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취향 저격 독립서점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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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취향 저격 독립서점이 산다!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3.02.28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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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책방 고선영 대표, 새벽감성1집 김지선 대표
새벽감성1집의 김지선 대표(왼쪽)와 악어책방 고선영 대표(오른쪽)
새벽감성1집의 김지선 대표(왼쪽)와 악어책방 고선영 대표(오른쪽)

 

좀처럼 동네에서 서점 찾기가 힘들다. 책이 필요하면 대형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오디오북의 등장은 책을 마치 3분 요리 간편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책 읽지 않는 사회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 주변 서점은 사라져갔다. 

서점 사장님을 찾기 어려운 시대라지만 2018년 말, 강서구와 양천구에 한 달 간격으로 작은 서점이 문을 열었다. 강서구 화곡동의 ‘악어책방(대표 고선영)’과 양천구 신월동의 ‘새벽감성1집(대표 김지선)’이다. 

 

고선영 그때 당시 9월에 부동산 계약을 했습니다. 뭘 할지는 계약 이후부터 생각했어요. 공방(工房)할까, 아니면 공부방을 차릴까 두 가지를 놓고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쭉 쓰다 보니 공통분모가 책이더라고요. 마침 부동산 사장님이 오셔서 “도대체 아가씨 뭘 하실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책방 할 거라고 했더니 흠칫 놀라시더군요. 

 

‘악어책방’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나 동화 등을 비롯해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고 마음이 담긴 책이 눈에 띈다. 

 

고선영 사실 그런 책들이 있다고는 말하는데 그냥 제가 읽고 싶은 책, 내가 좋아하는 책, 내 마음 가는 책을 입고합니다. 책이 너무 좋은 단계는 지났고, 책 중에 내가 읽고 싶고, 흥미 있는 책을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고 대표는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로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 대표는 서점의 대표이기 이전에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애정결핍’ 등을 쓴 작가다. 나 스스로 감정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주제를 가지고 ‘감정 디자이너’로서 강연하고 있다. 

김지선 대표의 영역(?)인 ‘새벽감성1집’은 악어책방과 걸어서 10분 거리다. 새벽감성1집은 여행작가인 김지선 대표의 모습이 담뿍 담긴 공간이다. 커피숍을 겸하고 있어서 책과 함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2층에 마련된 다락방은 글쓰기 모임이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기에 최적이다.

 

김지선 저는 강서구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게 강서구에 서점을 내고 싶었어요. 우리 동넨 줄 알고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를 딱 쓰려고 앉았는데, 주소지가 양천구라서 순간 당황했어요. 내 이야기와 연결되려면 ‘강서구이어야 하는데 왜 양천구에 온 거지?’라고요. SNS의 해시태그도 #강서구 이렇게 올라와요. 처음에는 강서구가 아니고 양천구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 경계가 중요한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강서구 양천구 다 떠나서 공간 자체가 마음에 들었어요. 

 

김 대표는 서점과 함께 독립출판사인 ‘새벽감성’도 운영하고 있다. 마침 두 사람을 만난 2월 21일은 출판사 대표와 작가로서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최근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펴냄 새벽감성)’라는 에세이를 낸 고선영 대표가 작가로 독자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독자들과 만나 함께 책을 읽고 각자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강서구와 양천구, 관할 구역은 다르지만 사이좋은 이웃사촌으로 보였다. 

최근 대형 서점에 밀려 사라졌던 서점이 다시금 동네로 찾아들면서 새롭게 불리는 이름이 있다. 그냥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이라고 불린다. 독립운동, 독립영화, 독립서점…. 뭔가 큰일을 해낼 것만 같다. 고 대표와 김 대표가 활동하는 모습을 봐도 그저 서점으로만 표현하기에 그들의 활동이 전방위적이다. 

 

김지선 제가 꿈꾸던 책방은 사실 큰 탁자가 하나 있고 둘러앉아서 뭔가 하는 것을 꿈꿨어요. 지금 1층 공간이 작아도 한 8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게도 해봤는데 너무 좁은 거예요.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걸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했어요. 여기에는 마음 아픈 사람들이 주로 오시는 거 같아요. 친구가 필요하다거나 이야기가 하고 싶은 분들이 오세요. 단골손님은 모두 지역에서 사는 분들입니다.

 

고선영 악어책방에 대해서 처음부터 계속 ‘우장산 맛집’ 아니고 ‘우장산 멋집’이라고 얘기했어요. ‘우리 동네 문화 발전소’라고도 말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와서 여기는 봉사하는 데예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에요?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제가 추구하는 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야기 나눌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서모임도 일곱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운영하는게 3개고요, 다른 분들이 영어 원서 그림책에나 생태관련 독서모임도 하고 있어요. 어린이가 어른을 직접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도 선생님’도 있고요. ‘길들인 마켓’이라고 해서 중고책을 나누는 활동도 하고요. 공간이 좁기도 하고 여기서 도대체 뭘 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많은 걸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서점이 있다 보니 경쟁을 한다거나 서로 싫은 것이 없는지 물으니 오히려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말한다.

김지선 사실 더 가까워도 상관없어요. 경쟁이라는 건 내 것을 그대로 베껴서 누군가 계속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같이 붙어 있는 게 훨씬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이 동네에 갔더니 서점이 많더라, 우리 그 동네에 가자! 서점 많잖아 이런 분위기요. 새로 생긴 곳도 몇 군데 있어요. 이런 생각 해요. 어차피 사람이 한 군데만 가면서 살지 않거든요.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봐야죠. 악어책방의 경우 소비자층이 완전히 달라요. 

 

고선영 그래서 김 대표님이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오면 악어책방을 소개해 주기도 하세요. 제 책방에 오는 분 중에 책 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 오면 새벽감성1집을 소개합니다. 저도 애정결핍을 이곳에서 썼어요 . 그걸 얘기해드리기도 하고요.

 

이들은 사실 지역에 기여한다거나 뭔가를 해내기 위해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는 게 좋았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인데 주위 사람들이 향기를 맡고 찾아들었다. 

 

김지선 저는 뭔가 우리 동네를 발전시키겠다거나 문화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에요. 약간의 빈둥거림(웃음). 처음 이곳의 슬로건이 ‘책은 베개로써 가장 좋다’였어요. 책을 허용하는 다락방에서 주무셔도 된다. 이렇게 많이 얘기했었거든요. 

고선영 저는 거창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책을 보는 자체를 너무 좋아했어요. 책이 안 좋았다면 책방을 안 했을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책을 사고, 좋아하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거죠. 제일 신기한 건 김 대표님과 저는 매우 다릅니다. 생각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이나 여러 가지가 너무 달라요. 김 대표님과 계속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운영할 수 있구나, 그래서 함께 대화 하는게 너무 좋았어요. 관점 자체가 정말 너무 달라요. 고민이 있을 때 김 대표님께 많이 물어보는 데 전혀 생각하지 않은 답을 내놓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고맙고요.

 

올해 딱 이들의 서점 인생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대표는 서점을 운영한 지 10년쯤이 되면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규모를 확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할지 모른다. 목표한 10년의 딱 반이니 열심히 서점을 운영해 볼 생각이다. 고 대표는 5년 차인 올해 어떤 삶을 살지 깊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 올해 말이 되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다 양천구에 서점을 낸 김지선 대표와 강서구에서 공부방을 내려다 서점 사장이 된 고선영 대표. 어떤 형태가 됐든 두 지역을 잇는 따뜻한 역할을 오래오래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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