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시작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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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의 시작 「입동」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17.1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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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기상대 권영근 대장

권영근 대장

김포공항기상대

11월 7일, 벌써 ‘입동’이 지났다. 24절기의 열아홉 번째 절기로 한자로는 설 ‘립(立)’, 겨울 ‘동(冬)’. 겨울의 시작점을 알리는 날이다. 대개는 음력으로는 10월, 양력으로는 11월 7~8일 경에 해당이 되지만 올해는 윤달이 있어 음력이 좀 늦었다.

우리의 절기는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것으로 각각의 절기가 계절의 표준점을 나타내고 있는데, 옛 조상들은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농경생활이 주를 이루는데 ‘농사는 날씨가 짓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기후 변화는 한 해 농사의 수확량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절기’라는 말 속엔 계절 따라 변하는 기후를 항상 예의주시했던 선조들의 정성을 알 수 있는데 입동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본격적인 겨울 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개인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그것이 보편적인 문화가 되어 오랜 기간 전해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풍습이 되었다.

겨울의 추운 날씨는 한해 농사의 큰 장벽이 되므로 이즈음 농가에서는 무탈한 농사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는 추수를 무사히 끝내게 해준 데 대해 감사의 의미다.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토광, 외양간 등에 고사를 지낸 뒤 소에게도 주면서 수확의 고마움과 집안이 무사한 데 대한 감사를 드리고 다음해의 풍성한 수확을 바라며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또한 농사를 점치는 풍습 ‘입동보기’라는 것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충청도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입춘 때 보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개이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데, 입동 때는 뿌리대신 잎을 보고 점친다. 입동 전에 보리의 입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 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입동에는 농사 점과 더불어 날씨 점을 치는 풍습도 있는데 전남지역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은 추울 것으로 점을 치고 제주에서는 입동날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 칼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경남의 여러 섬에서는 입동에 날아온 갈까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목화가 잘 될 것이라 했다.

이렇게 입동을 두고 농사를 짓던 조상들의 풍습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입동의 흔한 풍습은 김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겨울 준비로 이보다 더 큰일은 없을 텐데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무와 배추가 얼어붙고 싱싱한 재료가 없으며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큰집 김장은 몇 백 포기씩 담는 것이 예사여서 친척이나 이웃이 늘 함께 해왔다. 김장철이 되면 시장에는 무와 배추가 가득 쌓이고 옛날에는 냇가에서 부녀자들이 입동에 무와 배추를 씻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때 담근 김치는 긴 겨울 내내 가장 잘 숙성이 되어 겨우내 우리에게 훌륭한 반찬이 되어주었다.

일반적으로 일 평균기온이 4℃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 이하로 유지될 때가 김장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한다. 기온이 높을 경우 김치가 빨리 익고 기온이 낮을 경우 김장 채소가 얼어 김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보통 서울이나 중부지방은 11월 말에서 12월 초, 남부지방은 12월 초에서 중순, 남해안 지역은 12월 말쯤에 김장을 담그는 것이 좋다고 하니 이 겨울에 김장준비를 하려고 마음먹고 계신 분들, 김치온도와 잘 맞는 입동에 단단히 겨울준비를 시작해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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