.

문화 정책과 입법에 오래 관여한 문화행정가

- 소월아트홀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문화재단은 8년째다. 어떤 분은 코로나19가 16부작 미니시리즈 중 14부작 정도를 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도 곧 종식되면 성동문화재단(이하 재단)도 큰 변화를 맞을 거다. 먼저 정원오 구청장이 내신 <지속가능도시 ESG>를 혹시 읽으셨나?
“물론. 발로 뛰어본 이만이 쓸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재밌게 썼고, 현장 중심으로 쓰셨고. 슬슬 넘어갔다. 일관된 철학도 있었다.”

- ESG(환경-사회-협치)를 마을에 적용해 보면, 매우 통합적인 어떤 걸 요구하는 개념이다 싶었다. 시대의 큰 조류이고. 재단에서도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까 궁금하다.
“심플하게 보면 환경 문제를 기초로 하고, 소셜 그러니까 사회에 대한 참여, 공동체의 확산이나 회복 이런 문제들 아니겠나. 지역 밀착도를 높이고, 지역 예술가나 전문가와 협업체를 구성한다든지, 구와 저희 문화재단이나 도시공사 같은 출자 출연기관들의 더 밀접한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거기에 이코노미, 지역 경제가 살아야 된다는 화두도 있다. 현실적이고, 100%합당한 얘기다. 거기 원칙이 있다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야 자유와 창의가 샘솟는 문화 경제가 만들어진다.”

- 아참, 먼저 재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올 7월이 되면 7년이다. 현재 문화재단이 소속 기관들의 위탁기관까지 포함해서 21개 기관이다. 도서관이 7개, 소월과 성수 아트홀, 아이꿈 누리터라고 복지 쪽에 있는 초등학교 돌봄센터가 7개, 청소년 문화의 집, 상담센터들, 어린이집 두 개, 다락옥수와 갤러리 허브 등 전시실 공간 2개 등이다. 청년 상담센터 성동오랑도 있고. 직원이 대략 380여 명, 문화쪽만 160여명이다. 기간제를 합하면 더 많고. 

성동문화재단은 2014년도 지역문화진흥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저도 그때 국회에 있으면서 상당한 역할을 했었는데, 그리고 그 안에 지역 문화의 진흥과 발전, 그 다음에 지역 문화 창출을 위해서 지역 문화 재단을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법에 근거해서 이제 문화재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전엔 대개 조례상에 기반해 만들어졌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국가보조금법상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상태의 국가 국비 지원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돼 있다. 지금 재단이 약 102억 정도 예산으로 경상 운영과 일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거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협약

표창장 그리고 감사패, 펑펑 울던 직원들을 어찌하나 

문화는 자연스레 태도와 관점에 스민다. 법령과 예산, 가용가능한 자원부터 짚는 것은 아마도 윤광식 대표에게 제2의 천성이 된 듯했다. 문화정책에 정통한 문화행정가가 본 성동문화재단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출범 테스크 포스를 꾸리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신생 문화재단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을 터였다.
“준비와 내용이 없는 건 아닌데, 재단이 나아가야 될 중장기 발전 계획에 아쉬움이 컸다. 앞으로 문화재단이 어떻게 걸어나갈 것인가를 제대로 연구 용역하고 그다음에 구성원들의 의견도 좀 들어보고, 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문화재단의 모습을 살펴본 다음, 세계적인 추세, 흐름 이런 것들이 결합이 돼야겠는데, 이제 막 그런 걸 만들어가고 있다. 또 예술가 공예가 활동가 이런 이들과도 어떻게 협치해 갈지, 방향을 잡고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구청을 쫓아가는 관치적인 측면도 여전히 강한데, 이제 슬슬 탈바꿈해서 문화재단만의 독자성을 확립해가는 시작이, 이제부터 벌어질 거다.”

- 문화재단 블로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봤다. 직원 두 분이 표창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문화사업부 정현정 님, 그리고 도서관운영팀 정도일 직원이었다. 
“저는 상을 준다는 것이 나름 품격과 존중과 그분이 했던 노력의 가치가 스며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구청장께서 코로나로 나갈 수가 없는데, 구민들 문화에 대한 향유권을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베란다 음악회, 자동차 극장 공연을 총괄 주도했던 게 정현정 주임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제일 힘들게 고생했다.”

- 다른 분은 감사패를 받았다.  
“취임후 21개 기관을 3번에서 4번 정도 돌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훑어만 보는 게 아니니까. 저는 지하부터 시작해서 옥상까지 다 열어보고 꼼꼼히 본다. 그런데 그 분은, 용답도서관인데, 방 상태가 너무 청결하고 깔끔했다. 일반적으로 본인만의 공간이거나 시설직 공간이 그러기 쉽지 않다. 공구함들 정리해 놓은 방이었는데 딱 느낌이 '정갈하구나!'. 그리고 만나 말씀 들어보면 이분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이런 분이 반드시 귀감이 돼야한다. 전 직원들한테 모범으로서’ 소개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였다.”

- 공무원에게 상벌은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무엇이었나?
“부임후 한 2개월 정도 지났을까. 전 직원들 면담을 시도했다. 한 90명 정도를 개별 면담. 따로 부르는 건 아니고, 보고 들어오면 자연스레 말을 붙인다. 생활이 어땠는지, 근무 여건은 어떤지. 그다음에 본인 생각은 어떤지, 각종 성과 평가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단이 어떻게 갔으면 좋겠는지. 직장내 갑질은 없는지, 불편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건 어떤 거였는지를 쭉 묻고 들어보려는데 처음에는 얘기 잘 안 한다.”

-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대표시니까.(웃음) 
“한 30분에서 한 시간쯤 얘기를 나눈다. 한 5분 정도는 쭈뼛쭈뼛 하다가 한 10분 정도 되고 하면, 쭉 얘기하는데…. 그중에 한 70~80프로는 펑펑 울고 나갔던 것 같다.”

- 마음 아픈 일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한다. 죽도록 일이 많거나, 비합리적인데 자신의 목소리는 묻혀만 가는…. 
“그동안 재단 자체가 전체적으로 좀 '인색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 없고 관심도 없고 서로 간에 애정도 없고. 그 이유가 뭐였냐 봤더니 원 퍼슨 원 프로젝트, 1인 1사업 체계였다. 들어온 지 1년6개월 된 친구나 십년 된 친구나 똑같이 사업을 하나씩 받아서 독립 채산으로 하고 있는 거였다. 10년차면 노하우도 있고 금방금방 잘할 거 아닌가. 그럼 가르쳐야 되는 거지. 그런데 소통은 불가하고 내 일에 관여 말고, 그러면서 잘 되든 잘못되든 서로 외면하다 보니, 직접 책임도 지게 되면서 트러블이 많아지고 악순환이었다. 그것부터 바꿔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뒤에는 김구선생의 말씀 _한 없이 높은 문화의 힘_이 붙어있다.

 

가능한 문화자원과 기업들과도 협력해 문화도시 큰 꿈 이루겠다 

- 문화재단이라고 해도 역시 직장은 직장인가 보다. 어떤 과정이었나.
“소통을 해야 되겠는데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였다. 먼저 저를 보여줬다. 거기 신뢰가 있어야 따라올 거 아닌가. 머리를 쥐어 짠 게, '야, 문화재단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문화적 지식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냐?' 했다. 문화가 결국 역사와 종교와 철학 이게 다 결합된 건데. 해서 잘 모르지만 열심히 공부해 서양문화사 열 강좌, 동양문화사 열 강좌, 그리고 한국문화사, 문화 행정이 어떤 건지를 좀 강의를 좀 하고 싶다. 이렇게 선언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방법은 아침 시간밖에 없었다.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대표가 불러냈다는 소리 나올까 봐 ‘철저하게 자발성’에 기초해 듣고 싶은 사람만 왔으면 좋겠다.”
처음에 다섯 명부터 시작하자 했는데, 처음에 28명 정도가 나왔다. 두번째 강좌에서, 불만은 아닌데 '이걸 교육 이수로 해달라. 근무로 쳐달라!’이런 요구가 왔다. 그래서 제가 화를 버럭 냈다.”

-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인 것도 같은데.(웃음) 
“상도의가 있어야지! 여러분들이 한 시간 먼저 오는 만큼 나도 한 시간 먼저 온다. 강좌 준비에 주말도 반납하고 준비한다. 자발성에 기초해야지 싶었다. 유튜브로 찍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러면 현장의 재미를 잃게 되니까, 안 했다. 최종적으로 한 스물두세 명까지 나왔다. 문화행정에 대해선 전체 직원들이 좀 들었으면 좋겠어서, 소월아트홀 개관하면 크게 해볼 생각이다. 물론 자발성에 기초해서….”(웃음)

- 문화도시에 대한 구상은 신선했다. 기대도 크다. 
“문화도시는 예비도시 선정후, 본도시가 되면 200억의 예산을 5년간 집행한다. 우리 구의 문화적 역량들을 모아 준비하고자 한다. 문화자원이란 말을 행정용어로 처음 적용한 게 저였다. 조례도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진행중이다. 타지역 공부를 마쳤고, 성동구 내 문화자원들과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새 단장한 소월아트홀 2층 연습실에서 바라본 성동의 파노라마 풍경. 지역의 문화는 공간에서 꽃필 수 있다. 앞에는 광장이 펼쳐진다.

 

윤광식 대표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문화관련 단체와 기업등과 만나 업무협약을 맺는 일이다. 그간 가수협회, 한국실연자음악연합회 등 협력을 협의했고, 한국화랑협회와도 협약을 앞두고 있다. 성수동에 자리잡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과도, 원 밀리언 리아킴과도, 그리고 도서관 자동화 시스템 이씨오도 재단과 '친구'가 됐다. 행정은 경영이 아니지만, 결과를 위해 모든 자원을, 체계적으로 동원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세상에 있는 규칙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기사에 채 담지 못한 긴 인터뷰가 끝나고, 신영옥 홍보팀장께서 개관을 준비중인 소월아트홀을 안내해 주었다. 아직 비어있으나 산뜻하게 새단장한 350석 공연장, 예술가들과 공예가들이 햇살을 받으며 주민들과 만날 너른 아트홀 앞 광장, 그 광장과 왕십리를 파노라마 배경으로 가진 2층의 연습실, 디자인을 더욱 다듬은 성동문화재단의 로고 등까지 구석구석 새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다행이었다. 우리가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는 윤대표의 말씀이 다시 상기됐다.

무엇보다 공간을 다니며 함께 문을 열어준 직원들의 따뜻한 환대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가 계속해서 보였다. 사진촬영을 웃으며 거부한 그네들 뒤로, 새 모습을 한 재단 그리고 소월아트홀의 역사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참, 성동의 문화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이제 성동문화재단을 더 유심히 바라보시라. 문화행정가들은 문화로 그것을 실천하고 보여주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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