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진드기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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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드기에 대해 알아보자
  • 광진투데이
  • 승인 2018.05.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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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 칼럼
장원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봄이 한 시절을 자랑하고 여름이 그 뒤를 이을 준비를 하는 이즈음, 연초록의 산으로 들로 뛰어 가고 싶은 우리에게 참으로 반갑지 않은, 아니 무서운 존재들을 일깨워 주는 기사들이 하나 둘 보도되고 있다. 바로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야생 진드기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로 인한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살인진드기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를 일컫는다. 수많은 진드기들 중에서 이 진드기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ever Fever Thrombocytopenia Syndrome)의 원인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다가 동물 혹은 사람을 물어 흡혈 중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기에 살인진드기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SFTS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 중국에서 처음 환자가 발견되었고, 그 이후로 발열을 동반한 혈소판 감소 증상을 보이는 감염증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는데 이 중 상당수의 환자가 사망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2013년 환자로부터 바이러스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 처음인데, 2013년 한 해만 해도 36명의 환자가 확진되었고 그중 17명이 사망하였다. 국내에서 SFTS환자 발생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2016년에는 165명, 2017년에는 272명으로 늘었고, 사망환자 역시 다수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 5월 현재 8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한 명은 사망하였다.

SFTS 바이러스를 보균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난다. 심할 경우 38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세가 심해지면 혈소판 감소와 근육경련,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모든 진드기가 SFTS를 옮기는 것은 아니고(작은소참진드기만 해당),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SFTS 바이러스를 보균한 작은소참진드기는 0.5%에 불과하며, 보균한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감염이 된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 한다.

그런데, 왜 진드기는 동물을 흡혈하는 것일까?
작은소참진드기의 생활환(生活環, Biological Life Cycle)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진드기는 불완전변태류에 속하는데, 처음에 알에서 깨어나면 아주 작은 크기의 다리가 세 쌍인 유충(larva)의 형태가 된다. 이후 다리가 네 쌍인 약충(nymph)가 되며, 역시 다리가 네 쌍인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그런데, 유충이 약충으로 변태하고, 약충이 성충으로 변태하고, 암컷성충이 알을 낳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의 혈액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암모기가 영양분이 가득한 동물의 피를 흡혈하여 그 영양분으로 후손, 즉 알을 만드는 것과 같은, 진드기에게 있어 운명 같은 것이다.

진드기는 풀이나 나뭇가지 끝에 있다가 지나가는 동물 혹은 사람에 달라붙거나, 동물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체온을 감지해 흡혈대상을 찾아 이동하기도 한다. 진드기가 동물에 부착하면 적당한 장소로 이동한 후 흡혈을 시작한다. 흡혈은 24-72시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7-10일까지도 계속된다.

그럼, 왜 진드기는 그렇게 오랫동안 흡혈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진드기는 실제 매우 크기가 작다. 유충은 크기가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글의 마침표(.)정도여서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성충은 그나마 커서 참깨 크기(2~3mm) 정도가 된다. 그런데, 흡혈을 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최종 흡혈을 마친 성충의 경우 크기가 작은 팥알정도로 부피가 늘어난다. 마치 풍선이 부푸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풍선도 크게 불면 잠시 쉬어야 하는데, 진드기는 어떨까? 진드기 역시 충분히 흡혈하기 위해서는 몸을 크게 부풀려야 하는데, 여기에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흡혈을 열심히 하고 조금 쉬고, 흡혈을 하고 조금 쉬는 것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는 가운데, 진드기 뱃속(중장, mid-gut)에 있던 SFTS 바이러스가 동물 혹은 사람 체내로 들어오고, 바이러스는 증식하고,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진드기는 분류학상 절지동물 문(phylum)의 거미 강(class), 진드기 아강(subclass)에 속한다. 진드기 아강에는 5만 4천여 종이 기술돼 있으며 약 50여 만 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 작은소참진드기 뿐만 아니라 많은 진드기들이 질병의 원인체를 매개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다양한 진드기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을철 유행하는 쯔쯔가무시병의 원인체인 오리엔티아(Orientia tsutsugamushi),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는 라임병(Lyme disease)의 원인체인 보렐리아(Borrelia burgdoferi), 홍반열(spotted fever)을 일으키는 다수의 리케치아(Rickettsia sp.), 진드기매개뇌염(tick-borne encephalitis)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그 외에 많은 질병의 원인체를 매개한다.

그럼 다시 SFTS로 돌아가서, 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진드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가능하다면, 옷과 피부에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고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말아야 하며 긴소매 옷을 입고 바지 끝은 단단히 여미는 등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하면,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돗자리를 사용하도록 한다. 야외 활동에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 햇볕에 말리고,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한다. 야외 활동 후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진드기의 존재여부 확인과 함께 샤워를 하는 것이 진드기 물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약 진드기를 발견하면 절대 진드기를 무리해서 떼어내려고 하면 안 된다. 특히 진드기의 몸통을 손이나 핀셋 등으로 눌러서 떼어내면 안 된다. 이 때 진드기 배속에 있던 내용물이 체내로 주사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가는 핀셋으로 피부와 몸통사이로 집어넣어 들어 올리듯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핀셋이 없다면 신용카드 등으로 역시 피부와 몸통사이를 통과하듯 제거해 몸통을 최소한 압박하면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드기가 떨어져 나가면 곧바로 물린 부위를 소독한다. 2주 이내에 고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긴다면 신속하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진드기의 위험을 살펴보았지만, 야외 활동은 진드기에 물리는 위험보다는 훨씬 더 유익한 시간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없었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오늘 같은 날은 산으로, 들로 야외 활동을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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