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어’ 양천 대표 맥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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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어’ 양천 대표 맥주를 꿈꿉니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2.11.23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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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깨비시장 ‘술을 빚는 사람들’ 심근보·조진호 씨
목동깨비시장 심근보 상인회장(왼쪽)과 양천구 목3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조진호 사무국장(오른쪽)이 깨비어를 들고있다.
목동깨비시장 심근보 상인회장(왼쪽)과 양천구 목3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조진호 사무국장(오른쪽)이 깨비어를 들고있다.

 

양천구 목3동 목동깨비시장에 가면 활기가 돈다. 야외로 뚫린 너른 시장 골목에 온갖 맛있고 기분 좋은 물건이 놓여있다. 생기있는 장마당은 행복한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언젠가 양천구 대표 맥주가 될지 모르는 일명 ‘깨비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순수 100% 수제로만 생산하고 있는 맥주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목동깨비시장 심근보 상인회장과 주민 지원 활동을 하는 양천구 목3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조진호 사무국장을 만났다. 이들은 진심으로 맥주를 만들어 보고자 ‘술을 빚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시장 사람이라고 해서 어르신이 나타나실 거로 생각했는데 40대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맥주를 생각해내고 ‘깨비시장’과 영어로 맥주를 뜻하는 ‘비어(beer)’를 합성해 ‘깨비어’라는 이름을 만든 것만 봐도 젊음에서 오는 기발함이 눈에 띄었다. 

 

‘깨비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조진호 ‘시장에서 문화 행사를 연다면 뭘 할 수 있을까?’하고 얘기 나누다가, 우스갯소리처럼 “여기 시장 골목에다 테이블을 놓고 독일의 맥주 축제처럼 맥주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 한 번 하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심근보 축제도 하고 맥주도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오면서 축제를 책임지는 ‘양천 놀이문화공동체 협동조합’이라는 회사가 생겼고, ‘술을 빚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맥주를 만드는 모임을 만든 거죠. 정말 소소한 사담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5일에 테이블도 깔고 구청장님도 오셔서 함께 맥주도 마시고 기분 좋게 촬영하려고 했는데, 이태원 참사로 내년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술 종류 중 왜 맥주인가?

심근보 ‘술을 빚는 사람들’을 만들고 주종 얘기하면서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게 맥주니까 그걸 먼저 이야기했어요. 그러다가 막걸리, 소주, 양주까지 다 나왔는데 모든 종류의 술을 하기에 너무 벅찼습니다. 

조진호 다른 지역도 상황을 보니까 맥주 하나를 생산까지 하는 데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리더라고요. 일단 술을 빚는 모임을 만들었으니까 술을 만들어봐야 하잖아요. 국토교통부, 서울시, 양천구에서 하는 도시재생 예산 중에 주민 공모사업이 있어요. 주민들이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보라고 자금을 주고 6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진행했고, 맥주를 조금씩이라도 만들게 돼서 축제나 행사 때 오신 손님에게 ‘깨비어’를 나눠 드리게 됐습니다. 다행히 맛 좋다고 평가받았고요, ‘술을 빚는 사람들’도 협동조합으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언제부터 하나?

심근보 판매하려면 제조면허와 양조시설이 있어야 해요. 시설은 7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희가 손수 만들어서 나눠 먹거나 축제 때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거예요. 깨비시장 상인회 건물 3층에서 모여서 만듭니다. 술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그런 분들 모셔서 체험 행사도 했고요. 한번 만들 때 10명 정도는 모여야 맥주를 만들 수 있어요. 

 

맥주 만들기는 어떻게 배웠나?

심근보 마포구에서 수제 맥주 하시는 분을 모셔서 세 번 정도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료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전으로 배웠습니다. 일단 처음에 했던 건 다 버렸어요. 첫 맥주는 실패했고 만들고 실수해가면서 그냥 쭉 만들었어요. 세 번째 만들었을 때 너무 맛있더라고요. 이게 우리 깨비어의 맛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는데 맥주를 잘 만드시는 분이 가르쳐 주신 덕분에 시간을 좀 더 빨리 앞당긴 겁니다. 깨비어는 IPA(인디아 페일 에일: 홉 향과 쓴맛이 강하고 밝은색) 종류로만 만드는데 초반에는 맥주의 8가지를 다 만들어 봤습니다. 저희가 전문 시설이 없다보니까 만들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 달라요.

 

깨비어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조진호 현재 깨비어는 목동깨비시장에서 열리는 ‘깨비놀이마당’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축제 날짜가 잡히면 거기에 맞춰서 주민들과 함께 100ℓ 정도 만들어요. 지난번 목동로데오거리축제 때 깨비어를 판매해 봤는데, 그때는 저희 레시피를 다른 업체에 주고 위탁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때 여섯 개 업체에서 수제 맥주를 팔기 위해 나왔는데, 저희 맥주가 제일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깨비어가 생겨나서 좋은 점은?

심근보 저는 원래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것 좋아해요. 깨비어 만들기 전에도 시장 상인분들이랑 앉아서 전 굽고, 막걸리 한잔하는 걸 아주 좋아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고 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이 그랬어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모였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계속해서 하자고 하지만 여건상 모이지 못했고 이제 곧 만날 시간을 만들어봐야죠.

 

양천을 대표할 맥주를 지향하나?

심근보 요즘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많은데 양천구는 없어요. 로데오축제 때 “깨비시장에서 만든 맥주입니다”라고 홍보를 하다가, “양천구에서 만든 맥주입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맛있다고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출시할 계획도 있고, 상표등록은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것 같아요. 

 

술을 빚는 사람들의 앞으로 계획?

심근보 판매 단계가 되면 단가 책정도 해야 하고 맛도 균일하게 나와야 하잖아요. 

근데 아직 저희는 그것까지 고민할 단계는 아닙니다. 맛을 보면서 레시피를 확정하고, 우리 공간을 만들고 시설을 채우는 것까지 1차적인 목표입니다. 수익이나 판매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와 그런 것에 대해 협업을 해야겠죠.

조진호 ‘술을 빚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주민들과 행정력이 합쳐져서 나온 공동체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주민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술 익는 마을’에 녹아있는 거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이 행정 지원을 받다 보니 대다수가 자생력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점입니다. 

주민 공모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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