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진정한 양성평등에 이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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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정한 양성평등에 이르기 위해서
  • 정소원 기자
  • 승인 2020.08.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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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원 / 성동신문 취재부장
정소원 / 성동신문 취재부장
정소원 / 성동신문 취재부장

흔히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고정관념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고정관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데, 바로 그릇된 고정관념이 대다수에게 전파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그릇된 고정관념을 주장했을 때 이의 타당성에 대한 여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 옳은 개념으로 인식되어 전파되었을 때, 뿌리깊게 박혀버린 고정관념을 바르게 잡아주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때로 자리를 잘못 잡은 세기의 고정관념은 수천만명의 인생을 잘못되게 만드니, 이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인류역사에서 여성들은 이 못된 고정관념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농공업을 중시하던 과거에 여성은 약하고 힘이 없어 남자보다 못한 존재라는 무서운 고정관념 아래 여자들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고 행동에 제약도 많았다. 

단지 남성은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근력과 지구력이 뛰어났을 뿐인데 이 신체적인 차이가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여성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인 양 신체적 차이로 인한 성역할이 차별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가부장적 성향이 나타났는데, 이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한 채 생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단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받아야 했던 시대도 있었다. 

이러한 아픔이 있었고 오늘날까지 적지 않게 여성을 차별했던 흔적이 이어져 오고 있기에 옛날과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오늘날 여성들이 양성평등을 강하게 주장하고 여성들의 권리보호를 내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남녀평등 주장을 여성 혹은 남성의 특정한 性 관점으로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며 사회적 지위도 상승한 요즘,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통제를 받게 되는 면도 생겨 남자들이 역차별을 호소하는 것이 현재 세태이다. 

남녀차별에 대해 생각할 때 여성에 대한 차별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사실 남자가 받는 차별에 비해 남자는 '남자'라서 차별을 받는 부분이 합리화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이는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지 않는데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 것만을 생각하여 여성들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남성들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억압하는 면이 생기는 것 역시 고려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여성들'만'의 권리를 위한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남성의 불만을 사게 되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전제 하에서만 얻을 수 있는 평등은 가까워지기는커녕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최근 들어 남성들의 불만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피해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물론 아직 여성에 대한 성차별에 대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있는 시대에 이제 더 이상 성차별을 타박하는 글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습관이나 일상생활처럼 굳어져온 편견이 사라지려면 아직 남은 과제가 산더미다. 

바로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의 당연하다고 여는 성에 대한 역할의식이 그것이다. 분명 예전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마 완전하 양성평등의 사회가 되기 위해선 이런 면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아기 때부터 우리는 세뇌를 받듯 부모님께, 선생님께, 어른들께 주문을 받아 왔다.
“여자애는 조신해야 해.”
“여자애가 말투가 그게 뭐니.”
“여자애인데 왜 이리 깔끔하지 못하니.”
“남자가 그렇게 자주 울면 고추 떨어진다.”
“남자는 울면 안되는 거야. 남자란 모름지기 대범해야 해.”와 같은 주문들이다. 

이렇게 성에 대한 역할을 귀에 닳도록 들으며 자라 우리들에게 양성에 대한 완전한 평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겉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면서 내면에서는 '그래봤자, 넌 여자야.' '무슨 남자가 저렇게 박력이 없어.' 등등의 말들이 우리들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높은 장애물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가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심어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일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은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마치 진리와 같아서 우리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그런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들을 벗어던져야 한다. 

당장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어렵겠지만, 서서히 하나씩 고쳐나가고자 한다면 분명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양성평등이란, 결국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서로를 배려해나가면서, 평등을 위하여 서로를 위해 양보해야만 도달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깔린 목표가 아닐까. 

이러한 전제조건이 실현되는 환경을 조성하며 동시에 정책이 추진되어야 진정한 양성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상적인 말일지 모르나 요새 계속 빈번했던 性갈등 해결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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