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나는 강서의 달밤, 맥주로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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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나는 강서의 달밤, 맥주로 탄생하다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6.11.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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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맥주’ 만든 세븐브로이 맥주㈜ 김강삼 대표
세븐브로이 맥주(주) 김강삼 대표

강서맥주가 최근 화제다. 각양각색 알파벳의 나열로 화려하게 라벨링된 수입맥주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글로 박아 넣은 ‘강서’ 라벨을 뽐내며 홈플러스 매대에서 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라벨을 자세히 보면 푸른 바탕에 쓰인 ‘강서’ 이름 위에 초승달이 떠있고 그 아래 동화 속 같은 도심 위를 비행기가 날고 있다. 사랑스럽게 묘사된 서울 강서구의 밤이다. 맛은 어떨까? 한입 들이키면 기대 이상의 쌉싸름함이 목구멍을 간질이고 마일드한 향이 기분 좋게 코로 올라온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맥주를 만들었을까? 주인공은 국내 최초의 중형 브루어리(brewery)이자 77년 만에 탄생한 국내 세 번째 맥주제조업체 세븐브로이 맥주(주)다. 강서 홈플러스 맞은편에 있는 서울 사무소에서 김강삼 대표<사진>를 만났다.

“올해는 세븐브로이 맥주가 창립 5년째를 맞이한 해입니다. 사실 중소기업이 5년을 버티면 어느 정도 버텨냈다는 뜻이지요. 나름 자축하는 의미를 담아 만든 것이 강서맥주입니다. 저는 강서와 인연이 꽤 깊거든요.”(웃음)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 된 맥주 패키지

 

강서의 매력 포인트는 공항

김강삼 대표는 1997년부터 강서에서 외식사업을 해왔고 꾸준히 여러 업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수완가다. 맥주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2년 새롭게 지어지는 KTX 서울역 아래 600평대의 수제 맥주 업장을 운영하면서다. 이후 2011년 조세법 완화를 계기 삼아 본격적으로 세븐브로이 맥주를 창업하고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서에서 많은 사업을 해왔던 만큼 강서는 제게 꼭 고향 같은 곳이에요. 저는 강서의 매력 포인트가 공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항은 사람들이 돌아오거나 떠나는 소통의 장소거든요. 그런데 맥주도 그래요. 흔히 ‘맥주 한 잔 하자’고 하면, 그건 우리 앉아서 이야기하자는 뜻이니까요. 맥주는 소통의 도구에요. 강서맥주에는 이런 생각과 의미들이 모두 담겨 있어요.”

강서맥주를 마셔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쌉싸름하다”, “맛이 묵직하다”, “상쾌한 향이 난다” 등 다양하지만 마지막 한 마디는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 맥주 같지 않다. 본토 맥주 같다”는 것이다.

흔히 국내 맥주회사가 저온 발효하는 라거 맥주를 제조하는 반면 세븐브로이 맥주는 상온 발효하는 에일 맥주를 주력으로 한다. 세븐브로이 맥주는 1516년 바이에른공 빌헬름 4세가 내린 순수맥주령에 기초해 물과 홉, 맥아, 이스트 딱 네 가지만으로 맥주를 만든다.

“강서맥주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맛게끔 적당한 쌉싸름함을 낼 수 있도록 했어요. 품질은 국내 어떤 맥주와 비교해도 자신 있습니다. 강원도 횡성에서도 오지라 할 수 있는 곳에 공장을 만들고 지하에서 천연암반수를 끌어올려 맥주를 만들지요.”

각고의 개발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강서맥주는 현재 전국의 홈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다. 세븐브로이 맥주는 홈플러스와 2012년 인연을 맺은 후 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강서맥주의 유통 역시 세븐브로이 맥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다양성 필요한 국내 맥주시장

하지만 크래프트 비어로서 국내 맥주에 비해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바로 세금이다. 현재 주류에 매겨지는 세금은 원가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 때문에 맥주 제조업을 하고 싶어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사업자들이 많다.

“수입맥주가 범람해 내수시장을 넘보는 요즘, 저희와 같은 중소 규모의 맥주 제조업체들이 국내 맥주시장에 다양성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소 규모의 맥주 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조세법의 변화가 필요해요. 소규모로 맥주를 제조하는 기업을 위해 맥주의 제조량에 따라 세금 구간을 나누는 법을 계속 건의하고 있습니다.”

설립 5년 차, 그동안 세븐브로이 맥주는 질 좋은 프리미엄 에일 맥주를 만드는 아주 드문 국내 기업으로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넓은 층의 소비자들에게 세븐브로이 맥주의 맛을 알리고자 한다.

“중국 칭다오에 가면 꼭 칭다오 맥주를 마시지 않습니까? 그처럼 강서맥주도 사람들이 강서에 왔을 때 꼭 한 잔 맛보고 가는 명품 맥주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공항에서 마신 강서맥주가 사람들의 추억에 남을 수 있게 되는 날까지, 더 나아가 세븐브로이 맥주가 백 년 동안 이어지는 회사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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