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어야 한다

이정원

2022-08-17     김정민 기자
시조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강남문학회이사. 저서로 산문집 『피아노 치는 시인』 등 3권. 시조집 『얼레와 어금니』 등 3권. 양천문학상, 『현대시조』좋은 작품상 등 수상

마법에 걸려 모든 물건이 만지는 대로 황금으로 변해버린다는 마이다스왕은 음악의 신인 ‘아폴론’과 숲의 신 ‘판’이 누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지를 놓고 시합을 하게 됐는데 그 신들의 놀음을 판정하는 심판관이 되었다. 아폴론 신은 리라를 연주했고 판은 피리를 불었다. 마이다스는 화려한 리라보다 소박한 갈대피리에 마음이 끌려 판의 손을 들어줬다. 뿔이 난 아폴로는 냅다 마이다스의 귀를 잡아당겼다. 귀가 쭉 늘어났다. 늘어난 귀는 줄어들지 않았다. 마이다스는 이 사실을 아무도 발설하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다. 그러나 마이다스의 머리를 깎는 이발사가 이 사실을 알 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발설하고 싶어 큰 병에 걸렸다. 그는 어느 날 갈대숲에 들어가 큰 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 후로 바람이 불면 갈대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울어대 비밀이 탄로 나고 말았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윤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윤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자질과 능력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8월 1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대통령이 국정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로 20대 대통령 윤석열후보 득표율 48.56%에 비해 정부출범 3개월 만에 무려 20.56%나 떨어졌다. 부정의견은 65%에 이르고 있다. 정당지지도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37%대 33%로 좁혀졌고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국가경제에 대한 전망은 나빠질 것(46%), 차이가 없을 것(36%), 좋아질 것(16%) 순이다. 현재 가장 부담되는 경제상황은 물가(52%), 금리(15%), 부동산 가격(13%), 일자리(7%)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정지지도가 떨어지면 국가동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얼추 반에 가까운 것은 의미가 매우 심장하다 하겠다. 국민들에게 부정인식이 자리 잡기 전에 과감한 정책을 수립하여 확실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요한 국정평가를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짚어보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검토해 보겠다.

첫째 집권당의 내부분열 극복이다. 정부는 행정부와 집권당이 통일된 의견으로 협심하여 운영할 때 그 순기능이 향상된다. 일사분란이라고 하면 독재정권이라고 욕을 먹겠지만 적어도 집권초기에는 당정협조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긴밀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정수행에 동력과 탄력이 붙는다. 하지만 현 집권당은 당대표가 ‘내부총질’을 한다는 의심 속에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준석 당대표를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고 이에 이 대표가 불복, 법원에 상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이 징계가 정치적 판단 개입이라는 의견이 54%에 이르고 있어 당내의 윤핵관과 파워게임을 한다는 의구심을 넘어 자칫 집권여당이 둘로 갈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정치적 염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둘째는 인사문제다. 윤석열정부는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법무부가 그 임무를 대행하는 구조 속에서 편파인사 문제로 여론이 시끄럽다. 대통령실에 소위 윤핵관 참모들이 정실인사로 근무하고 검찰출신 참모들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금융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비전문가들이 행정과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윤석열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법사가 이권과 인사에 개입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편파·편중인사가 국론분열의 아킬레스건임을 정부와 집권당은 잊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SNS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여야 한다. 이들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 33%인 1700만 명을 차지하는 중추세대다. 따라서 세대를 구분해서 갈등을 야기하기 보다는 세대 간의 이해를 통해 서로 융화되는 문화를 만들어서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고질병인 지역간·학력간·계층간 갈등해소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네 번째는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의 생활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사태와 원자재 값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올해 물가상승률을 4.7%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반대로 GDP성장률은 3.1%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다섯 번째는 100년만의 폭우라는 이번의 자연재해를 민관합심으로 조속히 극복하고 수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과 자영업자들을 최대한 지원함은 물론 앞으로의 수방대책을 철저하게 세워서 다시는 수도 서울이 물난리로 아비규환이 되는 극한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우방과의 차질 없는 공조다. 한미일 3국의 정치·경제·기술 유대강화는 물론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갈등해소가 시급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교류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곱 번째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탈 원전정책을 원상회복하고 사회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조속히 복귀시켜 정부 주도적 반 기업 경제정책을 민간주도의 친 기업정책으로 회귀시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다수당인 야당과 협치를 통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을 경우에는 직접 국민과 소통하여 일관된 개혁정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신화는 ‘비밀은 없다. 솔직한 정치를 하라’는 사실을 전 국민과 후대에게 전하는 위대한 교훈으로 남겼지만 더불어서 “귀를 크게 하라. 그리고 그 큰 귀로 백성의 소리를 하나도 빠치지 말고 촘촘히 들으라”는 큰 정치적 메시지도 위정자들에게 남겼다. 열린 정치를 하라는 교훈이다. “귀를 더 크게 열라”는 말은 윤대통령이 대선기간동안에 “상식과 공정의 정치로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실천으로 보여 달라는 국민의 엄숙한 명령이다. 윤대통령은 정치 입문 시에 약속한 대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고 국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국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귀를 활짝 열고 과감하게 듣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어야 하고 그 귀는 클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