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과수원의 일몰

최학용 시인.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2024-01-02     성광일보

무성하던 잎들이 지고
불타오르던 사과들도 떠나갔다.
나무 밑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발자국들
올 한 해 사과농사의 풍성함을 말해준다.

까치밥인 듯 바람 끝에
드문드문 걸려있는 사과 알들은
떠나버린 계절, 빈 과수원을
서성이면서도 눈빛 저렇게 찬란하다.
내년 봄을 기다리는 설렘 때문일까

내 나이도 내년이 있을까?
더해지는 나이에 어깨는 눌리고
메마른 걸음에 꿈은 멀리 능선을 넘어간다.

쓸쓸한 그림자 위에
굵은 눈물방울 하나 툭 떨어진다.
오늘 흘리는 내 눈물 한 방울
사과밭에 잘 익은 거름되리라.

최학용
시인.수필가

최학용
시인.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