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입맛 사로잡는 할마 할빠 요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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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 입맛 사로잡는 할마 할빠 요리교실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6.12.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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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영양교실, 손주 위한 요리 가르쳐 어르신 큰 호응
양천구 시니어 영양교실

“어르신 여러분,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맥적이라고 하는 돼지고기 된장구이를 만들어볼 거예요. 먼저 요리 순서를 잘 들어보세요.” “예!”

지난 2일 오전, 양천구 목동보건지소 3층 조리실습실. 강사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분들은 모두 어르신들이었다. 하지만 깔끔하게 머리 위에 쓴 위생캡이 하얗게 센 머리를 가려준 데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생기가 어르신들의 나이를 함부로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은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생활요리를 가르쳐주는 요리 강좌 ‘시니어 요리교실’ 현장이다. 식생활 관리 능력이 부족한 어르신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고 손자녀를 위한 식습관 교육법도 알려준다.

특히 손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배우는 실습들이 이루어지는데 덕분에 어르신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목동보건지소 정윤정 씨는 “모집할 때마다 대기자가 너무 많이 생겨서 함부로 홍보를 하기 겁난다”며 즐거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 만큼 현장 분위기도 무척이나 화기애애하다. 이날 어르신들은 절기 음식과 로컬푸드에 대해 배운 후 맥적과 두부 김밥, 영양 찐빵을 직접 만드는 실습을 했다. 본격적으로 요리가 시작되자, 평균 연령 70대 초반의 어르신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마다 칼과 도마와 프라이팬과 계량스푼을 들고 각자 맡은 역할을 척척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4기의 특징은, 남성 어르신만 모집했던 3기까지와 달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참여하는 요리교실이라는 점이다. 평생 주방에서 활약해온 주부 9단 할머니들이 훨씬 활약하지 않을까? 의외로 답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할아버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심온 강사는 “칼 써는 법이 서툴다 보니 완성도 측면에서는 조금 뒤처지지만, 맛에 대해서는 쉽게 우위를 가를 수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이미 수많은 메뉴들을 섭렵해온 할머니들이 다시 요리교실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시니어 요리교실의 첫 번째 할머니 학생 중 한 명인 이효숙 할머니는 “입맛에도 세대차이가 있어서, 손주나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가르쳐주는 음식들은 손주들이 확실히 좋아해준다. 덕분에 예전보다 주방에 설 때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덕분에 고부 사이가 돈독해진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목동보건지소의 명물이 된 시니어 영양교실은 이번 달 16일로 4기 수업을 마무리 짓고, 다음 기수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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