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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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5.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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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과 진주
김정숙/성동신문.광짅투데이 논설위원

인터넷 검색 판 을 열었더니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시 크하거나 매몰차거나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30도 가량 고개를 돌린 채 나를 쳐다봤다.

왜? 왜, 나를 째려 보는 거지? 나에게 감정 있어요? 새로 나온 영화 '특별시민'을 홍보하는 포스터였다.

저 표정은 어떤 역할을 하느라 표현하는 걸까? 어떤 대목에서 저 표정이 나왔을까? 중년의 남성이 검은 양복의 흰 셔츠 속에서 주름진 목을 지탱하고 미간과 눈가와 입가에 깊이 패인 주름을 지어낼 땐 세상사 어떤  밥 맛 없는 상황이 있었던 걸까? 그 표정이 궁금해서 영화 '특별시민'을 봤다.

정치 난리판의 시국에서 문화생활조차 정치판을 본다는 게 흔쾌히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컴퓨터 모니터에서 쏘아보는 배우의 냉랭한 표정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를 만나러 갔다.

정치인의 표정연기, 아니 정치인의 표정.
내가 본 정치인의 표정은 그랬다.순수와 호기심이 눈망울에 머물던 그도, 그녀도 정치판 세월 2~3년이면 독수리의 눈매처럼 매서워졌고, 눈의 총기는 호시탐탐 주변을  경계하거나 방어하거나 비방하거나아부하거나 월담하는 밤의 무사들처럼 경계를 드나드는 걸 밥 먹듯이 했다.

입 꼬리가 올라가 하얀 이가 보이고 스마일링하던 눈가의 주름은 어두운 길목의 하수구처럼 깊은 고랑으로 추락하는 골진 세상의 암흑가처럼 변했다.

깊이 패인 주름 사이엔 화장실 바닥 타일 사이를 박박 닦는 칫솔로 문대도 걷어질 것 같지 않은 검은 골의 때가 되어 험악한 인상으로 굳어졌다. 길고 긴 날 끼는 이의 때가 치석이 되는 것처럼 켜켜이 쌓여지는 정치인의 때는 돌로 석화 되어 인석이 되었다.

석화된 인석 사이로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는 웃픈 모습, 울어도 우는 것 같지 않는 울픈 모습. 정치에 입문했던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다. 컴퓨터 모니터의 그도 그랬다.

그래서 그를 붙들고 그녀를 붙들고 정치를 그만두길 종용하고 정치인을 혐오하는 안색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정치와 정치적이란 말은 분명 다른 말인데 나는 왜 정치가 정치적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들리는 걸까? 
정치적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못 마땅해서일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이 어서 그것이 못마땅한 걸까?
닭과 알을 순서 짓는 우스운 말장난에서 나는 왜 '정치'자만 들어가면 확장된 동공으로 온 근육이 긴장하는 걸까?

마땅한 신뢰를 잃어버려서일까? 신뢰할 만한 대상에 과도한 신뢰를 기대해서일까? 
그들도 한 직업인으로서 경계를 하거나 방어하거나 살아낼 구실로 모진 세상을 살아내는 것 일 텐데 내가 본 정치엔 정치 굿과 정치 판만 있었던 걸까?

그래서 그들은 굿과 판의 놀음에 호시탐탐 칼을 휘두르며 물푸레를 치며 사람  사는 세상을 굿판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내야 하는 게 정치인들의 세계일까? 
그래서 그들은 조삼모사와 권모술수와 마키아멜리즘 같은 험악한 단어에 늘 노출되어야만 하는 걸까? 
선한 정치, 선한 정치인, 믿을만한, 신뢰할 만 하다는 선한 말의 무리에 정치인을 넣지 못하는 나의 민중 심리는 배반의 장미가 찌른 큰 가시에 대한 불신일까? 이것을 버려야 저것을 취할 수 있고 그를 배신해야 그녀를 얻을 수 있는 정치판의 세계는 과연 그들만의 속성일까? 옳은 걸 옳다하고 그른 걸 그르다 할 수 용기는 정치인들의 세계에서 무의미한 힘일까?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영화속 대화 “선거는 똥 속에서 진주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 걸까?

인공지능(AI) 시대에 로봇의 손은 어디다 두고 아직도 손에 똥을 묻히고 진주를 꺼낸다고 하는 걸까? 
집게는 어디다 써먹으려고 손에 똥 묻힐 생각을 하는 걸까? 
이번 대통령은 어떤 손이 나올까? 똥 묻었을까? 안 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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