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등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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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詩마당] 등잔
  • 성광일보
  • 승인 2022.07.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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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규/시인, 소설가

식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벽걸이 등잔만 홀로 껌뻑이고 있었지

어렸던 마음에 문득 겁이 들어
불쑥 집밖으로 달음질쳐 나가려다
왜일까 돌아보고 싶어 발길을 멈췄지

타고 있는 등잔불만 두고 갈 수도 없거니와
달아나는 내 모습을 들키는 것도 싫어
슬며시 벽에 다가가 뒤꿈치를 들고 섰지

그러나 등잔을 끄지는 결국 못 했지
석유? 심지? 불꽃 자체? 아니 오히려 어둠?
무엇이 등불을 태우는지 알 수가 없었지
그 저녁 등잔이 아직껏 켜 있었나?
이제는 끌 수 있잖을까 고개 쳐들고 묻네

곽명규

시인,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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