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보훈의 달, 잊었던 아픔은 치유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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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보훈의 달, 잊었던 아픔은 치유되는가?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3.05.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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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서울자치신문 칼럼니스트, 장애인신문 논설위원,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이병호

흰 개망초꽃이 소복을 하고 산과 들을 덮고있는 유월이 오면 잊었던 아픔이 되살아난다. 때가되면 도지는 가슴앓이처럼 유월의 초록은 항상 슬픔으로 다가온다. 16세기 르네상스 이탈리아 역사·정치학자 마키아벨리는 "과거의 고난을 세밀히 공부하는 사람은 현재의 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고 옛사람의 행위를 참고삼아 미래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교훈은 흔히 무시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인류는 언제까지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그의 정략론에서 갈파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5월 11일 기자 인터뷰에서 62년 숙원인 ‘국가보훈부’ 승격을 이뤄냈다고 감격적인 감회를 밝혔다. 보훈처장(차관급)은 그동안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발언할 수는 있었지만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의결권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격상되면 국무위원 자격으로 법률안이나 대통령령 등을 국무회의에 제출할 권한이 생긴다. 보훈부가 되면 자체 보훈부령 발령권을 갖게 되며 발령권을 갖게 되면 보훈대상자 지원 시 지자체 등을 통한 협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박민식 처장은 “초대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무척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박 처장은 “보훈은 국민통합과 국가정체성을 확립하는 마중물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어가는 국가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하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책임 있게 완수하라는 엄중한 소명으로 받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장미빛깔 일류보훈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보훈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훈대상자는 2023년 상반기 현재 85만 여명에 달하며 그중 고령 65세 이상이 70%가 넘게 분포되어 있다. 희생정도에 따라 지급되고 있는 보훈급여(전공상군경)는 2023년 상반기 현재 상이3급(장애3급)이 매월 2,630,000원, 유족 미망인이 1,847,000원, 고엽제후유의증 경도장애수당이 541,000원을 수령하고 있다. 이는 2023년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제도 가구의 소득인정액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비율(‘23년 기준 생계급여 30%,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7%, 교육급여 50%) 이하일 경우 수급자로 선정되는 규정에 의한 4인가구 기준 ’23년 기준 중위소득 월 540만원의 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정해지고 있으며 사실상 생계유지가 힘든 수준이다.

장애 3급은 중증장애이다. 직장생활, 사업도 힘이 들고, 간호를 해야하는 가족들도 263만원으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 순직 배우자 미망인 역시 남편없이 홀로 자녀를 돌보며 184만원의 보상금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물가 폭등 상황에서 불을 보듯 뻔하다. 취업보호, 의료보호, 교육보호, 주택지원사업도 보훈대상자의 보훈욕구 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이며, 주택지원사업의 신축아파트 분양공급은 신청 후 수년을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다. 상이(장애) 국가유공자에게 발급되는 무료 교통복지카드가 그동안 사용지역 제한으로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어왔으나, 전국 호환 시스템이 개발되어 올해 1월부터는 카드 한 장으로 전국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보훈처는 홍보하고 있지만 수도권 회원 대부분이 마을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마을버스에는 혜택이 없다.

의료보호사업도 지방 거주자의 경우 거점의 각 국립대학교 병원은 현재 이용할 수가 없으며, 서울 수도권 거주자도 삼성서울병원, 현대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왜 이용할 수가 없는지,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보훈병원까지 꼭 가야만 하는지, 초만원인 보훈병원에는 왜 신속히 진료할 수 없고 수개월을 기다려서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지 보훈대상자들은 항상 답답할 따름이다. 국가를 위하여 산화하고 청춘의 한을 조국의 가슴에 묻고 희생자와 유족으로 살아가는 세계 7대 경제 강국 대한민국 국가유공자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보훈대상자들은 주로 고령이며 몸이 불편하고 정부로부터 일정부분 지원을 받고 있어 다른 복지대상자와는 달리 의사 개진에 소극적인 관계로 서비스 공급자의 일방적인 정책시행만 있고 수요자의 입장은 간과되어 대상자의 복지욕구와는 많은 괴리감이 있는게 현실이다. 국가유공자를 정부예산과 관계없이 무리하게 특별대우 해야 한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한 희생을 일반 사회복지 대상자에 준해서 획일적인 산술적 형평과 효용만의 논리로 치부하고 단순한 매몰비용으로 간과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 문화는 천년대계, 보훈은 만년대계이다. 보훈은 단순한 복지나 시혜 차원을 넘어 내가 아닌 남과 공동체를 위한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유공자의 생활이 국민의 중위소득 수준의 삶은 보장되어야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이 아닌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의 보훈에 대한 더 많은 관심으로 국가유공자의 잊었던 아픔이 치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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