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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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질병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19.03.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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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상식

이대희 원장    유림한의원

봄날이다.

봄이면 울려 퍼지던 봄노래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들을 겨를도 없이 우중충한 하늘의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아니 극성 정도가 아니라 마치 내가 진공청소기의 먼지 통 속 한가운데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날씨가 따뜻하면서 이제 몸과 마음이 좀 풀리나 했는데 며칠째 지속되는 예년과 다르게 너무 강력한 미세먼지에 무력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다행히 글을 적는 오늘은 좀 나아져서 저녁 식사 후 동네공원을 운동 삼아 몇 바퀴 돌았다. 공원에 있는 미세먼지 신호등이 초록불이라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평소 운동 삼아 나오는 공원이라 며칠 전에도 미세먼지가 심하다고는 하나 바깥 활동이 줄어들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그냥 마스크 쓰고 나가봤더니 공원 미세먼지 신호등이 빨간불이었다. 처음 보는 그 시뻘건 불빛과 눈싸움을 하며 “그래도 나는 걷는다”하며 오기를 부리다 결국 얼마 못 걷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도 <동의보감>의 폐에 대한 글들을 인용해본다.

‘肺之形似人肩二布葉數小葉中有二十四孔行列以分布諸藏淸濁之氣’라고 하여 이 글은 폐의 모양을 설명하고 폐가 여러 장기에 맑고 흐린 기운을 펴서 보낸다는 뜻이다.

코를 통해 폐까지 들어오는 공기를 생각해 보면 코에서 한 번 걸러지긴 하겠지만 마치 우리 몸의 공기청정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날씨가 우리 몸의 소중한 공기청정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미세먼지, 초미세 먼지로 가득하니 노약자나 혹은 평소 폐 기관지가 안 좋은 분은 말할 것도 없이 건강하던 일반인도 호흡기에 많은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겠다.

 

邪在肺則病皮膚痛寒熱上氣喘汗出咳動肩背<靈樞> 風寒入舍於肺名曰肺痺發咳上氣 肺病者喘咳逆氣肩背痛汗出尻陰股膝髀腨胻足皆痛虛則少氣不能報息耳聾嗌乾 肺熱者色白而毛敗<內經> 外證面白善嚔悲愁不樂欲哭內證臍右有動氣按之牢若痛其病喘咳洒浙寒熱<難經>이라 하여 이는 폐의 병증에 대한 설명을 하는 글이다.

먼저 <영추>에서는 폐에 사기(邪氣)가 있으면 피부가 아프고 춥다가 열이 나며, 기가 위로 치밀어 올라 숨이 차고 땀이 나며 기침할 때 어깨와 등을 들썩거리게 된다고 하였다. <내경>에서는 풍한사(風寒邪)가 폐에 침범한 것을 폐비(肺痺)라고 하며, 이때는 기침이 나고 기운이 위로 치밀어 오르고 폐병 때는 숨이 차고 기침이 나며, 기운이 치밀어 오르고 어깨와 등이 아프며 땀이 나고, 엉치에서 대퇴, 무릎, 종아리, 발까지 다리 모두가 아프며, 폐가 허하면 기운이 적기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며, 귀가 먹고 목이 마르며, 폐에 열이 있으면 얼굴색이 하얗고 머리카락이 바스러진다고 했으며, <난경>에서는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이 창백하고 재채기를 잘하며 슬퍼하고 근심하면서 즐겁지 않으며 울려고만 한다고 했으며 속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배꼽의 우측에 동기(動氣)가 있으며 눌러보면 단단하고 아픈 것 같으며 숨이 차고 기침이 나오며 오싹오싹 춥다가 열이 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폐병의 증상들은 보면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나는 지금 내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것 뿐만 아니라 “슬퍼하고 근심하면서 즐겁지 않으며 울려고만 한다”라고 하면서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보고 있는 우리들의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까지도 표현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들이 모두 폐병의 증상들이리라.

 

증상을 이야기했다면 그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야 할 것이다. 폐병에는 기장쌀, 닭고기, 복숭아, 파를 먹는 것이 좋은데 이는 본 장기의 맛을 취하는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폐가 허한 증상에는 보폐산이나 독삼탕이 좋고 폐가 실한 증상에는 사백산이나 인삼사폐탕이 좋다고 했다(肺病宜食黍鷄肉桃葱取本味也<甲乙經> 肺虛宜補肺散獨參湯(方見氣門)肺實宜瀉白散人參瀉肺湯).

 

하루 이틀의 미세먼지로 인한 정도야 상관없겠지만 이렇게 장기간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면 미리 폐를 보호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음식 외에도 가까운 한의원에서 폐에 좋다고 알려진 천문동, 맥문동, 오미자, 사삼, 패모, 길경, 상백피 등의 약재를 정확한 진단에 따라 처방을 받는다면 폐의 기능을 개선·강화해준다면 홀로 애쓰다가 고장나 버릴 것 같은 우리 몸의 공기청정기인 폐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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