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병역판정검사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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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병역판정검사의 빛과 그림자
  • 서울로컬뉴스
  • 승인 2016.1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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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연/서울지방병무청장
황평연/서울지방병무청장

낙엽은 나무가 남긴 이별의 손수건 이라고 했던가. 청사 내의 핏빛보다 더 붉던 단풍이 내년을 기약하며 한 잎 두 잎 이별을 고하고, 서울지방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도 올해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금년 1월 21일부터 시작된 병역판정검사가 11월 25일에 종료되어 약 7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우리 청에서 병역판정검사를 받았다. 병역의무의 첫 관문인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면서 나름대로의 소회가 있었으리라. 당당히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젊은이도 있었을 것이고, 심신이 허약하여 막연히 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젊은이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병역판정검사장을 둘러본 어느 70대 어르신이 현대화된 각종 검사 장비를 보며 감탄과 부러움을 표하면서 자신의 옛일을 회상한 적이 있었다. 60년대 학교 강당에서 검사를 받았다는 그분은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검사, 그리고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나도 이제 성인이 되서 군대를 간다는 자부심으로 가슴 뿌듯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군대에 가고 싶다면서 껄껄 웃으셨다.

현대의 병역판정검사는 과거의 검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정확한 병역판정을 위해 CT, MRI 등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하고, 임상심리사 전문 인력을 채용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왔다. 또한 2017년도부터 모든 병역판정검사자에게 잠복결핵검사를 실시하는 등 병역판정검사의 수준은 종합건강검진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병역판정검사를 하다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신체조건이 되지 않거나 질병이 있음에도 열심히 몸을 만들고 질병을 치유하여 당당하게 현역병으로 입영을 하려는 젊은이들의 빛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문신과 허위 정신질환, 고의적 수술 등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하려는 젊은이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 중 무엇보다 가장 큰 그림자는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많이 약해진 것이라 하겠다. 외형상으로는 건강한 모습이지만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젊은이가 현저히 늘었고, 현역 입영 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예전과 같이 비록 신체는 허약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꿋꿋하게 군 생활을 마쳤던 그 모습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부족해 보인다. 심약한 젊은이들, 더 나아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이들의 증가는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이다.

몇 년 전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은 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 후 병역문화개선책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어느 민간위원의 “지금까지 군 병영문화 개선책에 대해 쭉 살펴봤더니 20년 동안 안 해본 짓이 없더군요.”라는 말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병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 보다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젊은이로 길러야 한다는 것에 그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러 가는 젊은이들이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병역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강한 군대와 안전한 병영을 만드는데 필요한 정예병력 선발이라는 병무청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2007년부터 전문임상심리사를 두고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정확하고 정밀한 심리검사를 실시하여 정신과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가려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명암이 존재하듯이, 일부 젊은이들 모습에 그림자도 있지만, 1급 현역판정 받고 기뻐하는 긍정적이고 빛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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