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소문 '와언(訛言)', 시대의 불안함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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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소문 '와언(訛言)', 시대의 불안함을 전하다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1.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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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교수/건국대학교 사학과
한정수 교수/건국대학교 사학과

'와언(訛言)'이란 말은 헛소문, 혹은 뜬소문이란 말로 번역된다. 요즘 익숙한 표현으로는 유언비어(流言蜚語)이자 '~카더라통신', 혹은 '루머'·'풍문' 등에 해당한다. 

옛날에 이는 시대의 징후를 담은 참요(讖謠)나 동요(童謠)의 범주에 속하기도 하였다. 전반적으로는 믿거나 말거나류의 이야기이지만 실제 민간에 혹은 시민사회에 퍼지는 파급력은 상당하였다.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다음의 사례를 보자. 

1391년(공양왕 3) 11월 민간에 와언이 퍼지기를, 중국 황제의 사신[帝使]이 동녀(童女)를 구하러 온다고 하였다. 온 나라가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딸을 시집보내는 집들이 줄줄이 등불을 켜서 거리와 마을을 밝혔으며, 예(禮)를 다 갖추지도 못하고 혼인(婚姻)을 올리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와언은 뜬금없는 혹은 약간은 사실 배경이 있는 것 같은 글이다. 이 글은 원나라 사신들에 의한 동녀요구의 연장선상에서 명의 홍무제 주원장이 또 동녀를 요구할 것이라는 시대배경 속에서 나온 와언이었다. 

이러한 와언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시대를 불문하고 재생산되었다. 조선 단종 대의 사례를 보자. 

1454년(단종 2) 5월 경기 안산(安山)·수원(水原)·광주(廣州)·금천(衿川) 등지에 어떤 사람이 와언을 전하여 '왜구(倭寇)가 와서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약탈하니 화(禍)가 이미 급박하다.' 하므로, 도내로 전파하여 서로 시끄럽게 떠들었다. 백성들이 두려워하여 가족을 이끌고 산으로 올라가서 마을이 모두 비었다가 여러 날이 지나서 그치었다. 
왜구문제는 고려 말 공민왕 및 우왕 대에 원-명 교체기의 불안정성, 당시 기상이변 등의 문제로 매우 심각했다. 

그러나 조선의 건국 후 특히 1419년(세종 1) 대마도 정벌과 1443년(세종 25)의 세견선과 세사미, 삼포체류기간 등에 대한 규정을 정한 계해약조 이후 왜구 출몰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구 출몰 관련 와언이 퍼진 것인데, 이는 단종 정권에 대한 불안함이 내포된 면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결국 강력한 국방통제력을 가진 수양대군을 염두에 둘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와언은 각 왕조별, 왕대별로 불안한 시대배경 속에서 태어나기 마련이었다. 
또한 새로운 사회를 기대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군이라 일컫는 세종이나 영조, 정조시대에도 있었다. 무엇 때문일까? 

정치권이나 외적의 침입과 같은 불안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21세기에 들어와 인터넷 등에서 돌았던 장기매매 관련 이야기를 보자.  
대학생들이 자취방을 살펴보려 할 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하려 했다던가, 몇몇 실종사건이나 살인사건 등이 장기매매와 관련된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다방면에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일어날까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펀-뱅크스는 루머에 대해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참고가 된다. ①의도적 루머(intentional rumor), ②시기상조 루머(premature rumor), ③악의적 루머(malicious rumor), ④모욕적 루머(outrageous rumor), ⑤준사실적 루머(nearly true rumor), ⑥생일 루머(birthday rumor) 등이다. 

이 같은 유형의 루머 즉 와언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확산되어 사회불안을 높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의 사건을 보자. 2014년 4.16세월호 참사, 2015년 5월 메르스사태,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위안부합의 및 사드사태, 그리고 박근혜대통령 탄핵과 촛불운동, AI로 인한 3천만 마리가 넘는 닭 살처분, 경주 등지의 지진, 대구서문시장 화재 등이 있었다. 또 2017년에는 특히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예정되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의 대통령 탄핵관련 판결, 이어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가중되고, 전염 가능성있는 인간 질병과 가축 전염병 창궐, 더욱 심한 오염물질을 탑재한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지진, 영토 및 패권을 둘러싼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상존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와언이 만들어지고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할 가능성이 큰 시점인 것이다.   
이렇게 와언이 어느 시대에나 있다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에는 어떻게 해결하려 했고, 오늘 날에는 어찌해야 할까? 
1650년(효종 1) 정월 송준길이 올린 상소를 보면, 옛날의 대책을 짐작할 수 있다. 
송준길은 천문에 나타난 재이와 와언으로 인한 인사 문제 등이 커지자 이에 대한 대책을 올렸다. 그 핵심내용은 “군신 상하가 공구 수성(恐懼修省)하여 불속에서 구하고 물속에서도 건져내듯 황급히 서둘러도 오히려 이 난국을 구제할 수 없을까 걱정되는데, 어찌하여 느슨하고 방종하여 한가로운 말만 하면서 한 사람도 국사를 담당하는 자가 없단 말입니까. 아, 위태롭습니다.

한 달 사이에 도하(都下)의 기상이 매우 처참하여 마치 따뜻한 봄볕에 만물이 싹트려다가 갑자기 서리를 맞고 생기가 꺾인 듯하니, 이 점이 신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입니다."라 하였다. 
와언 즉 루머의 생산은 어디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책은 송준길이 '군신상하가 두려워하고 반성해야 한다'라 한 말처럼 명확하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 말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의혹, 재해 등의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때 제대로 제공할 것과 루머에 대해 공개적으로 시민사회에 진상을 밝힐 것, 사회지도층 인사 및 시민사회가 합심하여 신뢰를 확인하고 대책을 제시할 것 등이 될 것이다. 

결국은 우리시대의 화두인 진정한 소통과 신뢰회복 등이 그 해법에 다름없다 하겠다. 여기에는 정제된 언론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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