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풍성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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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풍성한 이야기
  • 강서양천신문 남주영 기자
  • 승인 2017.02.1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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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관장의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 이석우 지음 | 북촌 | 2016.02.15.)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 열리는 순간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다채로워진다. 하지만 새로운 시선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온전히 내어줄 정도로 호감이 가고 강한 끌림이 있는 존재가 있어야만 그것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의 저자인 이석우 관장<사진>은 경희대 중앙박물관 관장직을 은퇴한 후 겸재정선미술관의 초대 관장으로 와 지금까지 미술관을 이끌어오고 있다. 이 관장은 겸재정선미술관장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순간 ‘겸재 정선’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만났을 것이다. 그 증거가 이 책으로, 저자는 지금까지 바라보았던 세상을 겸재 정선의 그림과 삶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고 그 과정을 오롯이 책 속에 담아냈다.

총 16장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저자는 각 장마다 겸재 정선의 그림을 하나씩 주제 삼는다. 시작은 겸재의 그림이지만 그림을 읽는 저자의 눈길은 때로는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때로는 직접 걸어 나가 현재의 서울에서 옛 흔적을 찾기도 한다.

겸재의 그림 ‘수성동’을 소개한 4장으로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먼저 그림에 기반해 인왕산 수성동계곡의 옛 모습을 찾는 복원사업을 언급하고 그림 한 장이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해 논한다. 그러면서도 사업에 밀려 터전을 내줘야 했던 옥인시범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경의를 잊지 않는다. 이후 인왕산에 얽힌 역사적 내력과 사건들을 돌아보고, 겸재가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비로소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본다.

이 장이 시작되던 초입에서 독자들은 이미 그림을 보았지만, 이 장이 끝날 무렵 다시 페이지를 들춰서 바라본 ‘수성동’은 확연히 이전과 다른 그림이다. 그 안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 덕분에 독자의 감식안이 한 뼘 풍성해진 것이다.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이처럼 그림과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담긴 책이다.

겸재는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되 복사한 듯 베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과 주관을 담아 드라마틱한 재구성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저자 역시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되 그림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 중 자신이 가치를 느낀 이야기를 골라서 흐름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겸재처럼, 저자처럼, 살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나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제쳐두며 완성시켜나갈 때 자신만의 이야기 또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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