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부터 74년까지 20년간 평균 100만명씩 출생, 이제 시니어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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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부터 74년까지 20년간 평균 100만명씩 출생, 이제 시니어붐 시대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6.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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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여전히 최우선!” 주장 속지 말아야. 자신, 일, 그리고 친구서 답 찾자

◆2023년이면 본격적 시니어붐 시작

이전에 한번도 없었고, 이후로도 이제는 다시 있기 어려운 놀라운 일이 1955년부터 1974년까지 진행되었다. 한국(남한)에서 90만~110만 사이, 그러니까 평균 매해 1백만명의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2023년 내년이면 1974년생이 50세가 되는 해. 이들은 50플러스, 이제 시니어 세대로 진입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3.5세. 남자는 평균 80.5세, 여자평균은 86.4세로 나온다. 평균수명이란 모든 죽은 이의 수명을 평균한 것이므로, 이제 의학기술의 발전과 잘 먹고, 잘 교육받고, 대체로 평탄하게 삶을 살아온 이들 50플러스 세대의 수명은 100세에 육박해 갈 수 있다. 호모헌드레드. 즉 백살까지 인간의 삶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된다.  

◆처음 맞는 호모헌드레드의 시대

이들 호모헌드레드, 백세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우리 역사 최초로 대중교육의 수혜를 입은 사람들이다. 1953년 끝난 한국전쟁 이후로 한국은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부의 축적, 민주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전통을 제도화해 왔다. 이들 이전의 세대가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삶이 익숙하다면, 이들은 그들의 전성 세대 동안 디지털화의 세례를 듬뿍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그 이전과 그 이후 어느 세대보다 더 능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고, 경제와 민주주의를 몸으로 체험한 이력, 매년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매년 해가 갈수록 풍요해진 세대. 이 세대들의 바탕을 이루는 자신감이 거기에 있다. 이들은 이제 공헌하고, 스스로를 찾기를 원한다.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어떻게 전수하느냐가 우리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에게도 위험은 존재한다. 한국인들이 몸으로 느끼는 은퇴연령은 대략 50세 전후다. 신의 직장이라고 여겨지는 공기업 등에서 60세까지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겨우 8%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너무나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 일을 빼앗길 때, 혹은 잃을 때, 이들의 새 길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노년의 세 가지 어려움을 돈-건강-외로움 이렇게 규정짓는데, '돈'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유산은 자신들을 붙들어놓고, 용돈은 손주들을 붙잡으며, 밥값 술값은 친구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올인하고, 부모들을 부양하고, 허세에 맞춰 삶을 살아온 이력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되기 전까지, 혹은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나머지를 채울 수단이 없을 때 받는 경제적인 부담은 이들에게 공통적인 문제다. 이들도 도전적 과제 앞에 서있다.

리봄교육 조연미 대표가 리봄의 프로포즈를 진행하고 있다
리봄교육 조연미 대표가 리봄의 프로포즈를 진행하고 있다

◆돈 유난히 강조하는 한국의 노후

한국사회가 '노후'에 대한 대책으로서 '경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검색 창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검색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노후'를 검색어로 입력해 보면, 첫 번째로 뜨는 정보는 광고, 파워링크 연금저축보험이다. 어학사전의 노후-제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낡고 오래됨-'이라는 해설어를 지나면, '노후 준비를 위한 필수, 연금저축펀드 추천' 블로그가 뜬다. 
이런 사정은 구글 검색에서도 비슷하다. 처음 정보는 동영상 '돈 걱정 없는 노후'이고, 내려가면 무슨무슨생명이 제공하는 “내 노후 행복 결정짓는 3요소 짚어보기”같은 정보가 뜬다. 노후에 대한 대비에 가장 먼저 '돈'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7억쯤이 들고, 지금 당장 연금과 펀드와 예금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들은 연이어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평생을 학업과 학위, 좋은 대학과 번듯한 직장, 그리고 아파트와 차량 같은 물질적 가치로 점철된 한국사회의 일부 가치관일 뿐, 50플러스 시니어들에게는 번짓수를 잘못 찾은 단어들이다. 노인에게 언제나 먼저 필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러니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는 연대, 일자리, 자존감, 도서관이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인문학적인 환경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들은 현대의 복지체계상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것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첫 단계의 장소와 사람들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폭식보다, 폭음보다, 끽연보다 해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외로움”이라고 말하는 사회학자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싶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노인들에게는 이 외로움이 더욱 짙어진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노인이라면, 그는 그가 폭식이나 폭음, 끽연에 대해 다정한 제어를 받을 것이다. "더 나은 곳이 있어. 우리 거기로 가자!”고 손을 이끌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그곳이 노인들에게 무료 공연을 해주고, 옥장판을 비싸게 팔고, 술을 마음껏 먹어도 취하지 않게 해준다는 생명의 물을 파는 곳이라해도, 노인들이 그곳을 찾는 것은 이유가 있다.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에서 교도소에 들어가있는 강력범들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말했었다. 그들, 살인과 강도와 약탈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왜 이곳에 있는가?”하고 물었을 때, 그들 중 하나의 답을 이야기했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에 가보지를 못해서…….” 돈이 부족해서 그들이 거기 있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돈은 언제나 교환가치로서만 의미가 있다. 그것 '사용' 가치는 종이뭉치와 똑같고, 저장가치는 오직 교환가치를 기대하고서만 가능하다.  즉 우리는 세상의 자원들과 우리의 노동을 통해 가치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신뢰와 믿음의 관계를 통해 서로 소통 교환될 수 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듯, 노인은 돈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노인의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진지한 질문에서 오늘날의 호모헌드레드 시대는 시작되어야 한다.

유튜브캡처_노후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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