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비오는 모습이 익숙한 장마가 지나가고 있다. 장마와 더불어 날씨가 무덥고 습하다 보니 아침부터 소화기 문제로 오는 환자가 여럿이다.
주말동안 먹은 음식으로 인한 급체환자며, 평소 몸이 약하던 또 다른 환자 한 분은 어지러움증을 동반한 소화불량과 속 미식거림을 호소하신다. 아마도 비위에 담음 때문이리라. 젊은 직장인 한 분은 전날 회식때 같은 회사동료의 뜻하지 않은 퇴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술과 음식으로 인해 장에 탈이 나면서 그치지 않는 설사를 한다. 어쨌든 다들 약간씩 다른 이유와 증상으로 소화기 계통의 문제를 호소했다.
여름철 장마 기간에 많이들 나타나는 증상이다. 습하고 중탁한 기운이 열기가 합쳐지면서 평소 잘 작동되던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혹은 평소 약해서 겨우 버티던 소화기가 더는 못버티겠다고 나자빠져 버리는 상황일 것이다. 습이 가득 차있던 장마가 지나면 다음에는 또 무더운 날씨가 몰려올 것이다.
동의보감에 말하기를 더위병에는 모서, 중서, 상서의 3가지 증이 있으니 ○배가 아프고 물같은 설사를 하는 것은 위와 대장에 병이 들은 것으로 미식거리면서 토하는 것은 위에 담음이 있는 것으로 이것을 ‘모서’라고 한다. 이럴 때는 황련향유산, 청서육화탕, 소서십전음, 해서삼백산을 쓴다고 했다. ○몸에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손발을 내두르면서 편안치 못하거나 바늘이 몸을 찌르는 것 같은 것은 열이 근육을 상한 것으로 이것을 ‘상서’라고 한다. 이때는 인삼백호탕, 소시호탕을 쓰는 것이 좋으며 ○기침이 나고 오한과 열이 나며 밤에 자는 중에 흐르는 도한이 멎지 않고 맥이 삭한 경우는 폐경에 열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중서’라고 한다. 이때는 청폐생맥음, 백호탕, 익원산을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暑有冒暑中暑傷暑三證 其腹痛水瀉者 胃與大腸受之 惡心嘔吐者 胃口有痰飮 此冒暑也 宜用黃連香薷散 淸暑六和湯 消暑十全飮 解暑三白散 ○其身熱頭疼躁亂不寧 或身如鍼刺者 此爲熱傷在肉分 此傷暑也 宜用人參白虎湯 小柴胡湯(二方並見寒門) ○其咳嗽發寒 熱盜汗不止脉數者 熱在肺經 此中暑也 宜用淸肺生脉飮 白虎湯 益元散<丹心>)
또 동의보감에서 하나 더 인용해 본다면 더위병의 통치약이라 하여 ○더위병을 치료하는 법은 속을 시원하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더위는 기를 상하므로 진기를 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철에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찻물과 얼음물을 너무 마셔서 비위를 상하면 토하고 설사하는 곽란이 생기게 된므로 더위 먹은데 쓰는 약은 흔히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습을 다스리며 소변이 잘 나가게 하는 약을 많이 쓰게 되니 이 본래의 뜻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暑熱通治藥 治暑之法 淸心利小便最好 暑傷氣宜補眞氣爲要<丹心> ○夏月 多食冷物過飮茶水氷漿 致傷脾胃 吐瀉霍亂 故治暑藥 多用溫脾消食 治濕利小便之藥 須要識此意<丹心>)
처음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환자들 중 제일 처음의 체한 환자는 막힌 것을 뚫어주고 습하고 탁한 기운을 제거해 주고 순환을 도와주는 침치료를 해주고, 두 번째 환자에게는 비위 기능을 도우면서 담음을 치료하는 한약 탕약 처방을 했으며, 세 번째 환자에게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열을 내리는 약침과 함께 대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침치료를 해주었다. 조금씩이라도 편해 하면서 치료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당분간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는 섭생에 조심하시라 주의를 드렸다.
이렇듯 무덥고 습한 날씨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몸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평소 나름대로 관리를 했는데도 그렇다면 속상하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을 터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다면 우리도 좀 더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내일은 출근하면 여름 보약인 생맥산을 달여서 직원들과 함께 복용해 볼까 싶다. 이 무더운 여름을 함께 잘 버텨내야 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