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실종’ 강서구의회 의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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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실종’ 강서구의회 의장 선거 
  • 강서양천신문사 강혜미 기자
  • 승인 2022.07.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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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서양천신문 강혜미 편집장 

 

 


제9대 강서구의회 전반기 의장 자리 다툼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개인의 능력이나 평판이 아니라 소속 정당과 지역구에 따라 ‘나눠 먹기식’ 원 구성을 해오던 관행과 관습은 이번 의회에서도 달라진 게 없었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됐다곤 하지만, 개선의 노력 없이 구태는 ‘관행’의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의 의장 후보 선출 직후 탈당 신청서를 냈던 정정희 의원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탈당의 변을 밝혔다. 당시 정 의원은 “강서구의회 민주당은 유일하게 의장은 300만 원, 상임위원장은 100만 원의 기탁금을 내고 선거에 입후보 하도록 하는 ‘돈 선거 문화’가 관행처럼 있고, 이번엔 관례상 선수나 지역 순서를 따져 을 지역에서 의장을 내야 할 차례지만 지역위원장이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갑 지역에 의장 자리를 양보할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전·후반 의장 후보를 내정하고, 해당 동료 의원은 이에 따를 것을 종용하는 각서까지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면서 “의장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민주당을 사랑하지만 민주적이지 않은 의장 선출 방식과 관행에는 따르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모두가 알면서도 묵인해 온’ 기초의회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비록 의장 선출을 앞두고 자신이 몸 담았던 정당에 표를 던져주는 행태를 보이며, 스스로 탈당의 정당성 내지는 의미를 퇴색시켰지만 말이다. 

의원 수가 1명 차이에 불과하더라도 다수당의 이점을 이용한 힘의 논리는 ‘의회 민주주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상호간의 협의와 조율, 협상과 타협이 존재해야 하는 의회의 기본 정신이 이번 의장 선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돌발 변수가 생긴 만큼 당초 제시한 협상안에서 한 발 물러나 국민의힘에 충분한 양보를 했다는 입장을 거듭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 의원의 탈당을 민주당 내부 문제로 치부하고,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진행한 만큼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의 민선 8기 구정 안정을 위해서라도 여당이 전반기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민주당은 투표일 직전 탈당 의원의 표를 끌어오며 과반을 확보, 원 구성 협상에서 더 이상 여당에 양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을 들어 투표를 강행했다. 허를 찔린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의로 투표를 지연시키며 막판 버티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예기치 못한 극적 반전의 상황을 맞았음에도 적정 선을 지키지 못해 ‘실리’를 잃었다. 민주당 역시 자당 의원들만의 지지 속에 ‘반쪽 의장’을 내며 실리는 얻었을지언정 ‘명분’은 잃은 꼴이 됐다. 여기에서 어찌 ‘의회 민주주의’나 ‘협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본회의에서는 의사 진행 과정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민주당 소속 의장 직무대행의 의사 진행이 편파적이라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여당 초선 의원 A씨는 야당 다선 의원들을 향해 “구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후배에게 본을 보여라” “그동안 이런 식으로 일하셨냐, 이래서 강서구의회가 발전이 없던 거다”라며 삿대질과 함께 고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극에 달한 여야의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기 위해 또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 B씨가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 같은 분인데, 본인의 지식이 뛰어나더라도 어른한테 과신하고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니니 자제하라”고 권하자, A씨를 비롯한 여당 초선 의원들은 “법대로 하자고 요구하는 거다. 같은 의원이다”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맞받아치기까지 했다. 

선수를 떠나, 같은 의원 자격으로 의회에 섰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존중을 받으려면 상대에게도 존중의 자세를 갖춰야 하는 법이다. 지방자치법에 능통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선배 의원에 대한 예의, 의회 예절 정도는 지켰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의사 진행을 돕는 사무국 직원에게도 해당한다. 여야의 협상 미비로 의사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을 사무국 직원의 책임인 양 집중포화하는 행태는 다른 방식의 ‘의원 갑질’과 뭐가 다를까 싶다.

임기 첫날 한 초선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4년 계약직 구의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23명 의원 모두가 ‘구민을 대표하는 4년 계약직 직원’임을 잊지 말고, 선거에 처음 나섰던 그 마음 그대로 낮은 자세로 구민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 9대 의회의 임기는 이제 시작된 지 고작 열흘여 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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