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칼럼>기부하고도 세금폭탄을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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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칼럼>기부하고도 세금폭탄을 받는다면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11.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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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 세종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국민경제정책연구소 소장
김상범 / 세종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국민경제정책연구소 소장

정부의 목적은 공동체의 선이다. 정부가 공동체의 선이라는 큰 목적을 지향한다면 정부의 기능에 대한 변경은 어느 누구의 이익도 침해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법치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의 대부인 철학자 존 로크의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목적인 공동체의 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난 행위에 대해 정부가 철퇴를 날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었다.

2002년 8월 주식 219억원어치를 기부했다가 세금 225억원을 얻어맞은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의 이야기이다. 황씨는 전 재산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해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하였었다. 

바로 직후도 아닌 6년 뒤 2008년 3월에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그해 9월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았었다.

이것이 법정투쟁으로 이어지고 가산세가 부과되어 기부한 금액보다도 더 많은 225억원의 세금폭탄이 되버린 것이다. 다행히 2017년 대법원이 선의의 주식기부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황씨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겨우 관련 제도와 법의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황씨의 선의에서 비롯된 무려 15년간 억울한 고통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도 사회의 일각에서는 선의의 기부일 경우 5%, 10%가 아니라 기부 주식 전부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하는 가칭 '황필상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만들 것을 주장하였었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여론을 제때에 반영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다가 법원의 판결로 이제야 움직이는 것은 안타까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입법적으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선의를 베풀고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것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존 로크가 살았던 17세기 영국에서도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진 모양이다. 존 로크는 “엄격한 법의 준수가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법률은 사람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으므로 어떤 사람이 보상과 사면을 받을 가치가 있는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통치자는 많은 사건에서 법의 가혹한 적용을 완화시키고 일정한 범법자들을 사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야 마땅하다.”
엄격한 실정법의 준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자연법의 준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선의를 베푼 자를 처벌한다면 이것보다 우매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러한 일에 대해 국회만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칭 '황필상법'이 입법화되지 않더라도 세무당국을 비롯한 정부당국은 소를 취하하고 적절한 조치를 거처, 보상과 사면을 받을 가치있는 행동에 대해 범법의 굴레를 벗겨주어야 했었다. 이것이 공동체의 선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존재 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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