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7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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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7공화국
  • 성광일보
  • 승인 2022.07.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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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김삼기

미국은 건국 헌법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헌법을 고쳐왔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일본도 1947년 대일본제국 헌법이 일본국 헌법으로 개정된 이래 현재까지 75년 동안 한차례의 개헌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1954년에 처음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1975년, 1978년, 1982년에 개헌한 바 있고, 1982년 이후 34년 동안은 한 번도 개헌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도 1948년 제헌 헌법 이래 9차례 걸쳐 개헌했으며, 현행 헌법은 6월 항쟁 영향으로 인해 개헌(87.10.29. 대통령 직선제 5년)한 이후, 지금까지 44년 동안 한차례의 개헌도 없었다.
위 4나라의 개헌 역사를 볼 때, 그만큼 한 나라의 헌법을 고치는 개헌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미국은 수정헌법 추가를,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은 개헌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각 국의 개헌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니, 일본은 전쟁포기와 군대를 두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한 헌법 9조를 고치고자 하는 것이고, 중국은 시장경제로 경제체제를 전환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개헌은 창피하게도 대부분 정권을 연장하거나 뺏기 위해 대통령 선출방법과 임기를 고치는 후진국형 개헌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개헌을 기준 시점으로 공화국을 구분할 때도 항상 대통령 임기와 거의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

1공화국(1948~1960년)은 헌법 제정(48.7.17) 이후 4차 개헌 전까지 12년으로, ‘대통령제’ 이승만 정부였고,
2공화국(1960~1963년)은 4차 개헌(60.11.29. 3.15부정선거 소급입법) 이후 5차 개헌 전까지 3년으로, ‘내각제’ 윤보선 정부였고,
3공화국(1963~1972년)은 5차 개헌(62.12.26. 대통령 중심제 4년 중임, 국가재건최고회의 개헌 주도) 이후 7차 개헌 전까지 9년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박정희 정부였고,
4공화국(1972~1981년)은 7차 개헌(72.12.27.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통령 간선제 6년) 이후 8차 개헌 전까지 3년으로, ‘대통령 6년 중임제’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정부였고,
5공화국(1981~1988년은 8차 개헌(80.10.27. 대통령 간선제 7년) 이후 9차 개헌 전까지 7년으로, ‘대통령 7년 단임제’ 전두환 정부였고,
6공화국(1988년~현재)은 1987년 9차 개헌(87.10.29. 대통령 직선제 5년) 이후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까지(2022년 현재) 기간으로, ‘대통령 5년 단임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였고, 그리고 현재는 윤석열 정부인 것이다.

참고로, 우리 사회는 9차 개헌 이후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3년 까지 5년만을 6공화국으로 인정하고, 그 이후는 문민정부(김영삼 정권),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권), 참여정부(노무현 정권) 등의 별칭으로 불러왔다.

오는 7월 10일 치러지는 기시다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개헌세력(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이 헌법 개정에 필요한 참의원 3분의 2를 확보할지에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에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에 의욕을 보이고 있고,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회담까지 배제하면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일본의 참의원 의석은 245석이고,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의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법에 따라 이번에 125석을 새로 뽑는데, 임기 3년이 남은 나머지 123명 가운데 개헌세력 의원 수는 84명(무소속 1명 포함)이므로, 이번에 82석 이상을 확보하면 3분의 2를 확보하게 된다. 중의원(하원)에서는 개헌세력이 이미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개헌이 성사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본 국민도 약 70%가 개헌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어, 개헌안이 국회만 통과하면 국민투표에서도 무난히 과반 찬성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의원 선거 결과, 개헌세력이 참의원 총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 내년에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헌법심사회를 열어 2024년 개헌안 발의, 2025년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기시다 내각의 시나리오다.

대한민국도 9차 개헌 이후, 10차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탄생시키려는 시도가 매 정권마다 있었다.

그러나 개헌 과정상 국민투표가 필수적인데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아 2016년 1월 1일부로 국민투표 선거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입법부는 이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4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송영길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두고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개헌에 합의하고 단일화했으나, 정작 이재명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하면서 송영길 대표의 개헌안은 물 건너갔다. 윤석열 정부도 개헌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결국 국회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할게 뻔하다는 이유로 아직은 개헌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7월 1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헌법 개정에 필요한 참의원 3분의 2를 확보하여, 일본 기시다 내각이 75년 만에 개헌에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도 2024년 총선에서 개헌 가능선인 200석 이상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권연장을 위한 10차 개헌이 아닌 국가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등과 같이 정권연장과 관련 없는 10차 개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먼 훗날 흡수통일이나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흡수할 때나 헌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고, 그때야 비로소 7공화국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은 6공화국 진행형이다.

[단상] 전 오늘(1972년 7월 4일), 박정희의 대한민국 제3공화국과 김일성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평화통일 3대 원칙)의 씨앗이 곧 열매 맺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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