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65 오래 살고 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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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65 오래 살고 볼일(?)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2.11.29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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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쥬넥스의원 성기수 원장
청담 쥬넥스 의원 성기수 원장
청담 쥬넥스 의원 성기수 원장

흔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좋은 일이 생기면, 연세 좀 드신 어르신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하신다. 참말로 오래 살고 볼일이네, 라고. 요즘 정말로 오래 살게 되었는데, 정말로 오래 살고 볼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살펴볼 일이다. 생존연령이 늘어났다고 해서,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으면, 숫자만 늘이는 단순한 삶의 연장이나 요양병원에서 보내는 삶은 싫다고들 얘기하는 데, 그렇다고 정작 미리 돌아가실 이유 또한 없으니, 어쨌든 살아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비해 삶이 풍족해지고, 살림이 늘어나고, 가족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삶의 번성기를 겪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전혀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삶의 한고비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오늘이 삶의 가장 젊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60대 이후의 삶은, 단순하게 살아 있음으로 만족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할 수 있다. 이시형 박사님의 최근 저서인 ‘신인류가 몰려온다’에서도 super ager라는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얘기를 살펴보면, 단순하게 시간을 보내는 인생 후반이 아니라, 더욱 활기차게 삶을 적극적으로 영위해 나가는 활동적인 시니어에 대한 얘기가 있다. 어느 광고에서, 손녀가 ‘할머니 오래 사세요’ 라고 덕담을 건네자, 할머니는 ‘이미 오래 살고 있으니, 더 이쁘게 살련다’ 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흔히 하는 얘기로 이제는 쉬세요 라는 얘기 보다는, 하루라도 더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액티브 시니어가 될 것이다.

결국 오래 살고 볼일이라는 말은, 가만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만들어 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과 삶을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정말로 재미나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스스로 삶의 모습을 잘 가꾸어 가는 분들이 정말로 오래 살고 볼일을 만들어 가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건강과 친구 라는 2가지가 필수적인만큼,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를 가꾸려는 노력이 따라 주어야 이러한 삶의 즐거움도 같이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건강을 잘 이해가 되지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들라는 것 무엇? 연로하신 분들의 흔한 이야기가, 친한 친구들이 세월이 가면서 하나둘씩 줄어들기 때문에, 인생 80 중반이 넘어가면, 이야기를 나눌 동무가 거의 없어서, 외출도 안하고 그러니 집안에 오래 머물게 되고, 운동이나 활동은 더 줄어들고, 그러니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한다는 얘기이다. 신인류가 몰려온다 라는 책에도 인생의 4계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삶의 시간에도 봄 여름 만 계절이 아니라 가을 겨울도 있다는 얘기이다. 이전의 시간과 다른 모습 다른 색깔로 우리 곁에 있을 뿐, 나름의 색깔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런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건강수명 70대, 평균 수명 80대 사이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의미 없이 숫자로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70대라면 대부분 90세는 당연히 넘길 것이고 적어도 반 이상은 100세를 넘어 사실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20년, 웬만하면 30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무얼 하나 새로 시작해도 10년 이상 연구하고 투자할 시간이 있는 셈이다. 지금부터 오래 살고 볼일을 만들어 간다면, 이 20년 혹은 30년이 정말로 볼만한 세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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