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훌쩍넘겨, 그림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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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을 훌쩍넘겨, 그림과 만나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3.01.03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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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1동 김춘식 씨
살아생전 남편과 추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 ‘그리워라 내 사랑아’ 옆에 선 김춘식 씨
살아생전 남편과 추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 ‘그리워라 내 사랑아’ 옆에 선 김춘식 씨

 

이름을 듣고는 남자분이 오실 줄 알았는데 피부 결 고운 여성분이 나타나셨다. 해를 넘겨 올해 나이 여든여덟 김춘식 씨를 만난 곳은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최근 복지관에서 진행했던 8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 ‘은빛 행복한 노후를 나누는 모임’을 통해 김춘식 씨는 그림에 눈을 떴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감을 마주하다 보니 흥미를 느꼈다. 서툰 솜씨지만 프로그램 마무리하면서 복지관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어줬고, 지역주민 앞에 그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들 다 키우고 나서도 어떤 취미가 있다고 자신이 있게 말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다고.

 

복지관은 언제부터 다니셨을까요?

한 5년 정도 됐습니다. 그전에는 복지관에 다닐 생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노인들만 다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젊은 사람이 복지관에 간다고 해요. 그래서 나도 가볼까 하고 등록했어요. 

 

예전부터 그림에 관심 있었나요?

네, 있었어요. 큰딸이 미술 교사로 정년퇴직했어요. 서울에 오기 30년 전에 광주광역시에 살았는데, 남편이 서예전에 나가서 특선도 하고, 국전에서는 입선도 하셨어요. 동양화도 아주 잘 그리셨어요. 며느리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림을 잘 그립니다. 저는 소질 없어요. 그래도 딸이 그림을 그리니까 보게 되고, 남편 옆에서 벼루에 먹을 갈다 보니 관심이 있었죠.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이 드니 달리할 것 없이 집에 가만 누워있기만 하잖아요. 그러다 은행나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림 수업은 유익하셨나요?

결혼해서는 다섯 남매 엄마다 보니 늘 바빴어요. 기초적인 물감 배색을 먼저 배웠어요. 학생 때 이후로 처음 미술을 접했어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재밌었어요. 색에 관해서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주시니까 고맙고요. 문득 나도 진작 좀 그림을 그릴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취미로 삼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작품 설명 부탁드립니다.

복지관에 지금 있는 건 ‘그리워라 내 사랑아’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남편 살아생전 같이 놀러 다니던 거, 연애 때가 생각나서 그렸어요. 광주서 살다가 일제강점기 폭격을 피해서 전라남도 강진군 옴천면 깊은 산중에 가족이 다 들어가서 살았어요. 그곳에서 교편을 잡다가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이 4학년 1반, 저는 4학년 2반 담임이었어요. 솜씨 좋은 남편이 저희 반 환경 미화를 도와주다 보니까 동네 소문이 나버렸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결혼 시켰어요(웃음). 요리에 대한 그림도 그렸습니다. 오이냉국하고 새우튀김을 그렸어요. 선생님이 칭찬해 주셨어요. 

 

그림을 그려서 좋은 점이 있다면?

나이 들어서 그림을 그리니 큰딸이 “엄마도 그림을 그릴 때가 있네” 그러더라고요. 재밌어요. 집중도 할 수 있고요. 오래 그린 건 아니지만, 복지관에 다니는 동안은 그림을 그릴 거예요. 좀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이 배워서 풍경화도 그리고 싶고, 꽃도 예쁘게 그려보고 싶어요. 저는 수채화가 좋아요. 크레파스로 작업을 하면 그림 그렸던 자국이 거칠 게 남지만, 붓으로 그리면 평범하니 색이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새해 계획이 있다면요?

올해도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건 없어요. 건강하게 사는 것뿐입니다. 자식들한테 짐이 안 되어야죠. 그런데 심장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자주 가요. 나이가 드니 팔, 다리, 관절은 물론이고요. 

 

2023년을 맞이하며 한마디?

새해에 아주 힘들다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걱정만 할 수 없잖아요. 지금까지 어렵다고 하는 시간 잘 이겨냈으니까, 이번에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80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리게 됐고 취미를 가졌잖아요. 새롭게 도전하고 어려움이 오면 잘 이겨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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