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착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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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착한 손길
  • 강서양천신문사 강인희 기자
  • 승인 2017.11.3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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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하늘상조협동조합 이사장

혼자 사는 이들의 고독사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죽어서도 장례를 치러줄 이가 없다는 것은 이들의 마지막을 더욱 슬프고 비참하게 한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75만 원의 장제급여를 지급하곤 있지만 이는 시신수습 비용 정도에 그쳐 장례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평생을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김병학 이사장은 무연고 사망자나 독거 어르신들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켜주고자 2014년 10월 양천구에 ‘하늘상조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가족이나 친척 없이 외롭게 쓸쓸히 죽어가는 어르신을 보게 되었어요. 특히 무연고자는 장례절차 없이 화장을 해서 뿌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안타까웠죠. 어떤 죽음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분들이 가시는 길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드리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김병학 이사장이 하늘상조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또 하나 생각했던 것은 바로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김 이사장이 장례지도사 교육원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모두가 곧장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무연고 사망자의 죽음도 존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취업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어 협동조합의 설립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하늘상조협동조합은 일반적인 장례사업도 진행하지만, 대부분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요양원이나 구청 등에서 장례서비스를 의뢰해 오고, 조합원들이 나가 엄숙한 장례를 치른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할 경우 장제비로 75만 원을 지원해줘요. 사실 부족한 금액이지만 저희 조합원 대부분이 상조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각자 봉사 마인드만큼이나 경력도 오래 돼서, 적은 금액으로 최대한 최고의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죠. 비록 빈소는 차려드리진 못하지만 조합원들에게 상복을 입혀 예를 다하게 하고, 벽제에 가서 화장하여 유골을 뿌리는 것까지 보통의 상조회사와 똑같이 진행해요. 또 무연고 사망자들의 경우에는 누구도 사망등록을 해줄 수 없으니, 사망등록부터 통장정리 등 가족이 해줘야 할 이생의 마무리를 저희가 대신해주죠.”

김병학 이사장은 그동안 그가 치렀던 장례서비스들을 나열하며, 86세 어르신의 사연 하나를 꺼내 놨다. 여든 중반을 넘긴 그 어르신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하나뿐인 아들과 재회했다.

“무연고 어르신인 줄로만 알고 평소처럼 장례를 치르려고 했는데, 구청에서 가족 기록을 조회해 보니 아들이 한 명 있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아들에게 직접 연락을 했더니, 오십의 그 아들은 자신에게 아버지가 계셨다는 것은 알았지만 현재까지 살아 계신 줄은 몰랐다더라고요. 다행히 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와서 저희와 함께 장례식에서부터 사망자 등록까지 남은 절차를 진행했죠. 이 일을 하면서 유독 그 어르신의 사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사연을 이야기하는 동안 붉게 충혈된 김 이사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망자에 대한 애틋함이 그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 이사장은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자의 죽음이 좀 더 존엄하게 여겨질 수 있도록 장례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 동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하늘상조협동조합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의논하고, 보다 의미 있는 장례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심해 나갈 생각이다.

이처럼 쓸쓸히 홀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김병학 이사장과 같은 동반자가 있어 그들의 죽음은 생각처럼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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