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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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3년
  • 성동신문
  • 승인 2020.06.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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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 / 칼럼니스트
김삼기
김삼기

모든 만물은 시작과 끝이 있고, 흥(興)하고 망(亡)하고 성(盛)하고 쇠(衰)하면서 사라지는 존재다.

사람뿐만 아니라, 개체나 조직이나 모든 만물은 성(盛)하다가 언젠가는 쇠(衰)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P씨는 “3년 전 유럽여행 사진을 꺼내 보니, 3년 사이에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동석했던 K씨도 “3년 전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늙어간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P씨의 의견에 동조했다.

내가 보기에는 P씨와 K씨의 3년 전 모습이 얼마 전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왜 본인들 스스로는 늙었다고 여기는 걸까?

사실 P씨와 K씨는 1년 365일 내내 눈으로는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늙어가는 본인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면서 본인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365일 동안 변해서 차곡차곡 쌓인 1년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한순간에 보게 되었으니, 늙었다고 생각했을 만도 하다.

당시 나는 나이 60을 갓 넘긴 P씨와 K씨의 경우, 1년 동안 신체적으로 늙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정신적인 시각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실제 신체적으로 늙은 것보다 더 많이 늙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사업도 잘하고 있는 P씨와 K씨인데도 자신들이 실제 신체적으로 늙은 것보다 훨씬 더 늙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보는 시각이 빠르게 변화하는 P씨와 K씨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제(6.17)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22번째 부동산정책을 내놓았다.

첫 번째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을 때와 3년이 지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비교해 보니, 서울시 아파트 평균 가격이 3억(6억에서 9억) 정도 올라 있었다.

P씨와 K씨의  3년 동안의 늙음에 대한 온도 차와 같은 맥락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P씨와 K씨가 매일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듯이, 문 정부도 22번이나 부동산정책의 변화를 꾀하면서 누적되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방의 아파트 한 채(3억 상당)씩을 준 격이 되었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정권은 5년 단위로 탄생하여 성(盛)하고 쇠(衰)하기를 반복한다.

이제 막 3년 차를 보내고 있는 문 정권이 나이 60을 갓 넘긴 P씨와 K씨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권이 3년이라는 지난 세월을 다시 한번 회고해 봐야 할 이유다.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것보다 정권 스스로가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후퇴시키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점검도 해야 할 것이다. 

[단상]
사람이건 조직이건 후반기에는 자연적 시간의 속도보다 정신적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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