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도에 대한 고찰 : 두 가지 AI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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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용도에 대한 고찰 : 두 가지 AI 이야기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5.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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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 교수 /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장원종 교수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지난 2016년 3월에 펼쳐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가 세계 랭킹 5위인 이세돌 9단을 4대 1로 꺾었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컴퓨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의 단골소재였었다. 이미 오래전에 상영되었던 터미네이터(Terminator)란 영화시리즈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어  인간을 통제하는 사회를 볼 수 있었다. 2013년 상영된 그녀(Her)란 영화에서 처음에 호기심으로 구매했던 AIprogram이 주인공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마치 연인사이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직 나만 바라보는 줄 알았던 그녀가,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주인공과 똑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 큰충격을 받는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TV 속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구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거의 실용화 단계까지 개발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안방으로 들어 와 보면, 미국 아마존(amazon)은 알렉사(alexa)라는 음석인식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을 개발하여, 단순한 질문과 대답, 즉 시간, 날씨를 알려 주는 것을 벗어나 모바일 쇼핑 등 응용 프로그램의 추가로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음성비서 분야를 선점하고 나섰다. 가깝게는 국내 통신사인, KT에서  '기가지니(GiGa Genie )' 그리고 SKT에서 누구(NUGU)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상용화 하고 있다. 영화속에 나오던, '그녀'를 이제는 한 가구당, 혹은 개인당 하나씩 갖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AI이야기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겨울이 찾아오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AI, Avian influenza, H5N1 influenza virus)와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2016년 11월에 첫 보고가 되기 시작했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은 2017년 2월까지, 국내에서 사육되는 가금류의약 20%를 살처분하는 재앙수준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로인한 손실액은 대략 1조원으로 추산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간혹 사람에게도 감염되곤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은 1997년 홍콩에서 첫 번째사례가 보고된 이후 2016년 12월까지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치명률은 39.6~66.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12월 H5N1 바이러스에 관한 논문 2편이 투고되어, 게재도 되기 전에 커다란 논란을 촉발하였다. 두 논문은 과학분야 최고의 권위를 갖는 '사이언스(Science)'지와 '네이처(Nature)'지에 각각 투고되었는데, 미국의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NSABB, US National Science Advisory Board for Biosecurity)'는 출판사에 이 두 논문의 내용 중 일부를 삭제하고 출간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인플루엔자 연구의 선두주자인 각각의 다른 2명의 연구자가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변형하여 잠재적으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 논문의 주된 내용이다. NSABB는 이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파괴적인 범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았고, 논문에 제시된 방법에 따라 악의적으로 바이러스를 개발하여 생물테러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그 기술의 공개를 사전에 막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세계의 석학들이 열띤 논쟁을 했고, 결국은 이 바이러스개발 기술이 공개되어, 생물무기에 악용되는  것 보다는 진단, 치료, 백신개발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경우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침내 논문이 세상에 출간되기에 이른다.

예로부터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준 반면, 양날의 칼처럼,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이중용도기술(Dual-Use Technology)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중용도기술의 정의는 정치적이나 외교적인 측면에서 평화적이나 군사적인 목적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서 이중용도기술은 동시에 한 개 이상의 목적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한 예로서, 핵기술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이 핵발전소를 지어 전력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면이 있는 반면, 핵무기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중용도기술은 반드시 전쟁이나 테러에 사용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에 발생한 지진해일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들 수 있다. 이 사고는 좋은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기술들도 자연재해나 다른 여건의 변화로 인해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이중용도기술에 대한 중요성에 따라 관련된 이중용도의 잠재적 위해의 파급효과와 이를 예방하고 제어하기 위해서 국내외적으로 안전과 보안에 관련된 제도적 장치와 법률을 고안하고 실천하고 있다. 후자의 AI, 조류인플루엔자 개발기술을 연구목적 단계에서부터 관리하고자 하려던 시도가 그 한 예이다.

그런데, 전자의 AI, 즉 인공지능 개발기술은 우리  미래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큰 파급효과를갖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중용도에 대한 국제적인 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소설가와 영화제작자의 몫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 다행스럽게도 관련 종사자들, 즉 학계와 산업계의 대표자, 개발자, 법률, 윤리, 철학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올해1월 미국 캘리포니아 아실로마(Asiloma)에서 '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이 컨퍼런스에서 AI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이 기술의 올바른 목적과 잠재적 위험에 대처하는 23개 원칙(Asiloma AI Principles)이 나왔다. 관심 있는 분은 다음 웹사이트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https://futureoflife.org/ai-princi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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