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확률이 반반이면 무조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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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확률이 반반이면 무조건 뛰어라
  • 성광일보
  • 승인 2022.07.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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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성동신문 논설위원

도전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유는 성공 확률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확률 차이가 크면 고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확률이 애매한 순간에는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하고 ‘할 수 있다’라고 마음먹으면 좋은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산고(山高)를 따지기에 앞서, 7부 능선까지 올라왔음에도 정상을 바라보면 아득하게 멀어 보일 때가 있다. 그때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게 되고, 그 의심은 발걸음이 먼저 알아보고 방향을 튼다. 그냥 내려가는 쪽을 향하려 한다. ‘정상이 몇 발짝 안 남았네’ 하면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지고 끝까지 올라가려는 마음이 앞선다.

마지막 지하철을 탈 수 있을지 없을지 반반이라면 의심하지 말고 무조건 믿고 뛰어라. 뒤돌아보는 순간 그 지하철은 지나간다. 골프장 그린에서 퍼팅을 할 때는 공이 홀컵을 지나가게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이 홀컵에 들어갈 일이 없다. 조상님이 간밤 꿈에 나타나시어 영험한 번호를 알려주면 그 번호를 찍을 수 있는 복권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 꽝일 뿐이다.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입맛만 다시고 배만 고프게 된다. 맘에 드는 상대가 눈앞에서 지나가고 있으면 쫓아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날 수 있겠는가.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도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누우면 마음도 드러눕는다.

며칠 전, 영종도 부근에 있는 신도라는 섬을 다녀왔었다. 일정이 등산모임과 겹쳤기에 신도라는 섬은 마지막 배를 타고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삼목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배 시간을 확인한 후, 아침 일찍 ‘북한산 숨은 벽’을 향했다. 두 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산행 시간이 자꾸 길어졌다. 비 온 뒤라 계곡 따라 흐르는 물이 시원시원하게 굽이쳤다. 후텁지근한 무더운 날씨 덕분에 친구들 모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래서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모두 계곡으로 풍덩 풍덩 뛰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더 지체되었다. 친구들에게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두르자고 하였지만, 지금 출발해도 간당간당하니 그만 포기하라고 말했다.

오늘이 아니면 신도라는 섬을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을 듯하여, 다시 한번 재촉을 했다. 포기하라는 친구들도 나의 재촉에 미안했던지 조금 서둘렀다. 평소에는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차 안에 있는 내비게이션이 30분 이상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연신내역이 500미터 앞에 있었는데,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속도보다 내 발로 뛰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숨넘어가게 뛰었다. 삼목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배는 기어코 타야 한다는 생각에 빛의 속도로 뛰었다. 차로 이동했을 때보다 5분을 벌었다. 문제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인천공항행 열차를 이용해 운서역까지 가야 하는데, 검암행 열차가 먼저 다가왔다. 뛰어서 5분 벌었는데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10분을 잃는다. 남은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과연 나의 선택은 옳았을까? 시간은 내 편일까? 등등 복잡한 심사에 땀만 더 쏟아졌다. 탈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검암역까지 가보고 그곳에서 다시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배를 탈 수 없을지라도 무조건 삼목항까지는 가보자’ 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세상이 편했다. 서두름도 안절부절 초조함도 사그라들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것을. 인천공항행 열차를 타고서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석양 노을과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갈매기를 벗 삼아 출렁이며 쌕쌕거리는 바닷물에 빠지다 보니 운서역에 도착했다. 마지막 배가 떠나기 10분 전이다. 묵직한 등산화와 땀에 젖은 바지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택시 정류장에는 택시가 없었다. 어라, 여기까지 왔는데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저 멀리서 주춤거리고 있는 택시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흔들면서 그리운 임 만나러 가듯 그 택시를 향해 또다시 뜀박질했다. ‘선생님 삼목항까지 데려다주세요’, ‘막 배는 탈 수 있을까요’라고 숨넘어가듯 물으니, ‘충분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신다. 삼목항에 도착했으나 택시기사는 매표소에서 2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멈추고는 ‘더 들어가면 욕을 먹는다’ 하면서 내려서 뛰어가라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별수 있나 아쉬운 놈이 뛰어야지. 오늘 달리기 시합이 있었으면 내가 무조건 우승했을 것 같다. 막 출발하려는 배에 가까스로 올라탔다. 여전히 부챗살 펼치고 불타고 있는 붉은 노을, 갈매기의 노란 부리, 우럭이 버럭버럭 손짓하고 싱글이 벙글벙글 웃음 짓는 신도항의 여름밤 추억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선택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면, 미적거리지 말고 뛰면서 생각하라. 그러면 언제나 원하는 목적지에 원하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뻐근한 무릎과 물집투성이의 발바닥을 보면서도 ‘반반이면 무조건 뛰어라’를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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