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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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정치
  • 광진투데이
  • 승인 2019.04.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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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김상진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100년 전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을 통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대한민국에는 심념과 책임의 균형을 잡기는커녕 아예 신념도 책임도 없는 정치인이 참 많다. 그러니 국회는 매일 정쟁만 일삼다 아무런 결과도 없다.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앞 다투어 말은 하는데 정작 경제를 살리려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서로 손가락질 하며 남 탓만 하고 있다. 소위 국민을 우롱하는 가짜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지역정치는 더욱 가관이다. 몇 가지 가짜정치 사례를 들어보자.

#선거 때만 되면 지역발전 시키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선거가 끝나면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는 정치인이다. 당선시켜 주면 중앙정치에 큰 인물이 되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높은 직책을 맡고서는 지역에 관심 없더니, 한 번 더 당선되어 높은 직책으로 가야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아마도 그 끝은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이 되어야 끝날 것이다.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정당(지역위원회)을 가장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서, 상대의 비민주성을 공격하고 민주주의가 신념이라고 말한다. 정당은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획득을 목표로 모인 공당(公堂)이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모인 이익단체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파당(派黨)이나 파벌(派閥)과는 당연히 다르다. 그런데 정당의 절차적민주주의도 없고, 당원의 정책결정 참여권리도 묵살하고 공천을 사천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정작 지방정치인을 본인의 도구로 전락시킨다.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배포하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자신의 의정보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을 준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 돌리고 있었다. 지방의회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고 있는데 국회의원의 선거를 돕는 직원 또는 사무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무엇이 잘 못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더 거론하기도 민망하다.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단면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헌법에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명시되어있다. 정치는 개인의 행복을 신장 시켜주고 미래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정치는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통합 조정하는 기능을 하여야 한다. 지역의 주민과 자신이 소속된 당의 당원을 진정한 주인으로 생각하는 진짜정치인이 많아야 대한민국 정치가 제대로 굴러간다.  

얼마 전 모향우회에 갔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이런 가짜 정치인들을 몹시 비판하며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권력자의 앞에서는 딸랑이가 되어 있었다. 플라톤의 말이 떠올랐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당신보다 더 멍청하고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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