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하면 ‘현가네 당고개냉면’
상태바
냉면 하면 ‘현가네 당고개냉면’
  •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 승인 2016.11.10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대로 이어온 전통의 맛, 재개발에 밀려 청학리로 이전

노원에서는 냉면하면 현가네 당고개냉면이다. 깊은 국물맛과 두툼한 메밀면발이 멀리서도 찾아오게 한다. 그 맛의 비결은 시간이다. 24시간 고아내는 육수, 한철 잘 자란 메밀도 한 몫 하지만 50년을 노원에서 같이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그 기억 속의 맛을 찾아온다.

현운칠 사장은 “서울역 앞 양동에서 태양면옥을 했었는데, 거기가 철거되면서 상계동으로 이사 와 처음 당고개냉면이 되었다.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인 1968년이다.”고 말한다.

현가네 냉면의 시작은 길림성 목단강의 ‘천일면옥’까지 이어진다. 이북이 고향인 아버지께서 냉면집을 하던 외삼촌댁에서 일을 하며 배운 기술이다. 1950년 동란 중인 1․4후퇴 때 부산에서 밀냉면 장사도 했다. 6남매 중 넷째인 현운칠 사장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한 지 30년 됐다. 5~6년 전부터는 막내여동생 현경애씨가 안사장으로 나서서 힘을 보태고 있다.

당고개냉면의 비법은 “부모님께 배운 대로 이북전통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향 생각이 나는 실향민들이 찾아와 한 그릇씩 비울 때 자부심을 느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당고개냉면을 먹었다는 김남돈 노원신문 발행인은 “육수가 진해서 깊은 맛이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날에는 당고개냉면에서 육수 두 잔만 마셔도 속이 풀린다.”며 아직도 못 잊어한다.

그런 전통의 현가네 당고개냉면이 11월 6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재개발 때문이다. “당고개냉면 원래 자리에서도 재개발이 되어 쫓겨났는데, 또 재개발 때문에 떠나게 되었다. 서운하고 섭섭한 거야 당연한데, 50년 장사하면서 내 가게 없이 노원에서 쫓겨나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다.”

조합에서 보상을 받았지만 그 돈으로는 근처에 다른 가게를 얻지 못했다. 상계뉴타운 때문에 주변의 땅값, 건물세만 올랐다. 더구나 규모가 좀 있는 점포는 권리금만 2~3억원을 요구하니 결국 포기했다. “부모님도 모시고, 딸린 식구도 많은데 같이 움직이지 못하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판이다. 살림집은 의정부 민락동에서 얻고, 이제는 조카까지 가업을 이어갈 가게를 별내면 청학리에서 얻었다.

“가게는 청학리 5단지 옆 용암리 카페촌 가는 길목에 있다. 6일로 영업을 끝내고 여기 집기들을 그대로 옮겨가 12월 1일부터 거기서 영업한다. 규모도 크고, 30대가 들어가는 주차장도 있어 속이 시원하다.”

영업 마지막 날까지 “수락산 등산길에 들러 물냉면에 비빔냉면을 한 젓가락 떠서 말아먹는 것이 별미”라는 단골손님은 지하철역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현운칠 사장은 “곧 돈 벌어서 당고개역에서 청학리 가게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며 서운한 마음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